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
- “대선 도전, 그런 자격 있다고 생각 안해…내년 부산시장 출마, 긍정 · 부정 않고 더 고민”
-"당내 인사 중 중도층에 혐오감 없는 대표 선출 회의적"
-"기본소득제, 주택공개념을 보수 가치가 아니라는 건 '수구'"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한 이들과 선 그을 수밖에"
-"통합당 내 극우세력 비중 너무 커져...국민 정서와 괴리"
-"통합당, 이대론 영남 자민련화...4년 뒤 총선도 어려워"
-"일반행정, AI가 수행...공무원 줄이는 작업도 시작해야"
김세연 “김종인 비대위, 대선까지 가야 승부 걸어볼 만”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향해 ‘좀비 같은 존재’, ‘역사의 민폐’라며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주장해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때문인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말 한마디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대답 중 멈칫하다가 “표현이 세지면 안 될 것 같은데…”라며 말을 가다듬곤 했다.

하지만 통합당을 향한 ‘소신’은 뚜렷했다. 복원력을 완전히 잃었다며 헤쳐 놓은 다음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극우 세력의 비중이 너무 커져 국민 정서와 괴리가 있는 만큼 이들과 선을 긋지 않으면 당이 ‘영남 자민련’화하고 2년 뒤 대선은 물론 4년 뒤 총선도 암울하다고 진단했다. 차기 대선 도전 여부엔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내년 부산시장 출마엔 “긍정도 부정도 없이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내놓은 발언들을 보면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희망과 낙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현실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이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미한 희망과 낙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내가 경험한 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통합당을 소멸해야 할 ‘좀비 정당’이라고까지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복원력이 상실됐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내지 결사체인 정당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주체들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서로 적대시하는 증상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복종시키지 않으면 숙청하는 식이 되면서 공동체 규율이 깨져 버렸습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다원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다양성의 파괴입니다.”

▶통합당 내 이념적 균형이 맞지 않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대통합하는 과정에서 중도 성향의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 국민의당, 청년정당이 합류했죠. 지난 2~3년간 극우 정당화가 상당히 많이 진척됐는데 통합당으로 대통합할 때 이렇게 (극우 정당화를) 중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었어요. 하지만 선거 결과 수도권에 출마한 중도 성향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극우 정당화 관성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합당 해체 후 판을 새로 깐다면 이념적 좌표는 어디에 둬야 한다고 봅니까.

“(통합당의) 이념적 좌표는 막연했어요. 보수 세력을 규합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산업화에 대한 향수, 냉전 반공주의,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경향성이 있었던 것이지 정치 사상적으로 이념화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현대 보수 정당의 이념적 토대는 자유주의·보수주의·공화주의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변증법적 귀결이 공화주의입니다. 이렇게 이념 토대를 딛고 보수 정당이 서 있어야 하지만 막연한 관성과 패거리 정치 등이 나타나면서 좋지 않은 모습이 됐어요. 정당을 새로 만든다면 철학적·사상적 토대부터 엄밀히 규정해야 합니다.”

▶인적 구성 단절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 사전투표 조작설에 대한 판단 문제 등에서 국민 다수의 눈으로 볼 때 쉽게 수긍할 수 없는 시각을 가진 이들과는 선을 그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통합당을 해체하고 다시 갈라선다면 보수 위축이 불가피할 텐데요.

“같은 당 안에 있지만 동질성이 대단히 약화됐기 때문에 완전히 헤쳐 놓아 정당의 원래 의미대로 정치 결사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서로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억지로 모여 있어선 문제가 풀리지 않아요. 통합당 내에서 극우화된 세력의 비중이 너무 커져 있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보고 선을 그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가 다시 갈라선다면 다음 대선이 어려울 것이 불을 보듯 빤한데 가능하겠습니까.

“문재인 정부 실패에 기대 반사이익을 보려고 해선 집권이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집권 역량을 키워야죠. 그러려면 국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하는데 현재 상태에서는 다수 국민들의 보편적 인식과 워낙 벽이 높아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 지방선거, 4년 뒤 총선까지도 암울합니다. 미래를 근거 없이 낙관하기보다 엄격하게 바라보고 영남 자민련화되기 이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완전히 해체하고 두 개든 세 개든 신당을 만들어 경쟁하면서 국민들의 인정을 받고 대표성을 얻어야 살아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세연 “김종인 비대위, 대선까지 가야 승부 걸어볼 만”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 약력 : 1972년 부산 출생. 부산 금정고·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18~20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특보.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정책위원회 부의장.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바른정당 사무총장·정책위 의장.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자유한국당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그런데 이미 김 의원 등이 중도 보수를 기치로 바른정당으로 분화돼 나갔다가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국민의당이 3당으로 돼 있는 상태에서 4당으로 출발했죠. 그러다 보니 항상 기사에 넷째 정당으로 다뤄졌어요. 갈등이 있을 때만 기사 첫머리에 등장했죠. 물론 우리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제일 크겠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바른정당 창당 결행 때 비례대표 의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서 초반에 동력이 약화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수 정당의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그저 신생 정당의 하나로밖에 비쳐지지 못했습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데는 공천 실패가 한 원인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공천 과정에 당 지도부 개입이 너무 노골적이었죠. 당 최고위원회와 공관위가 충돌 양상을 보이면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보고 최고위 요구를 여러 번 수용하면서 선거가 망가졌다고 봅니다. 마지막에는 후보 자격을 강탈당하는 일들도 있었죠. 난맥상을 노출시킨 지도부에 대해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관위가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이리저리 옮기거나 청년을 험지에 출마시키는 등에 대한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대구 수성갑에서 수성을로 지역구를 옮겨 공천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부겸 민주당 의원을 이길 수 있는 분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되는 등 돌려막기를 했다기보다 각각의 사정이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놓고 통합당 내에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차기 대선까지 간다면 제대로 승부를 걸어볼 가능성이 40~50%까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 임기를 8월 말, 연말,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로 정해 놓으면 가망이 없다고 봅니다.”

