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총선 출마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 “자유민주주의 상징적 지역, 북한 주민에 큰 메시지 줄 것”

- “김정은 체제 20년 못 가 붕괴 확신”
- "시장경제로 변하는 북한 거대한 흐름 돌려 세우지 못할 것"
- "北에 합리적 사고하는 엘리트들 있어...김정은 대안 가능"
- "김정은, 스위그 유학 경험 때문에 변화 기대는 천진난만"
- "남북,국가 대 국가 아니다...비자 신청해 북한 관광은 위헌"
- "대북 제재 완화 통한 北 비핵화는 불가능하고 위험한 발상"
- ""강남 여성 표심 잡는 것은 아내 몫...선거에 큰 도움"
- "김종인 '국가적 망신' 파문 관련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태영호 “자유시장경제 심장에서 선택 받고 싶어 강남에 도전”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이미아 한국경제 기자] 지난 2월 11일 태영호(주민등록상 이름 태구민)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 입당하면서 “총선에서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을 때 정치권에선 의외로 받아들였다. 탈북 인사가 비교적 손쉬운 길인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에 출마하면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텐데 잘할 수 있을지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더욱이 다른 지역도 아닌 보수 정당의 상징인 서울 강남갑 공천을 받은데 대해 통합당 일각에서 비판도 제기됐다. 태 후보는 “기왕 지역구에 도전한다면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인 강남에서 당선돼 북한에 메가톤급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과세 폭탄, 위기에 빠진 안보와 외교를 바로잡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김정은 체제는 길게 잡아 20년 이내에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 선거 운동 해보니 어떻습니까.
“힘든 점도 있죠.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젊은층과 60대 이상의 관심이 달라요. ‘미래통합당 하면 꼰대당이라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해서 청바지를 입었더니 어떤 분은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청바지 입어’라고 해 갈팡질팡했죠. ‘아, 이게 강남이구나’라고 느꼈어요. 다양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하루는 정장, 하루는 청바지를 입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 운동 방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과거와 많이 달라졌죠. 선거 지원 팀원들은 지역구 선거를 몇 번 치른 경험이 있어요. 내게 선거 운동을 코치하는 데 자신 있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참모들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선거 운동을 해야 하니 나처럼 초보죠. 같은 초보들끼리 모여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어요.”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태영호라는 북한 출신 인물이 지역구에 나와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평가를 직접 받아 보는 과정은 북한에 큰 메시지가 될 겁니다. 대한민국이 열린 사회고 통일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려는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북한과 세계에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러 위협도 있는데 지역구 출마에 대해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았나요.
“단번에 지지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힘든 지역구 출마의 길을 택하는 의미를 얘기했더니 적극적으로 지지했어요. 아내는 매일 선거 사무실로 나와 돕고 있어요. 난 일이 너무 바빠 강남 여성분들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없는데 아내는 그분들과 하루 종일 얘기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나한테 얘기해 줘요. ‘당신에 대해 이런 얘기들이 돌고 있다.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해 줘요. 강남 여성 표심은 아내 몫입니다.”

-왜 강남을 택했습니까.
“기왕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강남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강남이 어떤 곳입니까.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심장입니다. 자유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를 갈망해 목숨 걸고 대한민국에 왔어요. 그 누구보다 사회주의 경제의 피폐함을 직접 느낀 내가 자유시장경제를 끝까지 집착해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남은 남북한 관계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평화 마련에 대단히 상징적 지역이라고 봅니다. 다른 지역구보다 대한민국 핵심 지역구에서 선출된다면 북한에 미치는 파장은 메가톤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영호가 외교 전문가로서 북한 체제 작동 원리와 실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통합당의 견해예요. 내가 당선된다면 대북 정책과 외교 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내려온 나 같은 사람을 강남갑에 공천해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에게 대안을 보여주자는 거죠. 만약 갑자기 통일이 들이닥치면 대한민국이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전달하고 북한 주민들을 우리 사회로 흡인시키는 과정이 중요해요. 이걸 견인할 인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강남 지역구 최대 현안이 부동산 과세 문제일 텐데….
“은퇴해 연금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이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과세 폭탄을 받는데 대해 대단히 분노하고 있습니다. 강남 재건축 문제를 부동산 투기로 보는데 이걸 투기로 보지 말고 생활의 질 향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압구정동 주민들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세요. 집이 오래돼 녹물이 나와 옷 세탁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해요. 평양에서도 그러지 않아요. 강남의 상징인 곳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아파트 주차장이 너무 좁아 관리 아저씨까지 나서 정리하고 있어요.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도 올려야 합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국가적 망신’ 발언 문제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김 전 대표는 태 후보가 지역구보다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게 더 정상적이라고 얘기한 것이 잘못 전달됐다고 합니다.
“그분의 생각을 보면 아직도 내가 비례대표로도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에 크게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미 다 끝난 이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뼈대만 사회주의이고 육체는 자본주의라고 말한 이유는 뭡니까.
“지금 북한이 변하고 있어요.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김정일이 만든 사회주의 계획 경제 시스템을 끝까지 고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부 구조에서는 자본주의가 퍼지고 시장경제가 돌아가면서 장마당이 늘어나고 있어요. 김 씨 정권은 장마당 흐름을 막을 수 없어요. 얼마 전 김정은이 당 중앙위 조직담당 부위원장인 이만건과 박태덕 농업부장의 목을 쳤어요. 내막을 보면 그들이 시장경제 요소를 받아들이려고 하자 부정부패로 걸었어요. 그럼에도 시장경제로 변하고 있는 북한의 흐름을 돌려 세우지 못할 겁니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린 시절 유럽에 유학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외형적으로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봉건 왕조입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봉건 왕조에서 왕이 모든 걸 포기하고 국민에게 권한을 돌려준 적이 없어요. 모두 투쟁과 싸움을 통해 공화제가 수립됐죠. 김정은도 예외가 될 수 없어요. 리비아와 시리아의 독재 가문을 보면 자식들은 유럽에 유학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배우고 돌아와도 왕조 시스템 강화에 힘을 써요. 일부 사람들이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을 했기 때문에 변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천진난만한 생각입니다.”

