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던 석유 파동은 자원민족주의로 나타난 경제민족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적 경제 활동’을 뜻하는 경제민족주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점차 줄어들 것이라 보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경제민족주의는 21세기 들어 유럽의 경제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 개발도상국의 포퓰리즘 등으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경제민족주의는 기업의 소유 구조와 자원 조달 문제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사업의 존립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 게다가 기업 차원에서 이런 경제민족주의에 대해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은 언제든지 경제민족주의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최근의 경제민족주의는 과거와 달리 몇 가지 면에서 새로운 특징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확산 추세를 보인다는 점, 폭넓은 실행 방법이 동원된다는 점,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먼저, 과거 일부 국가들에 한정됐던 경제민족주의에 유럽 미국 등 선진국도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제적인 에너지 수급의 불균형과 자산 가격 인상, 선진국들의 저성장 기조 고착 우려, 국가 간 소득 불균형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따른 자국민 실업 문제, 국부 유출 우려, 정치적 이슈화로 이어지면서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경제애국주의를 내세워 자국 기업의 해외 매각에 여러 차례 개입한 프랑스의 경우라든지 해외 노동자 유입을 우려해 유럽연합(EU) 확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럽 국가들이 대표적 사례다.둘째, 실행 방법상으로도 단순히 수출입을 규제하던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서 기업 인수나 소유권 제약, 투자 조건의 사후적 강제 변경, 외자 기업의 국유화 등 다양한 수단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남미 국가들의 에너지 설비 국유화는 자주 거론되는 사례들이다. 또한 자국 내 기업들에 대한 외국 기업의 인수에 뒤늦게 개입한 유럽 각국의 사례들도 많이 있다.셋째, 전기 통신 등 일부 전략 산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투자 장벽을 제조업이나 금융업으로, 심지어는 식품업 등에 확대 적용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식품기업 인수에 대한 개입이나 중국의 철강, 조선업종 투자 제한, 다수의 EU 국가 간 은행 인수 갈등 등은 과거와 달리 경제민족주의가 다양한 업종에 걸쳐 나타남을 잘 보여주고 있다.우리나라도 이 같은 경제민족주의를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는 없다.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해외 시장의 중요도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추구하는 국내 기업들에는 직접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 자원 개발이나 해외 기업 인수 등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언제든 직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경제민족주의에 대비한 기업의 대응책은 투자 이전의 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투자 이후의 예방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투자 검토 단계에서부터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고수익이 예상되어도 경제민족주의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고 원활한 해결책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또 대상 국가의 국내 파트너나 유력한 글로벌 파트너와 동반 진출하는 것도 사업의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대상 국가의 국영기업과 함께 투자하면 정치적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해당 국가에 영향력이 큰 글로벌 파트너를 동반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사업 구조상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는 것도 유사시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투자가 실행된 이후에도 예방 차원에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각종 활동이나 해당국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 등을 위한 다양한 영업 외 활동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특성상, 국내 기업의 다양한 해외 수익원 개발과 글로벌 사업망 확장은 필수적이다. 사업 전개 과정에서 경제민족주의와 직면할 가능성을 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사업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경제적 변수로 경제민족주의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yjin@lgeri.com1971년생. 96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99년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2007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