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이후 역술인수가 크게 늘어난 게 사실이지요. 당장 거리에 나가 봐도 예전보다 점집이 많이 늘지 않았습니까?”한국역술인협회 사무국 관계자는 “최근 5~6년 사이 운세산업 종사자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과거와 달리 ‘사업’의 한 분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MF 위기를 지나면서 운세 비즈니스가 ‘유망’ 사업분야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시장규모가 눈에 띄게 급팽창했다는 이야기다.실제로 역술, 무속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45만명에 이른다는 게 한국역술인협회의 추정이다. 철학관 등을 운영하는 역술인이 30만명, 신을 모시는 무속인이 15만명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단기 학원이나 문화센터 과정을 마치고 활동하는 초보 역술인들까지 감안하면 그 수가 5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이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운세산업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부적, 굿 등 고액의 서비스 거래와 신종 창업아이템인 사주카페의 증가를 감안하면 이보다 2배 많은 4조원에 육박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4조원 시장이라면 이는 애완동물 시장, 로또복권 시장을 능가하는 규모다.하지만 정확한 시장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통계치나 조사결과는 나온 게 없다. 역술의 특성상 제도권 밖의 활동이나 거래가 아직 많은 까닭이다.현재 운세산업의 팽창을 주도하는 큰 축은 인터넷 역술 사이트가 주도하는 온라인과 사주카페, 철학원 등 오프라인 점집들이다. 인터넷에서 손님을 끄는 역술 관련 사이트의 경우 그 숫자만 수백개를 헤아린다. 가장 큰 업체로 손꼽히는 사주닷컴은 연매출만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포털사이트까지 운세 비즈니스 경쟁에 합류, 저마다 대형 이벤트를 벌이면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반면 오프라인 점집들은 ‘타운’을 만들면서 성장 중이다. 서울 미아리나 이화여대 앞, 인사동 철학관 밀집지가 ‘전통’을 자랑한다면, 압구정동 일대 점술타운은 달라진 운세 비즈니스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이라 할 만하다.압구정동에 몰려 있는 40여개 사주카페와 점집은 신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몇가지 공통된 특성을 보여준다. 우선 사주팔자 풀이나 궁합, 관상 같은 기존 역술 분야는 물론 구슬점, 보석점, 타로카드 등 영화에서 봤을 법한 서양 점들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점치는 역술인 역시 20~40대 젊은층에다 석사학위자, 유학파 등 고학력자가 적잖다.한편 네이버 조사에 따르면 남녀, 연령층에 따라 운세 사이트 이용 패턴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난다. 운세 사이트 이용객 가운데 남성은 48%가 사주를 보며, 여성은 63%가 궁합을 본다는 것이다. 또 남성은 30~40대 이용객이 많지만 여성은 20대가 30~40대보다 50% 이상 많았다.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여성은 나이가 어릴수록 인터넷 운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이한 점은 이용자 연령대가 낮아도 사주, 궁합 등 전통적인 역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경률 NHN 대리는 “해가 바뀌는 12~1월에는 모든 성별, 연령대가 사주풀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