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카카오뱅크 대표 출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새 도전하는데 발목 잡는 규제 혁신 위해 정치 시작"
-"규제 네거티브 도입하되 기업에 징벌적 손배 필요"
-“외국 자본 M&A 위협 있어야 기업 지배 구조 더 튼튼”
-"수도권 남북 지역 규제 불균형 바로 잡아야"
-"원격의료, 공공의료 체계 구축 선행돼야"
-"탈원전, 장기적으로 가야...이데올로기 접근 안돼"
-"소아과 등 저출산으로 힘들어...개인 주치의 도입 제안"
이용우 “증세, 뜨거운 감자 될 것 … 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경기 고양정)은 ‘규제 혁신’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절반 가까이 규제 문제에 집중했다. 21대 국회에서 자신이 중점적으로 할 일도 일찌감치 정리해 놓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발목을 잡는 규제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네거티브 규제(법률·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 배상을 가하는 식으로 기업에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실물 경제 전문가다. 연구위원(현대경제연구원)과 현대그룹 종합기획실·동원증권·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을 거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맡아 2년 만에 흑자 전환시킨 금융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올해 초 민주당에 영입되면서 카카오뱅크의 52만 주 스톡옵션(액면가 5000원)을 포기해 화제가 됐다. 이 당선자를 만나 정치 입문 이유와 포부를 들어봤다.

▶정치 초보자인데, 선거해 보니 어떻습니까.

“낯설죠. 회사는 숫자로 표현되는 가치만 보이는 반면 정치는 영역이 확대돼 숫자로 표현되지 않은 다른 가치와 변수들이 많습니다. 회사와 달리 주고받는 게 명확하지 않은 것이 정치입니다.”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공정과 혁신입니다. 민주당 강령에 이 두 가치가 그대로 있습니다. 내 생각과 딱 맞았기 때문에 민주당에 들어왔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스톡옵션 52만 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뭡니까.

“한마디로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어떤 위기의식입니까.

“우리는 그동안 ‘캐치업(catch-up : 따라잡기)’, 즉 앞서나가는 업체를 빨리 모방해 성장해 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달라졌어요. 선례가 없으니 벤치마킹 대상이 없어진 거예요.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규제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발목을 잡는 규제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으면 발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 현장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는 데 필요할 것 같아 정치에 뛰어들었어요.”

▶어떤 것을 바꾸고 싶습니까.

“거의 모든 부분이에요. 회사에서 어떤 것을 해보겠다고 했을 때 ‘그건 안 돼, 선례도 없는데 왜 하나’라고 하면 아무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못합니다. 그게 아니고 ‘한 번 해봐. 해봤어’라고 열어줘야죠.”

▶역대 정부 때마다 ‘규제 네커티브’를 외쳤지만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규제 네거티브를 규제 완화로 접근해서 그렇습니다.”

▶같은 취지 아닙니까.

“규제 완화에는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가 국내 최초로 운영체제(OS)에 오픈 소스인 리눅스를 도입했을 때입니다. 국내 은행은 유닉스 시스템 등을 주로 써왔는데 이걸 리눅스로 바꾸는 순간 규제 당국은 ‘리눅스를 해도 되나. 리눅스를 하는 데가 없잖아.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합니다. ‘우리가 책임지겠다. 자칫하면 은행은 망한다’고 하면서 승강이를 많이 했어요. 리눅스 OS는 유닉스보다 비용이 10분의 1밖에 들지 않아요. 적은 돈으로 성공했고 회사의 가치도 올라갔죠. 이렇게 기업에 규제 완화와 함께 책임도 지게 하면 됩니다. 규제 당국은 ‘내게 물어보지 말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됩니다. 규제 네거티브를 제대로 하려면 규제 완화에 따른 징벌적 배상을 같이 시행해야 해요. 기업에 알아서 하라고 하되 문제가 생기면 피해액의 10배 등 징벌적 배상을 하게 하면 기업도 자칫하면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열심히 위험 요인을 점검하게 되죠. 최근 경기 이천 화재 사건을 보면 법 규정상 샌드위치 패널을 쓰면 안 되는 데 썼어요. 용접할 때 소화기를 옆에 두는 등 안전 관리도 제대로 안 지켰어요. 이게 다 돈이기 때문이죠. ‘이걸 안 지켜도 된다. 그 대신 불나면 책임을 엄청 많이 지우게 한다’는 식으로 하면 기업 스스로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게 됩니다. ‘소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등 이런 걸 법으로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없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게 되면 소송 남발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 우려가 나올 수 있죠.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소송 남발이 되는지 안 되는지 해보면서 부작용을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배상액 규모는 부작용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면서 점차 늘려 가면 체계가 잡힐 수 있어요. 사회 전체에 파장이 큰 것이 아닌 파장이 작은 영역들에서 한 번 한 번 해보자는 겁니다. 안 되는 이유만 대면 수만 가지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여당은 전속고발권 폐지,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소송 남발 우려와 함께 외국 투기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03년 행동주의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노리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오히려 SK의 지배 구조가 더 튼튼해졌어요. 외국 자본의 위협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 투기 자본은 ‘먹튀’하기 일쑤고 국내 기업들은 방어하느라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외부의 아무런 위협 없이 ‘평생 내 것’이라고 하는 순간 어떤 회사도 스스로 변하지 않아요. 기업이 자기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분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하죠. 외국 투기 자본이 있어야만, M&A 위협이 있어야만 기업 지배 구조가 훨씬 더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족쇄를 풀어 규제자유특구를 추진하겠다고 한 공약은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여당의 방침과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의 틀을 바꾸자는 것은 아니에요. 그걸 완화하자는 순간 충청도 등에선 반대로 난리 날 겁니다. 그런데 수도권 자체를 놓고 한 번 봅시다. 경기도 한강 남쪽의 규제가 80이면 북쪽은 접경 지역이기 때문에 그 두 배가 됩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겁니다. 우리 당 공약에 규제자유특구가 있는데 고양은 테크노밸리 특구로 지정돼 있습니다. 규제 혁신과 경제자유특구를 함께할 수 있는 근거법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단지 조성은 수정법 예외 조항을 둬 허용했죠. 이렇게 예외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게 하지 말고 보편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만들자는 겁니다.”

