정치 제 1249호 (2019년 11월 06일)

유승민 “통합? 그냥 합쳐선 보수 못 살아…한국당 해체, 개혁보수로 새집 지어야”

[주목 이 정치인]

   유승민 ‘변혁’ 대표 인터뷰

 


  “탄핵 인정 못 한다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어


  '개혁적 보수’라는 보수 재건 원칙 지켜지지 않으면 선거 못 이겨


   안철수 전 대표, 우리와 함께할지 답 못 들어


   보수, 정의와 공정에도 관심 가져야 국민 마음 얻어"


유승민 의원 약력 : 1958년 대구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 대학원 졸업(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제17대~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 최고위원. 국회 국방위원장. 새누리당 원내대표. 국회 운영위원장. 바른정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현).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보수 통합은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자유한국당과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우리공화당이 모두 함께하자는 범(汎)보수 대통합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공화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 의원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면 한국당과 변혁만이라도 손을 잡자는 소통합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중도층과 수도권 유권자를 겨냥한 것이다.

어떤 시나리오든 유 의원은 보수 통합의 핵심 축이다. 변혁 대표를 맡고 있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목 받는 이유다. 12월 바른미래당 탈당과 신당 창당도 예고한 마당이다. 그 이후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판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 보수 통합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두 발언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강을 건너자. 탄핵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말했다.

2016년 12월 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그가 보수 통합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정’을 요구해 온 것에 비해 보다 유연해졌고 친박(친박근혜)계를 겨냥해 손을 내밀었다는 정치권의 평가가 나왔다.

그는 또 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보수 야권 통합이 진전을 이루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정말 그럴까. 유 의원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제 조건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다 해체하고 개혁 보수라는 가치를 기치로 한 새집을 짓자”는 것이다.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당 완전 해체와 탄핵 인정을 통합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것이다. 한국당 친박 주류 세력, 우리공화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보수 대통합은 여전히 멀어보인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통합이라는 표현 대신 보수 재건이라는 말을 씁니다. 통합은 합치자는 것인데 그냥 합쳐서는 보수가 살아날 수 없어요. 재건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보수를 완전히 다시 세우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보수 내에서 탄핵에 대해 정리가 전혀 안 돼 있어요.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부대 세력과 한국당·바른미래당 내 우리들(유승민계)이 탄핵에 대한 생각이 다 다르죠. 탄핵에 대해 서로 공격하는 상황에선 보수가 재건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탄핵은 지나간 역사로 하고 보수가 이 문제로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것을 (통합의) 첫째 원칙으로 얘기하는 겁니다.”

-보수 재건 원칙으로 개혁 보수를 내건 이유는 뭡니까.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부터 한국의 보수는 ‘안보 보수’, ‘시장 보수’라는 말을 했어요. 결국 한국의 보수는 안보와 경제에서 진보보다 더 유능하다는 것이 국민에게 각인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수 정권이 오랫동안 해왔던 경제 사회의 발전 방식은 외환위기 때 무너졌어요. 그 이후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겼다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약 9년간 경제와 안보에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양극화 등 진보든, 보수든 꼭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생겼죠. 우리 사회에 양극화와 불평등이 굉장히 심해졌는데 보수는 늘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을 주장해 왔어요. 나도 상당 부분 함께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유·시장·안보 이외에 나머지 시대적인 가치와 과제가 분명히 있는데 보수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인식, 공감하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노력을 하지 못했어요.

보수는 정의·평등·공정 등에 대해선 ‘그것은 진보의 가치니까 우리는 관심 없다’는 식으로 외면하다가 국민의 마음을 많이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누적돼 온 것이 폭발한 결과이지 단순히 최순실이라는 사건 하나만으로 정권을 잃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내가 2011년 전당대회 때와 2015년 원내대표가 됐을 때 개혁 보수를 왜 해야 하는지 얘기를 많이 한 거죠. 특히 보수가 승부를 걸어야 할 곳은 수도권·중도층·무당층·젊은 사람들입니다. 이 층에서 지지하지 않으면 진보한테 진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개혁 보수를 (통합의) 둘째 원칙으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인 유승민(오른쪽 셋째) 의원이 10월 29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칫 보수의 기본 가치가 뒷전으로 밀릴 우려도 제기됩니다.


“‘조국 사태’를 보면 꼭 진보라고 생각하는 국민만 정의·공정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화문에 나와 ‘조국이, 문재인(대통령)이 정의와 공정을 다 깼다’고 외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정의와 공정입니다. 헌법에 나와 있는 가치인데 보수가 그게 진보의 전유물처럼 인정해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헌법에 보면 성장만 있는 게 아니고 정의·공정·평등·인권·생명·환경·복지도 있어요. 우리가 그런 부분들에 대해 더 유능하고 더 깨끗하고 더 책임 있게 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의 셋째 원칙은 뭡니까.

