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 제조 공장…세계 5위 담배 기업으로 ‘우뚝’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1위 담배 회사 KT&G가 지난해 1조482억원의 사상 최대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수출 및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2016년 해외 매출 9414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해외 판매량도 554억 개비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KT&G는 1988년 수출을 시작한 이후 20여 년 만에 ‘세계 5위’ 담배 기업이 됐다. 그 중심에는 1965년 완공 이후 반세기 동안 국산 담배 수출의 메카 역할을 해온 ‘KT&G 신탄진공장’이 있다.

KT&G 신탄진공장은 KT&G가 보유 중인 국내 3개 제조 공장(신탄진·영주·광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초슬림 담배를 생산하는 공장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연간 540여 종 제품 30억 갑 생산

9월 11일 KT&G 신탄진공장. 위생모를 쓰고 에어 워시룸을 통과해 공장 생산동 안에 들어서자 담뱃잎 특유의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원료 보관창고에서 이물질 선별기와 절각기·건조기를 거쳐 잘게 잘려진 잎담배(각초)가 파이프를 타고 궐련 제조기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궐련 제조기에서는 각초를 궐련지로 감싼 후 필터 부착 과정을 거친 개비 담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제조기 1개 라인에서만 분당 최대 600갑(1만2000개비)의 담배가 생산된다. 신탄진공장에는 이런 생산 라인이 41개 갖춰져 있고 연간 최대 생산 규모는 30억 갑(600억 개비)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540여 종의 제품 29억6000갑(592억 개비)을 생산했고 이 중 61.3%를 수출했다.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제조된 담배는 1갑(20개비), 10갑(200개비, 한 보루)씩 순차적으로 포장됐다. 이송 컨베이어를 통해 옮겨진 10갑들이 담배들은 상자 포장기에서 500갑들이 한 상자로 최종 포장됐다. 이어 팰릿에 일정 부분 쌓인 상자들을 무인 로봇이 자동화 창고로 옮겼다.

신성식 KT&G 신탄진공장장은 “원료 가공에서 담배 제조·포장·보관·출하 등 전 과정을 자동화한 상태”라며 “주요 생산 제품은 초슬림 담배 ‘에쎄’로 신탄진공장 총생산량의 83.3%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창고로 옮겨진 담배들은 자동 출고 과정을 통해 KT&G 각 지역 영업 지점을 거쳐 판매점으로 배송된다. 수출용 담배들은 육로를 통해 부산항(60%)과 광양항(40%)으로 이송된다. 부산항에서는 미주·중동, 광양항에서는 중국·동남아 등에 수출할 담배 제품들이 컨테이너선에 실린다.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국내 점유율 60%…세계 50여 개국 수출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KT&G의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은 약 60%다. 세계 담배 시장에서 다국적 담배 회사와 경쟁해 자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지키고 있는 로컬 담배 기업은 KT&G가 거의 유일하다.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하다. KT&G는 미국·중국·중동·유럽 등 세계 50여 개국에 담배를 수출하며 지난해 처음 ‘해외 판매 1조원 시대’를 열었다.

KT&G의 전신인 전매청은 1987년 한국전매공사, 1988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전환됐다. 이후 국내 담배 시장이 외국에 개방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글로벌 기업의 공격적 마케팅과 흡연 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KT&G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1988년 중동 지역에 처음으로 ‘솔(PINE)’ 담배를 수출했다. 민영화 이후에는 러시아 등 해외에 공장을 설립(2010년)하고 인도네시아 현지 담배 회사를 인수(2011년)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1999년 26억 개비에 불과하던 KT&G의 해외 판매량은 2005년 285억 개비로 증가했고 민영화 10년째인 2012년에는 407억 개비로 크게 늘었다. 2015년에는 465억 개비의 해외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내 판매량(406억 개비)을 처음 추월하기도 했다.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2025년까지 ‘글로벌 4위’ 목표

KT&G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톱4’ 담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주력 시장인 중동과 러시아 외에 신시장인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적극 공략한다는 목표다.

KT&G의 주력 브랜드는 ‘에쎄’다. 에쎄는 초슬림 담배로, 1996년 레귤러(일반형) 담배가 대부분이던 국내시장의 틈새를 겨냥해 처음 출시됐다. 초슬림 담배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KT&G는 2000년대 들어 에쎄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모델을 구축하는 등 정교하고 체계적인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다.

에쎄는 저타르와 프리미엄 제품 등 다양한 라인업을 바탕으로 2003년 국내시장 판매 1위에 오른 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에쎄는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다. 2001년 처음 600만 개비가 수출된 이후 세계 초슬림 담배 소비자 3명 중 1명이 선택하는 1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등에서 고급화 전략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던 게 주효했다.

에쎄는 해외 진출 5년 만인 2006년 연간 수출 100억 개비를 돌파했고 2011년에는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해 총 210억 개비가 판매됐다. 에쎄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은 354억 개비로,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63.9%를 차지한다.

KT&G는 이 밖에 국가별 담배 기호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블렌딩해 히트 브랜드로 성장시킨 미국 시장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담배 시장으로, 세계 100여 개 담배 회사가 각축을 벌이는 곳이다.

KT&G는 199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해 2억2000만 개비의 수출량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2배 이상 성장한 26억6000만 개비를 현지에서 판매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 기틀을 마련한 제품은 ‘타임’이다.

수출용 타임은 풍족한 흡연량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해 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국내 제품 대비 20% 늘린 제품이다. 진한 맛을 선호하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블렌딩하기도 했다. 그 결과 출시 첫해인 2011년 17%에 불과하던 타임의 미국 내 판매 비율은 지난해 약 80%로 크게 높아졌다.

[인터뷰]
신성식 KT&G 신탄진공장장 “지역사회와 상생해 세계 최고 담배 공장 만들 것”
담배 수출 ‘1조’의 주역 KT&G 신탄진공장을 가다
▶신탄진공장의 자동화 비율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약 80% 정도로 보면 됩니다. 1965년 완공 이후 국내외 제품 생산 기지 역할을 담당하다가 2014년 3월 약 3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거쳐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췄죠. 중앙 컴퓨터가 설계한 대로 생산 라인이 잘 돌아가는지만 근무자들이 확인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불량 제품은 자체적으로 걸러지고요. 생산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향후 자동화 비율을 약 85% 수준으로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KT&G는 세계 담배업계 최초의 기록을 여럿 보유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2011년 7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생산자 이름을 표기하는 ‘품질실명제’를 도입했습니다. 담배업계에서는 세계 최초 사례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물론 직원들의 품질에 대한 책임 의식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죠. 신탄진공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상용화한 ‘블루밴드’ 기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궐련지 일부분에 특수 물질을 얇은 띠 형태로 코팅해 특정 구간에서 담배를 빨아들이지 않으면 담뱃불이 저절로 꺼지도록 한 기술입니다. 제조 공정 중 궐련지에 순간적으로 특수 물질을 도포하는 코팅 방식으로, 특수 물질이 미리 코팅된 궐련지를 사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공법입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KT&G 신탄진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총 30억 갑(600억 개비) 수준으로, 국내 총 담배 수요의 66% 이상을 차지합니다. 현재 1000여 명이 근무 중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을 지역 주민으로 채용하는 등 지역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설 겁니다. 지난해 신규 채용한 고졸 사원 등이 앞으로 40년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터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