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생각보다 힘들고 오래 걸리는 ‘조직 역량 강화’…인재 영입도 속도 조절 필요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 중견기업의 사업본부장입니다. 이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남짓 지났는데 입사 전부터 걱정했지만 막상 겪어 보니 직원들의 업무 역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합니다. 일단 교육 훈련을 통해 역량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나이가 든 직원들이 많고 젊은 직원들도 학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또 직원들의 상당수는 타성에 젖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 교체를 통한 조직 역량 업그레이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수한 직원들을 대거 영입해 단기간에 조직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영입한다고 해도 기존의 기업 문화와 업무 관행에 젖어 있는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꺼번에 직원을 많이 영입하면 기존 직원들이 무더기로 이탈해 사업이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 됩니다. 대규모로 인재를 영입해 단기간에 조직을 업그레이드하는 계획이 타당할까요.
타당하다면 어떻게 해야 이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조직의 힘도 ‘사다리’타듯 천천히 커진다
A=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최근 세계 주요 기업의 인재를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1년 연봉의 5배를 3년간 보장한다’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기술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영 디스플레이 회사인 BOE에는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출신의 간부급 연구원과 엔지니어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 주변에는 중국에서 나온 헤드헌터들이 상주하면서 스카우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해외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것은 자체 역량으로는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선발 기업과 기술 격차를 좁히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선발 기업과 경쟁하려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해 조직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것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본 겁니다.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역량 업그레이드 전략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에 속도가 붙고 있어 머지않아 선발 기업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을 비롯한 선발 기업과 격차가 2~3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외 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역량 강화가 지속된다면 격차는 조만간 해소된다는 겁니다.

-인재 영입은 조직 강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

귀하가 추진하려는 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역량 업그레이드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성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물론 역량이 뛰어난 인력으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영입한 직원이 기존 직원과 섞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들어오면 기존 인력들은 일단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로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곁을 잘 내주려고 하지 않죠. 기존 직원들의 경계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에서는 영입한 직원들이 왕따를 당하기도 합니다. 또 두 그룹 간 갈등으로 조직력이 약해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갈등 상황이 길어지고 심해지면 영입한 직원들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떠나는 것은 새로 영입하는 직원들만이 아닙니다. 기존 직원들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자신의 진로를 걱정하게 됩니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위상이 흔들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마저 의심하게 되면서 조직 밖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기존 조직원들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직원들이 업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기존 직원들이 줄줄이 이탈하면 사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영입하지 않은 것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인들이 인재 영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인재 영입을 중단하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2000년대 초반 동부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며 대대적으로 임원을 영입했습니다. 임원을 단순히 스카우트하는 수준을 넘어 공채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스템 경영에 익숙한 삼성 출신을 선호해 경영진이 직접 나서 삼성 출신 임원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했습니다. 그 결과 250여 명의 그룹 전체 임원 가운데 삼성 출신 임원만 100여 명이나 포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임원 영입은 조직적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부작용을 낳으면서 실패로 끝났습니다. 당시 동부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 “삼성 출신 임원들은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자신의 성과 부족을 시스템 미비 탓으로 돌린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부 임직원들은 “우리 회사의 시스템이나 구성원들의 인적 역량이 그렇게 수준이 낮은 게 아닌데 삼성 임원들은 우리를 삼류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임원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영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존 조직원 흔들리면 결국 실패

그러면 기존 직원보다 역량이 한 차원 높은 사람들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효율적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우수한 인재를 대규모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조직적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첫째, 조직에서 새로 영입하는 직원들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조직에서 인력을 교체하는 것은 어항에서 물고기를 키울 때 어항의 물을 바꾸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어항 물을 갈 때 온도와 수질의 급격한 변화는 물고기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심하면 죽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살던 물과 새 물이 적절하게 배합돼야 물고기가 낯선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직원들을 교체할 때도 속도와 규모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조직원들은 이들의 안착을 돕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이 때문에 직원을 영입할 때는 교육 훈련 부담과 적응 속도를 따져봐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한꺼번에 많은 직원이 들어오거나 입사한 직원의 교육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새 직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직원을 많이 뽑아야 하거나 연이어 채용해야 한다면 별도의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조직원들의 교육 부담을 덜어주는 게 좋습니다.

둘째, 인재를 영입할 때 기존 직원들과 역량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있지 않은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의 책임자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조직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 직원보다 업무 역량이 월등하게 앞서 있는 직원들을 영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입한 직원들은 대부분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떠나고 맙니다. 시스템이나 조직 문화가 이들이 업무에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과 업무 역량 격차가 너무 커 함께 일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더라도 기존 조직원들과 호흡이 가능한 수준의 인재를 영입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사다리를 통해 높은 곳에 오를 때 한 번에 두세 계단씩 오르려면 힘에 부칩니다.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계적으로 직원들의 역량 수준을 높여 가야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책임자가 업무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로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조직에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면 변화가 생기고 갈등의 싹이 틉니다. 이때 조직 책임자는 분명한 방침을 정해야 합니다. 다소간의 갈등이나 업무 공백은 조직원들의 변화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합니다. 특히 인재 영입이 본격화한 지 일정한 시간이 지나 기존 직원들이 대거 빠져나갈 때 위기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느끼는 변화의 압력 강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압력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줄지어 회사를 떠납니다. 이렇게 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면 조직이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 조직의 책임자가 분명한 비전과 실행 의지로 남아 있는 직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성공 가능

조직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추진해 성공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도 어렵지만 기존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것도 조직 책임자들을 힘들게 만드니까요. 일부 조직 책임자들은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떠나면 낙담하면서 업무 의욕을 잃기도 합니다. 부담이 너무 커 중간에 포기하는 조직 책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의 역량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조바심을 낸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원들을 한 번에 모두 우수한 인재로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직원들의 역량이 조직 책임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