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한경

MONEY

[big story]가상자산 투자, 생존의 법칙은

그야말로 ‘투기’와 ‘투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가상자산 시장의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식지 않는 현재의 이 투자 광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까. 인류는 역사적으로 몇 차례의 경제 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1637년 발생한 네덜란드의 ‘튤립 거품 붕괴’, 1720년 영국 남해회사의 파산이 몰고 온 주가 폭락, 같은 해 프랑스에서 일어난 미시시피회사의 파산과 주가 폭락, 2000년의 닷컴 거품 붕괴, 그리고 2008년 180년 전통의 리먼브러더스 은행의 파산을 몰고 온 주택 거품 붕괴가 그것이다. 이들 거품 붕괴로 많은 사람이 재산을 날렸고, 셀 수도 없는 기업이 도산했다. 르네상스 시절 메디치 가문은 사람들이 예금한 돈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많은 이자를 받는 획기적인 금융 기법, 즉 신용 통화 창출 방법을 발전시켰다. 은행이 창조한 통화는 실물자산과 연동하지 않고, 은행 계좌에 존재하는 숫자에 불과하다. 다만, 사람들이 은행을 신뢰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고 은행을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너무 과도하게 신용 통화 창조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은행이 파산하는 일이 벌어졌고, 고객들이 은행을 믿고 맡긴 예금의 안전성에 의문을 던졌다. 중앙집권화된 은행 시스템의 문제는 또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 정책은 은행의 신용 통화와 맞물리면서 시중에 엄청난 유동자금을 공급한다.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상승시킴으로써 경기 침체를 불러오곤 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살포한 통화는 물가를 부추겼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큰 폭으로 이자율을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율은 쉽사리 꺾기지 않는다. 고금리 정책과 전통 금융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 끈적끈적(sticky)한 인플레이션은 중앙집권화된 금융 시스템의 문제와 금융정책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집중화된 은행이 갖는 이런 위험성을 우려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분산원장 기술을 채택한 암호화폐, 즉 비트코인은 낯선 사람의 돈과 돈을 연결하는 은행의 자금 거래 방식을 은행 없이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비트코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 거래에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계좌를 개설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 더 빠른 시간에 송금할 수 있다. 코인ATM레이더(Coin ATM Radar)의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몇 개의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현금지급기(ATM)가 71개 나라에 3만6606개가 설치돼 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를 현지 통화나 달러로 환전하는 중개소는 이보다 훨씬 많은 23만4846개가 활동 중이다. 전쟁으로 금융기관이 마비돼 달러를 환전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유럽으로 가서 현금화했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아프리카 오지 출신의 청년이 유럽에서 일해 받은 보수를 고향의 부모님께 송금할 때도 비트코인을 이용한다. 그것도 10~20분의 짧은 시간에 값싼 수수료를 지급한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수천 개의 다른 암호화폐가 생겼다. 이들 암호화폐도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블록체인 구조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거래 속도, 보안, 익명성, 스마트 계약 실행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을 추구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기본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는 플랫폼 기술 제공에다 암호화폐를 만들어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런 면에서, 사람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는 디지털 세계에 통용되는 신기술이라고 평가한다. 반대로, 암호화폐가 기술적으로 혁신적일 수 있으나, 이것이 자산으로서 안정성이나 가치 보존 수단이 아니라는 반대론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21년의 상승장과 2024년의 차이는 거품이 꺼지면서 튤립, 남해회사, 미시시피회사, 많은 닷컴 기업, 그리고 리먼브러더스는 사라지거나 가치가 없어졌다. 비트코인은 지난 15년 동안 거품이고 쓰레기라는 혹독한 비난에도 살아남았다. 2016년 이후에만 두 차례의 1000%가 넘는 가격 폭등과 또 두 차례의 80%에 이르는 폭락을 경험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폭락할 때마다 비트코인은 끝났다는 말이 무성했다. 역설적으로 어찌 된 일인지, 폭락을 거듭할수록 비트코인은 더 높은 가격으로 몸집을 불렸고, 비트코인을 사용하거나 투자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인다. 2021년의 비트코인 상승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제로금리가 유발한 투자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개인투자자의 포모(FOMO: 다른 사람은 모두 누리는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 현상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때의 상승은 낮은 금리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한 유동성 장세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개인들의 광적인 투기 심리가 가세하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무려 1000% 넘게 급등했다. 그 후 미 Fed의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증가,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얼었다. 2022년 8월에 발생한 한국인이 만든 테라-루나의 대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때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무려 75%나 폭락했다. 2023년 3월에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실버게이트은행의 부도 사태는 금융의 탈중앙집권화를 주장하는 비트코인에 호재가 돼 비트코인은 시세 상승의 시동을 걸었다. 2024년 1월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비트코인 시장의 질적 변화를 초래했다. 블랙록 등 대형 기관투자가의 참여는 비트코인 수요를 확대하는 동시에, 비트코인 시장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40일 동안 블랙록에만 하루 평균 2.5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지금까지 순유입액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 게다가 연내 승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와 런던증권거래소(LSE)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지금 진행되는 비트코인 상승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유입으로 인해 촉발됐다.