▶여권도 규제 혁신을 외치지만 원격의료 등 국회에서 막혀 있습니다.

“지금 여야 대립을 보면 ‘맞다-틀리다’ 식이에요. 이러면 대화가 안 됩니다. 서로 다르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공통되는 점을 찾을 수 있어요. 그것 하나라도 시범적으로 해보자는 거죠. 원격의료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접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원격의료를 하려면 순서가 있고 전제 조건들이 있습니다. 어디든 진료했던 자료를 전산으로 원활하게 보낼 수 있는 체계와 첨단 기기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의료 수가를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의료 인력 확충도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용우 “증세, 뜨거운 감자 될 것 … 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이용우 당선인 약력 : 1964년 강원 춘천 출생. 부산 가야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박사(서울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금융지주 투자전략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무. 한국카카오은행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규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지난 20년간 시범 사업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간 의료 민영화 논란에 발목 잡혀 전혀 진전이 없다가 정부가 적극 나서는 모양새이지만 여당은 원격의료는 아니라면서 발을 빼는 모습입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원격의료를 한다면 공공 의료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논의했어야 합니다. 공공 의료 체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게 우선입니다. 이참에 국민 개인 주치의 제도 도입을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의사들은 저출산으로 힘든 상황이에요. 이들도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진단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상하면 큰 병원에 가라고 할 수 있고 의사가 직접 집에 찾아갈 수도 있죠.”

▶인터넷 전문은행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처리됐는데 잘될 것 같습니까.

“아무리 비용을 적게 쓰더라도 평균 잔액이 10조원 이상 돼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죠.”

▶탈(脫)원전 문제는 어떻게 봅니까.

“무 자르듯 탈원전하자는 것은 안 되죠. 정확한 용어는 에너지 전환 계획입니다. 2007년 수립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보면 원전을 새로 만드는 것은 조심하자는 것이죠. 원전을 서서히 ‘페이드아웃’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것을 ‘믹스’해 가자는 겁니다. 탈원전 문제라기보다 에너지 장기 수급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수급 계획은 몇 년이 아니고 10년, 20년, 30년 장기적으로 가야 할 문제입니다. 탈원전이냐 아니냐를 이데올로기처럼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충격파가 큽니다. 어떻게 전망합니까.

“외환 위기는 외환 보유액만 채우면 해결되는 문제였죠. 2008년 금융 위기는 금융 상품을 치유하면 되는 문제였어요. 코로나19 사태는 유성이 지구를 때려 흔들린 상태예요. 훨씬 심각하죠. 기존의 위기와 다른 양상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공기 중 산소가 5% 빠져나가 호흡이 안 되고 활력이 떨어진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빨리 산소를 공급하는 게 우선이죠. 긴급재난지원금도 그런 성격입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경제 지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미국·유럽·중국 등은 총수요를 늘립니다. 그런 결과 연말쯤 경제가 정상 작동할 것으로 보고 그전까지는 버텨야 합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하위 70%, 50% 등으로 나누는 순간 선별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아주 쉽게 하는 방법은 국민 100%에게 주되 기부금으로 받지 말고 기초연금이나 근로장려세제(EICT)를 받는 사람에겐 좀 더 주고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좀 덜 주는 겁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법으로 환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차별할 때 복잡한 방법은 안 됩니다. 다만 집행을 빨리 할 수 있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앞으로 닥쳐올 더 큰 어려움에 대비해서라도 나라 곳간을 허물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 세수가 줄어드니 기획재정부의 그런 우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위기가 이제 시작인데 실탄 10발 중 애초부터 3발 쏘고 시작할 것이냐, 한 발 쏘고 기다릴 것이냐는 견해차에 불과합니다. 이번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단 주는 게 맞는다고 봐요. 앞으로 재정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죠. 증세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겁니다.”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죠.

“그렇죠.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할 때가 오겠죠.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증세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겠죠.”

▶한국형 뉴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뉴딜의 핵심은 ‘딜’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1936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와그너법’은 노동자 단결권·단체교섭권·최저임금제 등을 규정하고 있죠. 사회적 대타협이 있었던 겁니다. 한국형 뉴딜을 얘기할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타협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예술인을 포함하는 고용보험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의미가 있어요. 일단 하나라도 됐잖아요.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특수 고용 노동자까지 고용보험 대상으로 확대하는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내가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