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하얏트’ 중국은 ‘신라’ 애용, 객실 비워도 홍보 효과 엄청나 업계 ‘촉각’
‘방남’ 김정은, 어느 호텔 묵을까?…국가마다 선호 호텔 ‘제각각’
각국의 정상회담과 주요 행사가 열릴 때마다 언론이 주목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호텔이다. 호텔은 국제 행사가 이뤄지고 주요 인사들이 머무르면서 역사적 행사의 배경이 됐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카펠라 호텔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은 어느새 우리 귀에 익숙한 장소가 됐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주목받은 것은 회담 장소인 카펠라 호텔뿐만이 아니었다. 외신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최고의 수혜자’가 싱가포르라고 할 만큼 싱가포르는 큰 경제적·정치적 수혜를 얻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가 1박에 650만원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 숙박비를 포함해 약 2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61억원)를 기꺼이 부담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머무를 호텔에 대한 관심은 서울로 이어졌다. 김 국무위원장의 답방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답방 숙소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답방이 성사될 시 사상 최초로 북한 최고 지도자가 서울에 오는 만큼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방남’ 김정은, 어느 호텔 묵을까?…국가마다 선호 호텔 ‘제각각’

◆김정은 위원장 답방 시 숙소로 워커힐 유력


각 나라의 정상급이 오면 선호하는 호텔도 다르다. 미국 정상은 주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중국 정상은 주로 장충동 신라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 관계자들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방한했을 당시 워커힐 호텔을 이용했다.


워커힐 호텔은 도심에서 떨어져 있고 인근에 높은 시설이 없어 경호에 유리하다. 호텔 뒤쪽을 산이 가로막고 있어 호텔로 올라가는 길을 막으면 차량이 진입할 수 없고 출입구가 두 곳밖에 없어 취재진이나 외부인들의 통제도 수월하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김 국무위원장의 답방 시 워커힐 호텔이 숙소로서 가장 유력하다고 말한다.


남산 자락에 자리한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들의 단골 숙소로 사용돼 왔다. 올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도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선택했다.

1992년에는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1998년에는 빌 클린턴, 2008년에는 조지 워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머물렀다. 한국을 네 번이나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 중 두 번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묵었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 시에도 그랜드하얏트에서 머무를 계획이었지만 방한 5일 전 호텔 보일러실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숙소가 신라호텔로 변경됐다.

그랜드 하얏트 역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내에 있는 호텔 중에서는 경호가 유리한 편이다. 그랜드 하얏트가 용산 미군기지와 가깝다는 것과 ‘하얏트’가 미국 브랜드라는 점도 미국 대통령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롯데호텔 서울은 오치르바트 전 몽골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찾았다. 롯데호텔은 서울뿐만 아니라 해외법인 역시 세계 VIP들의 단골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욕에 있는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은 각국 정상들이 선호하는 호텔로 알려져 있다. 뉴욕 유엔총회장과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 6월 개최된 북·미 실무자 회담 역시 이 호텔에서 열렸다.


롯데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끈끈하다. 2013년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단지 내 러시아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롯데는 러시아에만 4개 호텔(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사마라)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롯데호텔블라디보스토크는 올 9월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을 위해 러시아 정부가 통째로 대관했다.

롯데호텔 마이스 담당자는 “국제회의 등 마이스 행사 개최 시 낙수효과가 크다”며 “대인원이 투숙하면서 이들이 호텔 내 각종 시설을 이용하고 객실 외 기타 매출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방남’ 김정은, 어느 호텔 묵을까?…국가마다 선호 호텔 ‘제각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역대 중국 요인들이 서울을 찾을 때는 신라호텔에 묵었다. 신라호텔의 전신은 국빈 숙소인 영빈관이다. 이 덕분에 신라호텔은 개관 때부터 VIP를 맞는 국내 최고 호텔의 이미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1994년에는 연형묵 당시 북한 총리가 신라호텔에 머무른 적도 있다.

◆부시 전 대통령 위해 개발한 ‘부시버거’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덕에 개발된 메뉴도 있다. 2005년 APEC 회의가 열렸을 때 부시 전 대통령은 호텔 측에 버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호텔은 정상회담 이후 ‘부시버거’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특제 햄버거를 팔았다. 이 버거는 여전히 부산 웨스틴 조선호텔 다이닝 펍 오킴스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코엑스 단지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코엑스 컨벤션, 무역협회, 카지노 등과 ‘마이스 클러스터(MICE Cluster)’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회의를 위해 참석한 VIP들이 머무르는 숙소로 이용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ASEM, G20, 핵안보 정상회의 등의 국가적 행사들은 물론 크고 작은 국제 컨벤션 이벤트의 본부 호텔 역할을 수행했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국빈이 방문하면 호텔 전체를 다 비우고 기존 고객의 예약을 취소해야 할 때도 있어 객실 판매 수익으로만 따지면 호텔로서는 손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호텔은 국빈 방문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한 교수는 “국제적인 이벤트가 호텔에서 열리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고 VIP를 접객할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췄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호텔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새로운 마이스 행사와 고객을 유치하는 등 꾸준한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 시 숙소이자 본부로 뉴욕팰리스 호텔을 이용하면서 타 계열사에도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전파할 수 있었고 해외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3호(2018.12.17 ~ 2018.12.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