▶차기 대선까지면 2년인데, 왜 비대위 체제를 그렇게 길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통합당의 자생력이 상실됐기 때문이죠. 기존 당의 관성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지도부가 선출되면 선거 승리의 밑바탕인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준 전 비대위 체제도 총선까지 책임을 지게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예요. 김종인 비대위와 또 다른 (당내 인사로 꾸려진)지도부가 치르는 대선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시대 흐름과 좌표를 제대로 인식하느냐 못 하느냐는 능력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김종인 비대위는 우리 사회 다수의 보편적 가치, 흐름에 대한 포착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노욕이고 시효가 다 됐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중도 표심을 받아와야 집권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망각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합니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에 나올 생각이 없는데 무슨 큰 영화를 바라겠습니까.”

▶자강(自强)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당내 인사로 당을 추스르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가 뭡니까.

“자강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 내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중도층 유권자들한테 밉상으로 보이지 않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인물이 당 대표에 선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2월 전당대회에서 중도 표심을 수렴한 것으로 평가받는 오세훈 후보가 31%를 얻었고 다른 두 후보(황교안·김진태)가 69%를 가져갔어요. 지금 이 인적 구성으로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본질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봅니다.”


▶40~50대도 꼰대라면서 30대에게 주도권을 넘겨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30대가 정치를 주도할 만한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30대한테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역량을 축적할 수 없었던 겁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고 다음 세대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제는 다음 세대에 기회를 부여해 국가공동체와 정당이 거듭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유럽 등 30~40대 정상들은 10대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역량을 쌓았습니다. 우리 청년 세대들도 꽃길만 바라지 말고 기초의원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정치 역량을 쌓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정치 현실과는 동떨어진 진단입니다. 청년 세대가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그 대가로 공천 또는 당직을 받아요. 행사가 있을 땐 들러리로 옆에 서 있어야 하고…. 청년들을 잠시 쓰다가 폐기해 왔기 때문에 기존 방식 속에서 청년들의 각성과 분발을 요구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 48세면 정치인으로선 젊은 축에 속하는데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더 좋은 정치인들이 정치권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잘 확보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함께 노력할 예정입니다.”(김 의원은 2017년 ‘청년정치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내년 재·보선 때 부산시장 출마 얘기가 나옵니다.

“시간이 많으니 더 고민하겠다는 기존의 답변을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긍정적인 뉘앙스가 풍깁니다.

“긍·부정적 의미는 없고 아직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답변을 한 겁니다.”

▶김 전 위원장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1970년대생 경제 전문가’를 거론하면서 김 의원이 주목받았는데 한 번 꿈꿔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람마다 자기 역할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건이 되면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까.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기본소득제와 주택공개념을 주장했는데 보수 가치와 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현실에 적응하면서 그 시대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진정한 보수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노동시간이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어드는 시대에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보수도 책임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게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수구화된 관점입니다.”

▶주택공개념은 어떤 겁니까.

“그 부분은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자가 소유 금지가 아니고 원하는 입지에 살 수 있게 해주자는 겁니다. 대도시 집값이 비싸 어쩔 수 없이 신도시로 가면 출퇴근하는 데 각각 한 시간 반씩 시달립니다. 재테크 수단과 차원을 달리해 꼭 소유할 필요가 없더라도 안정적 기간에 임대해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만 공공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임대 사업자들도 투명하게 관리해 경쟁하게 하자는 거죠.”

▶기본소득제를 시행하면 국가 부채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좌파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릅니다. 기존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을 더 얹어 주자는 것은 급속한 재정 붕괴를 초래합니다. 기본소득 월 50만원을 국민 5000만 명에게 지급한다면 1년에 300조원이 들어요. 이 때문에 너무 급격하게 한다면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30년간 이행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앞으로 일반 행정 서비스는 인공지능(AI)으로 다 넘어가면서 30년 뒤 공무원 숫자가 지금보다 최소 절반 정도 줄어들 겁니다. 공무원을 줄이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죠. 또 복잡한 복지 체계도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