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설 명절을 앞둔 1월18일 금요일 오전, 중소기업 A사의 회계업무담당자 C씨는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영업부서의 말단 직원부터 A사의 고위직까지 수십명이 ‘왜 법인카드 결제가 제대로 안되느냐’고 항의를 해온 것. 연말 정산에, 연휴를 앞두고 상여금과 월급 지급 준비에 가뜩이나 바쁜 가운에 전화통까지 불이 나니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사정은 이렇다. A사의 법인카드 월간 총 한도는 2억원이다. A사 직원들은 30여개의 법인카드를 가지고 한도 금액 안에서 영업비 등 필요한 경비를 그때그때 사용한다. 직급과 직책에 따라 각 카드별로는 한도가 작게는 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주 초반인 지난 14일 한 직원에게 문의가 왔다. “한도 초과로 결제가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C씨는 아마도 그 직원이 한도금액을 다 썼겠거니 하고 현대카드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의 한도는 아직 ‘넉넉하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그 직원에게 추가한도를 줘서 ‘급한 불’을 끄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그 직원 뿐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속속 ‘한도초과 걸렸다’며 전화해오기 시작한 것.

법인카드 카드 총한도도, 담장 직원들의 법인 카드 한도도 넉넉한 상황에서 이런 이상상태를 의아해 한 C씨는 카드사에 정식으로 문의를 했다. A사는 법인 설립 당시부터 현대카드를 사용해온 우수고객이기 때문에 현대카드는 그간 따로 이 법인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전담직원을 콜센터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엔 “오류를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전담직원은 사태가 계속 이어지자 전화 연결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에 이메일까지 보내봤지만 며칠째 묵묵부답이었다. 물론 30여개의 법인카드 중 어떤 것은 한도오류가 나고 어떤 것은 그런 일이 없기에 번거롭지만 그때그때 홈페이지에서 한도를 바꾸고, 오류가 나는 카드를 교체해가며 며칠을 버텼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까지 직접 발벗고 나서기로 유명한 ’슈퍼콘서트‘ 등의 문화마케팅으로 유명한 회사다. 여기에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등의 차별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최근 추락하는 경영실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카드의 영업수익은 2조1869억 원, 영업이익 1633억 원, 당기순이익 1296억 원이다. 직전년도 동기(영업수익 2조1398억 원, 영업이익 2421억 원, 당기순이익 1838억 원)와 비교하면 영업수익은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2.5%, 29.5%씩이나 감소한 상태다.

휴면카드도 큰폭으로 늘었다. 현대카드의 있는 휴면카드 수는 총 80만장으로 전년 동기보다 24만3000장 급증했다. 급기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AA+)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현대카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업’은 잘 되는 데 ‘본업’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의 ‘기본’인 결제시스템이 고객의 편의에 부합하지 않고 상담에도 대응이 부실하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한편 현대카드 측은 "법인카드의 경우 사용처별 한도가 정해져 있을 수 있다" 며" 또 이를 테면 상품권 같은 특정 사용처 경우 신용카드로 일정 한도 이상을 구매하면 ''한도초과'로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 해당상품의 한도를 높여주면 문제가 해결되며 카드사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07호(2019.01.14 ~ 2019.01.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