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하 UL코리아 사장 인터뷰]
{미국 최초의 안전 규격 개발 기관}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보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일한다’는 글로벌 안전 과학 회사 UL(Under writers Laboratories, 유엘). 1894년 설립된 이후 세계의 안전 규격 개발에 앞장선 이 기업은 미국 최초의 안전 규격 개발 기관이다.

현재 전 세계 44개국에서 국가·기업 맞춤형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1969년 사후 심사 서비스로 처음 진출해 1996년 한국 지사 UL코리아가 설립돼 어느덧 20돌을 맞았다.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UL코리아 설립 초기 20여 명이었던 임직원은 어느덧 24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경기도 수원시에 UL 무선시험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UL코리아는 국내 기업들이 무선 인증 문제 때문에 샘플을 미국으로 보내는 등 번거로움을 해소해 줬다.

황순하 UL코리아 사장은 “UL코리아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조력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수천억원 규모의 시장인 북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UL 인증이 필수다. TV부터 항공기까지 UL의 안전 인증은 ‘필수 마크’로 통하기 때문이다.

UL은 세계에서 통용되는 안전 규격을 개발하는 회사로 매년 220억 개의 제품에 UL 마크를 부착한다.
“20년 동안 국내 기업 해외 진출 도왔죠”
(사진) 황순하 UL코리아 사장. /이승재 기자

◆ UL코리아, 설립 20주년 맞아

황 사장은 “UL은 안전 규격 개발 외에도 국가·기업별로 상이한 안전 관련 제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전 세계 44개국에 1만 명 이상의 UL 직원들이 안전 기준에 따라 수천 가지의 제품을 테스트하고 검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시장 접근성 지원 서비스 ‘GMA(Global Market Access)’는 진출 국가에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원스톱 서비스로 UL 인증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UL코리아 역시 국내 유관 기관 및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해외 진출을 도왔다. 해외 진출을 위한 인증과 검증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사이버 보안 등 국내 기업에 맞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했다.

지난해 수원에 무선시험소를 개원하면서 국내 기업의 조력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수원 무선시험소는 국내 기업들이 관련 인증을 보다 간편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게 한다.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관련 국내 기업들이 무선 인증을 위해 미국으로 샘플을 보내는 등의 수고를 덜 수 있게 된 것.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수원 무선시험소는 한국 혁신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UL코리아의 성장으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수월해졌지만 사실 글로벌 임직원의 약 2%에 불과한 국내시장에 무선시험소 개소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UL코리아 임직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UL코리아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1인당 생산성 또한 UL 글로벌 대비 무려 3배에 달한다.

이러한 UL코리아의 성과는 그만큼 조직이 유기적으로 잘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그 중심에는 황 사장이 있다. 황 사장은 ‘소통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2011년 그가 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직원 일대일 면담’이었다. 한 번에 2시간씩 하루에 4~5명과 면담했다.

그렇게 200여 명의 임직원과 면담하다 보니 3개월이 훌쩍 지나 버렸다. 황 사장은 부임 당시를 떠올렸다.

한창 당시 얘기에 푹 빠져 있던 황 사장은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가리키며 “직원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서로 격의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파티션을 어깨 높이로 낮췄다”며 “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임직원 모두가 격의 없이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UL 자동차 부문 수장으로

이런 황 사장의 조직 운영을 바탕으로 한 UL코리아의 성장을 인지한 본사는 지난해부터 황 사장에게 미래의 UL을 위한 한 가지 중대한 임무와 직함을 맡겼다. 바로 ‘UL 글로벌 오토모티브 부문 총책임자’다.

UL의 사업별로 흩어져 있는 자동차 관련 인증 사업을 통합해 육성할 계획으로 이 부문 글로벌 총괄 자리를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이 직접 그에게 맡긴 것이다. 기아차와 대우차를 거친 20년 경력의 자동차 전문가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만큼 황 사장의 경영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현재 황 사장은 스마트폰 업계와 같이 자동차도 기술적인 혁신을 앞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황 사장은 “100년이라는 기간 동안 내연기관 산업이었던 자동차 분야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자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현재도 자동차 부품의 40%가 전자 부품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앞으로 전자 부품 활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 부품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동시에 안전에 대한 확신을 필요로 한다”며 UL은 앞으로 자동차 전자 제품에 대한 인증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cwy@hankyung.com

[황순하 UL코리아 사장 약력]
198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6년 미국 미시간대 MBA, 기아자동차 입사
1999년 아더앤더슨 자동차산업 파트너
2003년 대우자동차판매 상무
2006년 GE코리아 기획조정실 전무
2009년 세라젬 부사장
2011년 UL코리아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