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300대 기업 인사 담당자가 뽑은 2019 전국 경영대 랭킹]-김재욱 고려대 경영대학장…시대 변화 반영한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3개 트랙 신설
[2019 전국 경영대 랭킹] “경영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앞서 갑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한국 대학 역사상 최초로 경영학의 문을 열었다. 깊은 역사만큼 대외적 위상도 뛰어나다. 한경비즈니스가 2008년부터 실시한 ‘전국 경영대 평가’에서도 고려대는 12년 동안 국내 최고 경영대 자리를 지켰다. 그뿐만 아니라 2019년 국내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단일 학과다.

지난해부터 고려대 경영대를 이끌고 있는 김재욱 학장은 취임 이후 교육 커리큘럼 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려대 경영대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내년에는 경영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도 신설할 예정이다.

그는 “경영 교육의 변화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12년째 1위입니다. 고려대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교육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많은 결론 중 하나가 바로 ‘연구력 강화’였습니다. 연구력 강화를 위해 인간 중심 투자를 이어왔죠. 그 결과 경영대 전임교수만 79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특히 교수진을 구성할 때 출신 학교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습니다. 교수진 중 고려대 경영대 출신 교수는 40%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하버드대·와튼스쿨·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석학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올 3월에도 교수 채용이 있었는데 고려대 출신은 1명만 뽑았습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철학은 우수함입니다. 더 우수한 사람이 있는데 순혈주의로 가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하드웨어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바꾸려면 하드웨어도 동시에 손봐야 했습니다. 경영대는 고려대 역사상 건물에 가장 많이 투자한 단과대입니다. 특히 LG포스코 경영관 준공을 위해 당시 교수진과 설계사·시공사가 함께 8박 9일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았습니다. 미국 선진 경영대를 벤치마킹하며 경영학 교육을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배웠죠. 공간에 따라 수업 방식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바꾸려면 하드웨어도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장 취임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1년간 시대의 변화를 교육 커리큘럼에 녹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고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교육 기관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경영학은 지금까지 재무·회계·마케팅 등 기능 중심으로 교과목이 개설돼 왔습니다. 물론 마케팅 전문가나 회계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어떻게 해야 사회 일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2019년 학부에도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커리큘럼을 도입했고 2020년부터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 경영 커리큘럼’, ‘기업가 정신과 혁신’ 등 3가지 커리큘럼이 신설됩니다. 이 교과목 트랙의 기반은 ‘마이크로 디그리’입니다. 이 커리큘럼에서는 경영대에서 제공하는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와 함께 체계를 잡아 일정 수 이상의 과목을 들으면 전공으로 인정할 계획입니다. 또 졸업 시 학위에 이 커리큘럼을 전공했다고 증명할 예정입니다. 3개 트랙을 우선 개설하고 향후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와 헬스케어 매니지먼트 등 특정 전문성을 조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수요자 중심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커리큘럼의 변화와 함께 학교 교육이 사회와 산업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교육 기관은 세상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배출해야 하잖아요. 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된 급격한 ‘디지털 전환’을 경영 교육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연구하고 교육해야 하는지 준비해 왔습니다.

고려대 경영대는 새로운 경영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내년 안에 ‘센터 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비즈니스(가칭)’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 센터는 한마디로 교육 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교과목 커리큘럼 변화 역시 경영 교육 디지털 전환의 연속선상입니다.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과의 협력도 이뤄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가치 공유를 강조하고 있는 SK그룹의 투자를 받아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교과 과정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경영학 교육은 단순히 뛰어난 개인을 길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9 전국 경영대 랭킹] “경영 교육의 디지털 전환에 앞서 갑니다”

-고려대 스타트업연구원 출신 스타트업들의 성과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연구원이 개설된 지 3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졸업 기업 가치 평가 금액은 무려 약 410억원에 달합니다. 학교에서는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 지원, 컨설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과 직접 매칭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열린 츄츄데이(데모데이)에 투자자 146명이 참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죠.”

-사회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스타트업연구원 입주 신청 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1년에 총 12팀을 뽑는데 2016년 처음 모집 당시에는 10팀이 지원했다면 지금은 40여 팀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간 제약이 있어 뽑힌 팀들을 우선으로 인큐베이팅하지만 아쉽게 탈락한 팀들에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원자가 원하는 만큼 없었다면 지금은 스타트업연구원 내에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뉠 정도로 신청 팀과 그들의 역량 역시 늘고 있죠.”

-학생 창업을 위해 정부나 기업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창업 교육과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정부도 나름대로 지원하고 있지만 창업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정부 차원의 청년 창업 지원은 도시재생 위주로 접근하거나 단순히 점포를 여는 ‘장사’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북구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경영대학 등 여러 대학이 밀집돼 있어 연구·교육 클러스터가 이미 잘 갖춰져 있습니다. 반경을 조금 넓히면 동대문구·성동구 등에도 많은 대학이 밀집돼 있죠. 정부 차원에서 이 클러스터를 잘 활용해 연구 중심 대학들에 창업 붐이 일 수 있는 지원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경영학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 중에서도 연구 중심 대학에 전략적인 투자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에서는 경영대에서도 스템(STEM : 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인증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이지만 다른 학문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적 자원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국내 사립대가 훌륭한 인재를 교수진으로 선발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국내 대학들이 최근 인공지능(AI) 대학원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AI 인재들의 높은 연봉을 맞추기 힘들어 제대로 된 교수진을 모셔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동결한다면 다른 차원에서의 정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각 분야의의 인재들에게 동기부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게 만들까’라는 고민을 정부에서도 같이 해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고려대 경영대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대학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가치는 고객에 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머물러 있지 않고 시대의 요구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대의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지만 어떻게 보면 늦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스템 인증을 받은 외국 대학을 벤치마킹할 예정입니다. 경영 교육과 연구가 자연과학·공학·의학과도 같이 접목할 수 있도록, 또 그런 융합 학문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체계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대담=이홍표 취재편집부장, 정리=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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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3호(2019.12.02 ~ 2019.12.0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