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가 작동하기 전에 벌써 상승곡선을 탔다. 지금의 상승장은 2022년의 비트코인 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고금리 속 장세라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수요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몇 차례의 비트코인 폭락과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기적 가상자산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금융 혁신 기술로 인식한다. 이는 대형 금융기관 못지않게 안정적인 일반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21년의 비트코인의 상승장이 낮은 이자율을 기반으로 한 유동성 장세라고 한다면, 2024년의 비트코인 상승장은 고금리 속의 질적 개선을 통한 상승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기관투자자의 현물 ETF 참여와 수급의 질적 개선을 통한 시장의 안정성 확대 ② 4월로 예정된 반감기 ③하반기의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확대 가능성, ④비트코인 기술을 신뢰하는 커뮤니티의 증가, ⑤암호화폐 기술의 진보와 사용처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자산의 가치는 사람들의 장래 희망을 먹고 자란다. 그럼 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할 요소들은 적지 않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의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가 가진 높은 가격 변동성 △인플레 지속에 따른 금리 인하 연기 △본격적인 경기 침체 △사람들의 높은 투기적 성향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늘 불안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오늘 당장 가격이 급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고위험 자산이다. 다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일부 우량 함호화폐는 많은 참가자와 그들이 구축한 생태계를 통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암호화폐의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 2022년 12월 말의 저점에서 가격이 2024년 3월 12일 현재 약 300% 이상 상승했다. 예전의 1000%가 넘는 비트코인의 폭발적인 시세 분출을 기준으로 본다면, 2022년 말의 최저점 1만6439달러의 10배인 16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과거의 분석이 장래에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주식의 미래는 신만이 안다”는 증시 격언을 한번쯤 새겨봐야 한다. 우리 속담에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몇 개의 암호화폐를 제외하고, 기술력도 없는 투기적 암호화폐들도 덩달아 들썩인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비트코인까지 싸잡아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불온하게 생각하고, 지나치게 가열됐다고 불안해한다. 실체도 없는 각종 코인의 비정상적인 투기적 가격 상승은 암호화폐 시장의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고,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투매 현상이 암호화폐의 폭락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과열된 투기적 시장 분위기는 암호화폐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암화화폐 시장을 거대한 도박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비트코인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가격이 급락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고점 대비 30~40%의 하락을 예상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비트코인의 장래성을 확신한다면 3~4년을 두고 장기 투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단기 투자하는 것도 좋다. 비트코인이 20% 이상 하락하는 시세 조정을 받는다면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만일, 큰 폭의 조정이 없이 계속 오른다면 과감히 상승장에 올라타거나, 아니면 아쉽지만 이번 장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고, 그것은 오로지 투자자의 판단에 달렸다. 시중에 거래되는 암호화폐에는 먼저 비트코인, 리플, 라이트코인 등은 빠른 송금, 낮은 수수료, 국제적 자금 거래의 효율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지불 수단 코인(payment coin)이다. 다음으로 이더리움, 바이낸스, 솔리나 같은 유틸리티 코인(utility coin)은 네트워크 내에서 특정한 유틸리티나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발행된다. 도지코인이나 시바이누 코인은 인터넷의 유행 테마나 재미 삼아 만든 밈 코인(meme coin)에 해당한다. 밈 코인은 실제 사업에 기반을 두지 않고 단순히 커뮤니티의 재미로 거래되기에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사기성과 부정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캠 코인(scam coin)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암호화폐 가운데 어디 투자해야 할까. 주의 사항을 살펴보자. 첫째, 사업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암호화폐를 사거나 지불 수단 암호화폐나 유틸리티 암호화폐에서 대장주를 사는 것이 좋다. 이들은 수익률도 안정적이지만, 무엇보다 위험을 방어하는 데 좋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 코인 또한 변동성이 아예 없다는 사실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고려한 분산투자와 감당할 수 있는 자산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 둘째, 아직 가격이 덜 상승한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다면,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무슨 목적으로 코인을 발행했는지, 그 코인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을 파악하려면 사업계획서인 백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 만일 백서를 공개하지 않는 암호화폐라면 쳐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가졌는지, 또 그것을 전담할 인력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하는 코인 중에서도 우량한 코인이 있다. 암호화폐 발행기관의 재무 능력이나 사업 능력을 파악하고, 그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은 투자의 정석이다. 넷째,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얼토당토않은 사업 계획과 짧은 시간에 과도한 수익을 보장하는 스캠 코인을 멀리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정보, 개발 계획, 기술적 세부 사항 또는 팀 구성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전혀 없는 코인도 많다. 이런 코인은 유명인을 앞세운 다단계식 판매 방식을 사용하고, 한몫 챙기면 사라지는 '펌프-덤프' 전략을 구사한다. 글 김종갑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