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수소택시에서 발전소·드론까지 '수소 경제'가 달린다]
- 연료효율·주행성능 합격점
- 충전소 인프라·충전 시간 보완은 과제로
‘수소택시 시대가 온다’…회사도 운전사도 ‘만족’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얼마 전부터 도로 위에 심상치 않은 택시가 돌아다닌다. 수소전기차 ‘넥쏘 택시’다. 신기하면서도 다소 의아하다.

‘아직 충전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텐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이런 생각도 잠시, 파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려진 수소택시를 본 날 왠지 기분이 좋았다. 뭐랄까, 주변 공기가 맑아진 느낌이다.

그런데 만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본 것이 전부다. 도저히 궁금해 참을 수 없다. 수소택시를 타기 위해 하루 날을 잡고 도로 위에서 마냥 기다렸다.

하지만 전혀 보일지 않는다. 주황색 영업용 택시와 하얀색의 개인택시 수백 대가 지나가는 동안 수소택시의 ‘수’자도 보지 못했다.

곧바로 수소택시가 몇 대나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전국에 총 11대다. 이 중 서울에서 10대가 택시 회사 2곳(각각 5대)을 통해 시범 운영 중이고 경상남도 창원에서 개인 수소택시 1대가 운행 중이다.

전국에 25만 대(법인 9만 대)의 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수소택시 비율은 0.004%밖에 안 된다. 이러니 수소택시를 보기가 어려울 수밖에….

결국 서울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관련 부서인 기후대기과 그린카인프라팀에 협조 요청을 하고 수소택시를 운영하는 택시 회사의 연락처를 받아 취재 요청과 함께 탑승 예약을 했다.

◆ 시동 걸렸나? 정숙성·주행 성능 ‘갑’

10월 8일 오후 2시. 드디어 수소택시를 타보는 날이다. 10월 4~1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지원을 나가는 수소택시였지만 이날은 운 좋게 일정이 비어 이용할 수 있었다.

수소택시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택시 회사 차고지. 수소택시를 시범 운행하고 있는 은평구 증산로에 있는 삼환운수다. 이날 기자가 타기로 한 수소택시 한 대가 차고지에 떡하니 자리해 있다. 나머지 4대는 운행 중이란다.

주황색 일반 택시 사이에 파란색 자태를 뽐내고 있는 수소택시가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저 택시를 타면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다시 밀려온다.

본격적인 탑승에 앞서 이성우 삼환운수 관리부장에게 수소택시 운영에 대해 물어봤다. ‘운전사들의 반응은 어떤지’, ‘일반 택시와 비교해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등.

이 부장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일단 수소택시는 합격점입니다. 연료 효율, 운전사 만족도 모두 좋아요. 다만 충전이 좀 불편하긴 한데 앞으로 나아지겠죠.”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이날 수소택시를 운행해 줄 택시 운전 경력 12년 차의 베테랑 이창현(47) 운전사와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했다.

운행 코스는 삼환운수 차고지에서 여의도에 있는 국회수소전기차충전소(증산로→강변북로→국회대로)를 왕복하는 총 22.52km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 벨트를 매자 수소택시가 움직인다. 무척이나 고요하다.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일반 차량에서 들리기 마련인 엔진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마치 전기자동차같이 ‘스르륵’하며 바퀴가 굴러간다.

그도 그럴 것이 수소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주행 특성이 일반 전기차와 비슷하다. 다만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달린다는 점이 일반 전기차와 다르다. 수소택시는 매연이나 기름 냄새가 전혀 없다.

고속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증산로를 빠져나와 고속 구간인 강변북로를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차창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 소리만 들릴 뿐 이렇다 할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다.

◆ 충전소 없고 3대 충전에 1시간 소요
‘수소택시 시대가 온다’…회사도 운전사도 ‘만족’
운행하는 도중 운전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운전사에게 물었다. 이 운전사는 “택시보다 시야가 넓고 차량 승차감도 좋아 만족한다”며 “다만 충전소가 1개밖에 없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려 불편하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드디어 도착한 기점, 국회수소전기차충전소. 운전사가 단점으로 꼽은 문제가 무엇인지 매의 눈으로 살펴봤다. 우선 수소택시가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서울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현재 서울에는 총 3개(상암·양재·여의도)의 수소 충전소가 있는데 상암은 수소 충전 압력이 약해 50% 정도밖에 충전이 안 된다. 아예 수소택시의 진입을 막아 놓았다.

