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판에선]- 구도·이슈 사라진 ‘기승전 코로나19’- 경제 악화 겹쳐 與에 부담, 野도 과도한 공세 땐 역효과
‘코로나19 총선’…정권 심판 vs 야당 심판, 누가 타격?
(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당 대표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랑재에서 2월 28일 '코로나 극복을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가 ‘4·15 총선’에 블랙홀이 되고 있다. 총선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보통 각 후보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거 전략 수립이나 유권자 접촉은 ‘언감생심’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다른 모든 선거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총선판을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여야는 코로나19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책임론을 두고 여권은 신천지를 겨냥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초기 방역이 실패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긴장도는 여당이 더 높다. 선거 전략가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가적인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정부와 여당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한 여당이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범여권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검토한 것도 그런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심판 성격 부각…여, 더 큰 부담”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여야 어느 쪽에 유·불리로 작용할지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1차적으로 여권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선거를 좌우하는 세 가지 결정적인 변수는 구도·이슈·후보가 꼽힌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여론 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구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심판 성격이 됐고 진영 간 대결 구도가 됐던 ‘검찰발(發)’ 이슈도 사라지면서 ‘기승전 코로나19’가 됐다”며 “선거 운동 제약으로 후보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투표 비례정당의 영향력으로 결판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통령 지지율 추이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비슷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여권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발병 초기 다소 느슨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권에 직격탄이 됐다. 이는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갤럽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40% 안팎을 기록했다. 하지만 메르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6월 셋째 주 국정 운영 지지율은 29%로 곤두박질쳤다. 이듬해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어졌고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막장 공천까지 겹쳐 자멸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평가는 긍정률과 부정률이 뒤바뀌어 부정 평가가 더 높아졌다. 한국갤럽의 지난 1월 둘째 주 조사(1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여론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47%, 부정률은 43%를 나타냈다. 하지만 3월 첫째 주 조사(3월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선 긍정률은 44%로 떨어졌고 부정률은 48%로 올랐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 미흡’이 50%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8%)’이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수행 평가여서 악재가 터졌을 때 곧바로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여당으로선 크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중앙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월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54.4%가 코로나19가 총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총선 판도 변화에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의 ‘총선 영향’ 응답은 61.4%에 달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2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에서도 총선 최대 이슈로 93%가 코로나19를 꼽았고 코로나19가 지지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59.5%에 달했다.

각 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되는 투표율 하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윤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건강에 민감하고 보수 성향이 강한 고령층과 현 정부 지지 성향이 강하고 자녀를 둔 30~40대 주부층이 다른 층에 비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어느 쪽이 코로나19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총선 때까지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 않으면 정부 책임론을 방어해야 하는 여권이 더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정부가 초기엔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확산되다 보니 (총선에서) 여권의 부담이 커졌다”며 “이 사태가 언제 정점을 찍느냐, 정부가 어떤 사태 수습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3월 중순이 고비”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중반을 유지하면 여야가 팽팽한 구도를 보일 것이고 30%대로 내려가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가 경제와 연결된다는 것이 여권으로선 큰 부담이다.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어 이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경제적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먹고사는 것이 어려워지면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여권에는 불리한 구도다.
‘코로나19 총선’…정권 심판 vs 야당 심판, 누가 타격?
◆코로나19 이외 최대 변수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


그렇다고 코로나19가 미래통합당에 마냥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해 통합당이 총선에 호재로 여겼던 다른 이슈들이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또 국가적 재난 앞에 집권 대안 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 호재로만 작용할 수 없다는 진단도 있다.

배 소장은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 상대적으로 여당의 결집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국가적 재난을 맞은 상황에서 야당이 정부 탓만 해서는 선거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적절하게 지적하면서도 국민적 시각에서 함께 해결해 보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도 “코로나19 국면으로 야권이 반사 효과를 누리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과도하게 인식될 정도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취한다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라는 국민 정서에 반하면서 역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외의 최대 변수는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 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했던 “대전은요?” 발언 때와 같이 위력을 발휘한다면 선거판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진보-보수층의 표심 유동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관건은 유권자의 40~50%에 달하는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중도층에서도 탄핵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는 층과 정부 견제론을 우선시하는 층으로 나뉘고 있어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7호(2020.03.09 ~ 2020.03.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