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쏟아지는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주택 수요’ 참여정부 이후 최고치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급등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 3일 기준 주간 상승률은 0.95%로, 2006년 11월 13일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KB국민은행 주간 통계가 시작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주간 상승률이 0.9%를 넘었던 적은 2006년 10월 23일부터 4주에 불과해 이번 상승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폭발한 서울 집값, 참여정부 악몽 재현되나
◆ 인플레이션이 불러왔던 집값 폭등

무주택자에게는 참여정부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다. 2006년에는 두 차례의 상승장이 있었다. 2006년 봄 이사철에 있었던 상승장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상승장이었다.

2005년에 있었던 8·31 조치 때문에 눌려 있던 시장 에너지가 2006년 봄 이사철을 계기로 폭발하면서 1차 상승을 가져왔다.

그런데 2006년 가을에 있었던 상승장은 실수요자들, 정확히는 무주택자들이 주도한 상승장이었다. 2006년 1차 상승장이 탐욕이 빚은 결과였다면 2차 상승장은 공포가 빚은 결과였다.

2000년대 초반 상승의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DJ정부는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로 결정한다.

1998~1999년 통화량이 40%나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돈이 풀리는 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중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다.

하지만 이런 무주택자들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참여정부에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대체지로서 용산 쪽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하고 한편으로는 분당 옆의 요지에 대규모 신도시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것이 판교다.

판교만 당첨되면 인생 역전이라는 생각이 그 당시 무주택자들에게 퍼지면서 2005년과 2006년 봄의 상승장에서도 심리적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2006년 가을 판교 청약이 시작되니 이런 무주택자들이 몰리면서 단지에 따라 수십 대 일에서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게 된다. 수많은 무주택자들 중에서 극히 일부만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문제는 판교 청약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무주택자로 남은 사람들이다. 당첨자는 극히 일부이고 탈락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기대했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그중 일부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한다.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가을 상승장이 시작된 것이다. 소위 하우스 푸어가 양산된 시기가 이때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 위기가 한국을 덮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2013년까지 5년간 하락장을 경험하게 된다. 뒤늦게 내 집 마련 대열에 나섰던 무주택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시간은 더 흘러 2018년이 됐다. 2017년 8·2 조치로 눌렸던 시장 에너지가 1분기에 분출되면서 시장은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8·2 조치의 실질적인 효력 발생 시점인 2018년 4월로 넘어오고 정부의 으름장이 더해지면서 2분기의 서울 주택 시장은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이는 2차 상승을 위한 에너지 축적 기간에 불과했다. 2018년 8월부터 시작된 2차 상승의 원인은 8·2 조치의 부작용 때문이다.
폭발한 서울 집값, 참여정부 악몽 재현되나
◆ 8·2 조치의 부작용이 불러온 집값 상승

그러면 왜 집값이 오르고 있을까. 장기적으로는 서울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매물 부족 때문이다.

서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팔려는 사람이 적어서다. 서울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은 것은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믿음이 시장에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안 사면 영영 서울에서는 내 집을 소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강력한 매수세로 등장한 것이다. 더구나 집값이 떨어지는 지방에 사는 사람조차 지방 집을 팔고 서둘러 서울에 집을 사려는 것이다. 이러니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넘쳐난다.

반대로 집을 팔려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마디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으니 팔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한 채 있는 집을 팔았는데 다른 집값이 더 올라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8·2 조치가 매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가 42개 조정 대상 지역에서 집을 팔려고 하면 기존 세금에 양도 차익의 10~20%를 더 내야 한다. 또한 임대 사업자는 의무 보유 기간인 8년 이내에는 집을 팔 수 없다.

안정적인 임대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지만 시장에 매물을 8년간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1가구 1주택자도 예전에는 2년 보유만 하면 자유로이 팔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3년을 보유해야 하고 그 집에서 3년을 꼭 살았어야만 팔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한다고 한다. 1주택자의 매물도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사람들이 집을 파는 것을 막고 있으니 시장에 매물이 사라지게 된 것이고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서울의 집값은 떨어질까. 아니다. 당분간 더 오를 것이다. 그 이유는 8·2 조치의 모순점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이란 언제까지일까. 2006년에 서울 집값이 오르다가 2008년부터 집값이 떨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2년 후 집값이 떨어질까. 그것은 아니다.

첫째, 2008년부터 집값이 떨어졌던 것은 한국 주택 시장의 문제라기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 위기 때문이다.

2년 후 국제 금융 위기 사태가 우연히 다시 발생한다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역대 최대의 활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 12년 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2006년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었고 이는 거품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06년 당시에는 서울 아파트 값에 거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품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서울 집값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적인 의미의 말이지 결코 아무거나 아무 가격에 마구 사라는 것은 아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