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의 기업 가치 100배 키우기]
-글로벌 기업은 현장의 대답보다 과거의 이력에 집중, 면접 관리는 채용 브랜드와도 직결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Q 우리 회사는 올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직원을 많이 뽑았습니다. 그런데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 대한 내부 평가가 각양각색입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기대와 달리 성과가 매우 부진한 직원도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퇴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채용 방식이나 절차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면접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면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업무 역량이 부족하거나 조직 적응에 문제가 있는 후보자들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면접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의 면접 방식과 절차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또 국내의 선발 대기업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들의 면접 방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의 면접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다 보니 외국 기업들은 어떻게 후보자들을 면접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들의 면접은 한국 기업들의 면접과 많이 다를까요. 글로벌 기업의 면접에서 우리 회사가 수용할 것이 있을까요.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호감’… 면접관이 흔히 빠지는 함정들
A 한국의 대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글로벌 선발 기업들은 채용에서 면접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면접 외에도 후보자를 검증하고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면접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면접만 충실히 해도 얼마든지 인재를 제대로 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가 인재를 잘 뽑기 위해 면접 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은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들의 면접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끊임없이 표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체로 누가 면접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면접 방식과 절차를 표준화하고 있습니다. 면접관 사이의 편차를 최소화해 면접관이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원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장치가 면접관들이 사용하는 질문지입니다. 회사가 질문지를 사전에 만들어 배포해 면접관들이 질문지에 기반해 면접을 진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질문지는 면접할 때 면접관들의 질문이 개인적 관심사로 흐르지 않도록 제어하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후보자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 그런 역량을 현장에서 펼쳐본 경험이 충분한지, 회사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문화적 적합성을 갖췄는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게 하는 겁니다. 누가 면접관이 돼도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이끌어내 같은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죠.


◆‘표준화된 질문지’ 사전에 만들어야

일반적으로 면접관들이 후보자를 면접하는 과정에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겁니다. 면접관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비슷한 후보자들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자신과 같은 배경을 공유하고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을 높게 평가합니다. 면접에서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하는데 자꾸 자신과 비슷한 점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게 되는 것이죠. 질문지는 면접관들의 이런 실수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면접에서 질문지를 사용하면 면접 시간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대일이나 다대다 면접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기업의 면접 시간은 짧게는 30분, 길어도 두 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여러 면접관들이 자신들이 관심이 있는 질문을 한두 개씩 하다 보면 시간이 다 지나고 맙니다. 정작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면접이 끝나는 곳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고 면접 시간을 한없이 늘릴 수도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면접에서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면접팀이 여러 명으로 구성되는 것은 혼자 면접할 때 후보자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검증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에 따라 편향된 면접이 이뤄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전에 공을 들여 만든 면접지를 활용하면 면접관 한 명이 일대일 면접을 해도 필요한 것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복 질문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심층 면접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선발 기업이 사용하는 질문지는 철저하게 후보자의 과거 행동을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후보자에게 가상의 상황을 제시한 뒤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과거의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가 어땠는지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죠.

글로벌 선발 기업들이 후보자의 생각이나 의견보다 과거의 행동에 관심을 두는 것은 과거의 행동을 통해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사람의 미래 성과나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지표는 과거의 성과나 행동이라는 겁니다. 특히 가장 최근의 성과나 행동이 미래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면접 때 최근 성과나 행동을 파악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후보자가 처한 상황이 가급적 직무 수행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즉 후보자가 입사 이후 직무 수행 과정에서 부닥칠 만한 상황에서 후보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최근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많이 활용하는 ‘인바스켓(in-basket) 과제’를 통한 평가는 이런 면접 방식을 확대 강화한 것입니다. 입사 이후 회사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후보자를 투입하는 것이죠. 이때 후보자가 어떤 태도와 행동을 하는지를 통해 직무 수행 능력을 파악하는 겁니다.



◆‘면접관 교육’도 글로벌 기업의 필수 사항

글로벌 선발 기업 면접의 또 다른 특징은 면접 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면접 뒤 반드시 면접 과정과 결과를 평가한다는 겁니다. 우선 사전 교육을 통해 면접관들로 하여금 이번 면접에서 누구를 왜 뽑으려고 하는지, 뽑는 사람이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 숙지하게 만듭니다. 또 직무나 직급에 따라 어떤 질문지를 선택하고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들끼리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 절차는 어떻게 진행할지, 어떤 분위기에서 면접을 진행할지 논의해 결정합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들은 특히 면접관들이 후보자를 충분히 알고 면접장에 들어가도록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를 위해 면접 전에 후보자의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 평판조회 자료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합니다. 면접관이 이런 자료들을 사전에 읽어본 뒤 면접 때 후보자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고민하면서 체크 리스트를 만들도록 하려는 것이죠. 면접관들이 후보자를 잘 알고 들어올수록 면접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심층성도 강해지니까요.

우리는 가끔 면접이 진행되는 자리에서 면접 관련 서류를 읽는 면접관들을 봅니다. 이렇게 준비 없이 면접에 임하는 면접관들은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후보자를 파악하는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후보자를 파악하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정작 중요한 후보자의 답변은 건성으로 듣습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들의 면접장에는 적어도 이런 사람들이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참여하니까요.

글로벌 선발 기업들은 또 면접이 끝난 뒤 매번 면접 방식과 절차를 수정 보완합니다. 먼저 면접관이 뽑은 후보자가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만약 반복적으로 부적합한 후보자에게 좋은 점수를 준 면접관이 발견되면 교육을 실시하거나 교체합니다. 또 사용된 질문지가 후보자를 뽑는데 효과적이었는지도 판단해 잘못된 것은 폐기하고 부족한 것은 보완합니다. 면접장이나 면접 시간, 면접의 분위기가 후보자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데 적절했는지도 들여다봅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들의 면접은 이렇게 정교하게 설계돼 있고 체계적으로 진행됩니다. 면접관의 취향이나 역량에 따라 후보자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도록 다방면에서 보완책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선발 기업들이 뽑는 직원들은 대체로 조직 문화에 잘 적응하고 업무 역량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귀하의 회사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선발한 직원들의 편차가 크지 않습니다.

면접 후보자를 세심하게 배려해야 ‘성공’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글로벌 선발 기업은 면접이 회사의 채용 브랜드와 직결돼 있다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면접에서 통과하는 사람보다 탈락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직원을 제외한다면 이렇게 면접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내면을 가까이에서 가장 깊이 들여다본 사람들입니다. 이 때문에 회사 밖에서 제삼자의 시각으로 회사 이야기를 가장 실감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채용 브랜드가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수한 후보자들의 지원을 적극 유도할 수 있고 반대로 강하게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면접에서 탈락한 후보자들이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글로벌 선발 기업의 면접관들은 이 때문에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면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합니다. 지금 진행하려는 면접은 면접관이 후보자에게 일방적으로 질문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호간 자유로운 의견 교환 자리라는 점을 주지시킵니다. 특히 후보자가 자신의 생각과 장점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후보자의 말을 끊거나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면접은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설명하는 투자 설명회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니까요.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191호(2018.09.17 ~ 2018.09.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