-북한이 언제쯤 체제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길게 잡아 20년, 짧게는 10년이 대한민국에선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는 계속될 겁니다. 발전이 10년, 20년 억제되면 어떤 국가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어요. 또 지금 자라나고 있는 북한 밀레니엄 세대와 기존의 세대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세대는 대단히 발전된 정보기술(IT)을 접하고 있어요. 또 휴대전화가 북한 생활환경과 문화를 크게 바꿔 놓고 있죠. 북한이 비록 폐쇄된 사회지만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겁니다.”

-결국 김정은 체제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겁니까.
“이 세상 그 어떤 시스템도 북한과 같이 반인륜적이고 폭압적 정권이 오래간 일은 없어요. 70여 년 동안 유지된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확신합니다.”

-붕괴되면 북한 자체적으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면 수백만 명이 대한민국으로 내려와 아랍처럼 대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김정은을 필요악처럼 얘기해요. 납득할 수 없어요. 대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사실무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지난 70여 년 동안 상부 명령에 복종하는 시스템에서 살았어요. 김정은 체제를 들어내고 합리적인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그 지도부를 존중하고 대한민국과 손을 잡을 겁니다.”
태영호 “자유시장경제 심장에서 선택 받고 싶어 강남에 도전”
-문제는 김정은 체제를 대신할 새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거죠.
“예상외로 북한에 합리적으로 사고하며 엄청난 행정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고 시스템도 구축돼 있어요. 김정은을 들어내고 새로운 사람이 앉았을 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시스템과 통합할 수 있을까’, ‘통합의 그릇이 대한민국에 있을까’가 관건이죠. 북한 체제에 수십 년 몸담고 있었던 엘리트 행정 관료들과 우리가 손잡고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의 기술 잠재력, 행정력과 대한민국의 발전된 기술 역량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통일된 한국은 전 세계의 모범 국가로 태어날 겁니다.”

-북한에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면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채택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시장경제로 가야 한다는 것은 엘리트층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봅니다. 만약 북한 엘리트층이 막았다면 수백 개의 장마당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중국이 북한 뒤에 버티고 있는 한 김정은 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물론 그렇습니다. 중국이 북한 정권에 대한 지원을 끊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 단독으로는 벅찹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미 동맹과 일본과의 관계를 잘 활용해 미·일이 중국에 계속 압력을 넣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미·일 관계가 다 틀어졌어요. 이제 중국은 유엔에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까지 내고 있어요. 한·미·일 삼각관계가 오죽 느슨해졌으면 그렇게 할까 싶어요. 미·일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중국과의 균형자적 외교를 하면 안 됩니다.”

-우리 정부는 단계적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혀 불가능합니다. 남북 관계란 열차가 북한 비핵화라는 차량을 견인한다는 것인데 매우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발상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데 유엔 제재를 뒤집어 경제 원조도 하고 남북 교류를 한다면 그건 핵을 인정하는 겁니다. 내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출마한다고 했는데 이런 의미입니다. 우리 정부는 대단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 개별 관광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사람이 외국의 북한 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한 뒤 북한에 가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런 발상 자체를 하면 안 됩니다. 비자라는 것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광 증명서입니다. 하지만 남북한은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닙니다. 비자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남북한을 두 개의 국가로 본다는 겁니다. 이는 위헌적 발상입니다. 또 우리 정부는 얼마 전 탈북자 두 명을 북송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고 있어요. 북한이 ‘이 사람이 범죄자야’ 하니까 돌려보냈어요. 북한 사법 구조를 인정하는 겁니다. ‘한반도 전역과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을 고쳐 이 정부는 ‘대한민국 영역은 휴전선 이남이다’라고 하지 않을까, 또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나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걸 막아야 합니다.”

-북한이 2017년까지 도발 수위를 높이다가 갑자기 협상으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정은은 핵무기를 가지고 협상을 통해 시간을 끌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남북한 관계 선순환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고 했죠. 김정은으로선 문재인 정부와 잘 협상하면 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와 핵보유국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겁니다. 2018년 한 해 엄청난 협상을 했는데 결국 미국이 노(No) 하고 막았어요. 그래서 다시 미사일을 쏘면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고 있어요.”

-향후 미·북 협상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달려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모호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선(先) 영변 핵시설 폐기, 후(後) 알파(α)인지, 동시 해결인지 모호합니다. 미국 참모들은 ‘선 영변 후 알파’는 안 된다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선 영변 폐기’ 쪽을 택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