양재 충전소는 완충이 가능하지만 현대차가 무료로 충전해 주고 있어 차량이 많이 몰리고 충전 제공도 50%로 한정해 놓았다. 이 때문에 수소택시는 모두 국회수소전기차충전소를 이용한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이에 따라 수소택시 운전사들은 교대(주·야간 2교대)하기에 앞서 꼭 이곳에서 충전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와 달리 5분이면 충전되는 수소라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충전 시 발생하는 냉기로 인해 차량 충전 주입구와 충전기가 붙어버린다.

이를 녹이는 시간만 10~15분이 소요된다. 충전기도 1대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량 앞에 2대만 서 있어도 충전하려면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실제로 이날 약 30분간 머무른 국회수소전기차충전소에는 계속 3~4대의 수소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충전을 담당하는 직원 김성묵(31) 씨는 “차량 한 대당 충전 시간이 20분 정도 걸린다”며 “아무래도 알려진 것(5분)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짜증을 내거나 차량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 2020년 충전소 20개 건립 예정
‘수소택시 시대가 온다’…회사도 운전사도 ‘만족’
이때 차량에 수소를 충전하고 있는 개인 수소차 오너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거주지가 인천이라고 밝힌 박병학(47) 씨는 “충전소가 인천에 없어 여의도에 올 때마다 무조건 충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충전이 불편하긴 하지만 기존에 타던 차량보다 우월한 차량 성능과 연비, 친환경차에 제공되는 각종 세제 혜택이 너무 만족스럽다”며 수소전기차를 치켜세웠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충전소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수소 충전소 보급과 운영을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의 권성욱 수소인프라운영실 부장을 만났다.

권 부장은 “하루에 이곳을 방문하는 차량이 약 40~50대 정도”라며 “워낙 충전소가 없어 차량 오너들이 불편해 하지만 내년에 충전소를 전국에 총 20곳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이용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전 시 발생하는 냉각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냉각으로 (차량 충전구와 주입구가) 달라붙는 문제는 지금도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설을 구축하는 비용이라며 앞으로 차량이 더 많이 보급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수소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권 부장에 따르면 국회수소전기차충전소를 세우는데 부지 임대비용 5억원(정부 지원으로 50% 할인), 충전 시설 설립에 2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이렇게 충전소를 둘러본 후 다시 출발지였던 삼환운수로 돌아가기 위해 수소택시에 올라탔다. 현실을 파악한 후 운전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운전사는 “수소전기차는 기존 LPG보다 약 30~40% 정도 연비 효율이 좋다”며 “충전 인프라만 구축되면 수소전기차는 택시 회사의 수익 구조와 환경적인 문제에서 분명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본격화되고 있는 수소전기차 시대 그리고 막 발을 떼기 시작한 대중교통 수소택시,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분명 머지않은 미래에 수많은 수소택시들이 전국을 누비게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 운행한다던 수소전기버스는 왜 안 보일까
- “충전소 건립 주민 반대에 발 묶여”

수소택시를 취재하며 수소전기버스도 함께 이용해 보기 위해 알아봤다. 그런데 올해 초만 해도 보급돼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도무지 실체가 없다. 서울에선 405번 노선에 투입됐다고 하는데 수소전기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서울시에 알아봤다. 버스 운행을 위한 핵심 시설인 전용 충전소가 확보되지 않아 수소전기버스가 반납됐다고 한다. 현재는 서울에 수소전기버스가 단 1대도 없다. 당분간 도입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유는 버스 운행을 위한 핵심 시설인 전용 충전소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강북 지역의 공영 차고지 한 곳에 버스 전용 수소 충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 주민 반발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한 수소전기버스는 완전히 충전됐을 때 주행거리가 약 450km, 충전소만 건립되면 시내를 달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더욱이 수소전기버스가 거리 1km를 주행하면 4.9kg의 미세먼지 등의 공기가 정화되는 효과는 덤이다.

하루빨리 충전소가 건립돼 수소전기버스가 도로를 달리 수 있기를, 미세먼지 없는 서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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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