“한국당 저 모습 그대로 두고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면 되느냐, 국민이 문 대통령이 싫고 더불어민주당이 싫다고 한국당을 찍어줄 것이냐…. 그건 쉽지 않아요. 그러면 다 해체하고 새집을 지어야 합니다. 새집을 지을 때는 그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세력이 있으면 같이하기 힘든 거죠. 탄핵 문제로 싸우지 말자고 하는데 계속 싸우자고 하면 같이하기 힘든 것 아닌가요. 그래서 다 해체하고 새로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 나오는 얘기는 해체하고 새로 짓기보다 한국당은 늘 자기중심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보수 재건 원칙과 한국당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거리가 상당히 있어요.

한국당 수도권 일부 의원들 정도는 (내 주장에) 동의해 줄지 모릅니다. 하지만 주류인 영남 친박계와 2012년, 2016년 친박계 공천을 받은 초·재선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과연 내가 원하는 그런 보수 재건이 잘되겠느냐는 걱정이 듭니다. 내가 얘기한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고 단순히 합치기만 하는 것으로는 보수가 이기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런 내 생각을 던졌고 거기에 한국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상태입니다.”

-우리공화당은 여전히 탄핵에 찬성한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탄핵에 대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 의미 있는 대화가 될지 모르겠네요.”

-유 의원이 주창하는 보수 재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공감합니까.

“아직 그분 생각을 모릅니다. 그분한테 우리와 뜻을 같이해 달라고 요구는 했어요. 우리의 뜻은 작년 1월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그분과 내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에 다 들어 있어요. 그 당시 개혁적 중도 보수 정당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만약 안 전 대표가 창당 정신에 동의한다면 변혁에 힘을 보태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바른정당·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실패했습니다.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새누리당 의원 33명이 탈당해 만들었는데 그중 개혁적 보수를 하고 싶어 나온 사람도 있고 개혁적 보수에는 별 뜻이 없고 반기문 씨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개혁적 보수에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바른정당을 만들고 얼마 안 돼 2017년 5월 대선도 치르기 전에 33명 중 13명이 한국당으로 돌아가 버렸고 그해 11월엔 9명이 한국당에 복당했습니다. 그분들은 개혁 보수를 할 생각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혁 보수) 세력이 축소됐습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이른바 제3정당이 뿌리 내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아도 보수가 이대로 가면 절대 국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굉장히 오래전부터 해 왔습니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더라도 보수가 변해야 하고 그러면 대한민국 정치가 바뀐다는 생각과 정신을 절대 놓지 않을 것입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함께할 수 없는 이유는 뭡니까.

“그분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분이 말하는 중도 통합이라는 것이 진보도 좋고 보수도 좋고 이런 것인데 그런 식이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중도 통합은 결국 지역 정당을 만드는 데 미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대상은 (민주평화당 탈당 의원 모임인) 대안신당인데 그분들이 대부분 호남 국회의원 아닙니까. 호남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유권자들은 그런 호남지역당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것이라고 봅니다.”

-한국당 일각에선 통합이 어려우면 그 대안으로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연대를 거론합니다.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보수 재건의 원칙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선거연대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정부는 성장 전략이 없습니다. 세계경제 탓, 과거 정부 탓을 합니다. 이제는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데 이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이 정권이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 혁신 성장한다고 했는데 혁신 성장이라는 것은 내가 2016년 9월 서울대에서 강의할 때 제일 먼저 썼어요. 그걸 나중에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이 표절 비슷하게 하더라고요. 성장하려면 혁신 말고 방법이 없으니까 당연히 맞는 말이죠.

그러나 혁신 성장을 하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안 했어요. 이 정권이 매달린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의료·복지 쪽 지출 증가입니다. 지출 증가가 소비와 기업 투자 증가로 연결돼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를 세워 왔는데 2년 반 동안 그게 전혀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소비와 투자, 수출 다 죽을 쑤니까 성장세가 더 약해지는 것이죠.

이 정부는 성장이라는 말만 쓰지 성장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정책이나 입법 등 제도 쪽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은 하나도 안 했어요. 진짜 혁신 하려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노동과 규제 개혁, 인재 양성이 제일 중요한 데 그 문제에 대해 아무 정책이 없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공수처는 상식적으로 찬성할 수 없습니다. 검찰 개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법 집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또 검찰 수사 관행이 인권을 해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하죠.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정치권력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그런 공수처에 대해선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의원 증원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300석에서 330석으로 늘리는 것을 두고 민주당과 이 정당과 가까운 야당들이 뒤로 야합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당연히 반대합니다.”

유 의원은 “내년 총선 때 수도권 출마가 거론된다”는 질문엔 “여러 번 이야기한 대로…”라고만 답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 지역구(대구 동을)가 험지”라면서도 “신당으로서 수도권 바람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차출론이 나올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말한 바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9호(2019.11.04 ~ 2019.1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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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1-0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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