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⑥]
- 회사에 혹은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가’…기업 문화는 경쟁력의 원천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우리 회사는 그동안 가족 같은 분위기로 운영돼 왔고 창업 멤버들이 계속 회사의 주요 임원을 맡아 왔습니다. 시장에서는 우리를 비롯한 3~4개의 주요 기업들이 과점 체제를 형성해 왔습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시장이 급격하게 경쟁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한 회사가 설비를 확충하고 인수·합병(M&A)에 나서자 다른 회사들도 공격적 경영으로 맞받아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안팎에서 ‘이렇게 몇 년째 경쟁에서 뒤지면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왔습니다. 회사가 경영전략을 바꾼 것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과거와 달리 각 본부가 조직과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본부도 경쟁 상황에 맞게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너무 오랫동안 안존해 온 때문인지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늦었다”고 패배의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설비 확장과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직원들이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분위기를 바꿀 방법이 있을까요.
망해가는 기업을 살려낸 회장님의 질문
(사진) 고든 베튠 콘티넨탈 항공 전 회장

A 귀하의 회사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위기의 콘티넨털항공을 최우수 항공사로 탈바꿈시킨 고든 베튠(Gordon Bethune) 전 회장이 생각이 납니다. 1934년 설립된 콘티넨털항공은 2011년 유나이티드항공과 합병됐지만 합병되기 전까지 미국의 5대 항공사로 꼽혔던 대형 항공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1994년 고든 베튠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 전까지 심하게 고장 나 있었습니다. 이미 두 번이나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던 전과가 있는데 셋째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겁니다.

베튠 회장이 취임할 당시 콘티넨털항공은 남아 있는 자금으로 6개월을 견디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이미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간헐적으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고객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미국 연방교통부가 평가한 품질관리 지표에서 늘 최하위를 맴도는 최악의 항공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관계가 좋을 리 없을 겁니다. 콘티넨털항공 노조는 지속적으로 회사와 맞서면서 강성 노조의 대명사가 돼 있었습니다. 무엇 하나 긍정적인 게 없었던 셈입니다.

이런 경영 여건에서 일반적인 경영자라면 취임하자마자 즉각적으로 비용 절감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우선 돈이 새나가는 것부터 막아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베튠 전 회장은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현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가 중점을 둔 것은 기업 문화를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기업 문화와 관련해 네 가지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직원들에게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직원들이 경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것 △직원들에 대한 통제를 줄이고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 △임직원 보상을 경영 성과에 연계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 사무실을 개방해 찾아오는 직원들과 수시로 만났습니다. 직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또 서비스 품질 개선 작업을 시작하면서 항공기 정시 이착륙 순위가 미국 항공사 10위 안에 들어가면 35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콘티넨털항공은 이착륙이 만성적으로 지연되는 대표적 항공사였습니다. 이착륙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실만 연간 60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는 특히 회사와 관련된 모든 판단 기준을 ‘회사와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정한 다음 이를 강력하고 일관되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는 이 기준을 토대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습니다. 직원들에게도 두 가지 행동만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회사에 이익이 되는 행동과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베튠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에 콘티넨털항공의 정시 이착륙 순위는 꼴찌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고객 만족도도 1위로 치솟았습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게 위태롭던 회사가 우량 항공사로 변신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베튠 전 회장의 콘티넨털항공 부활 프로젝트를 길게 설명한 것은 귀하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관한 단초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성공과 실패는 사람이 만드는 것

저는 먼저 귀하가 베튠 전 회장처럼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하의 회사는 창업 멤버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안전 위주의 경영을 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깊게 자리하게 됐을 것입니다. 직원들이 변화나 도전보다 현상 유지와 위험 회피를 더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제 현상 유지와 안전 추구만으로 회사의 성장과 존립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따라서 귀하 회사의 기업 문화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게 시급합니다. 경영의 모든 부문에서 성과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전을 장려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게 필요합니다. 성과에 도움이 된다면 회사에서 어떤 것도 바꿀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둘째, 기업 문화가 바뀌려면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베튠 전 회장은 “기업 경영의 성공과 실패는 100% 인적 요소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람을 그대로 둔 채 기업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베튠 전 회장도 회장에 취임한 뒤 61명의 임원 가운데 무려 50명을 내보냈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경영 철학에 맞는 20명을 새 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전체 임원 3분의 2를 외부에서 새 피로 수혈 받았습니다.

이렇게 베튠 전 회장은 새로운 피가 다수를 차지하도록 임원 구성을 쇄신함으로써 기업 문화 혁신에 따른 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귀하도 기업 문화 혁신에 기존 구성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면 주요 임원들의 교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은데 내부 저항이 계속된다면 경영 혁신은 고난의 행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조직 안에 기업 문화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추진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인적 쇄신을 추진해야 합니다.

셋째, 임직원의 평가 기준을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인사고과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승진과 배치, 보상에서 성과의 비율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임직원을 승진시키고 직무를 부여하고 급여를 책정할 때 다른 어떤 점보다 성과를 최우선해 고려한다는 점을 구성원들이 알고 피부로 느끼도록 해주세요. 이 같은 성과 중심의 승진과 배치, 보상은 직원보다 임원이나 간부 같은 상위 직급자들에게 적용할수록 파급효과가 큽니다.

한편 성과가 부진한 임직원은 퇴출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성과 부진 임직원의 퇴출 시스템을 만들어 보세요. 물론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불안해하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불성실하고 무능력한 동료와 같이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설명과 논의를 거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잘 만들어 간다면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반발이 그렇게 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임직원의 선발이나 영입에서도 성과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합니다. 새로 들어오는 직원이 회사의 성과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회사 안에 성과 중심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 책임자가 직접 나서 성과 기여도가 높은 인재를 영입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이 조직 책임자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면 보다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게 좋습니다. 베튠 전 회장은 경영 혁신 과정에서 경비 절감보다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조종사에게만 지급되던 정시 운항 성과급을 모든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그는 또 직원들의 결근을 줄이기 위해 6개월 개근한 직원들 가운데 1년에 두 번 6명의 우수 직원을 뽑아 자동차를 상으로 줬습니다.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쪽으로 유도하고 그에 따른 성과물을 공유하는 방식을 취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영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하면 직원들은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베튠 전 회장은 이것을 잘 알고 분위기를 긍정적인 쪽으로 반전시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직원의 책임이 아닌데도 우리는 종종 기업 경영자들이 경영 혁신 과정에서 직원들을 비판하면서 몰아붙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베튠 전 회장은 콘티넨털항공이 직원들을 형편없이 대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직원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그 덕분에 경영자를 불신하던 직원들이 경영자를 이해하게 됐고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과 중심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바꿔야 하는 일이고 안 되면 사람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바뀐 성과 중심의 문화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성장 발전의 자양분이 되고 강력한 원군이 됩니다.

특히 기업 문화는 경쟁 회사가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차별적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기술과 업무 프로세스는 복제가 가능하고 핵심 인재는 언제든지 빼내 갈 수 있지만 기업 문화는 절대 복제하거나 빼내 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