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 ‘김연아 마케팅’ 손익계산서

“김연아가 모델로 나선 후 매출액이 2배가량 더 늘었습니다. 평일에는 보통 15~20개, 주말에는 30~40개가 팔리고 있어요. 구매자의 연령층도 다양해졌고요. 전에는 2030세대들만 찾았었는데 요즘에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신촌 현대백화점 J에스티나 매장은 조용한 다른 매장과 상반된 분위기였다. 기자가 지켜본 10여 분 동안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20대 여성에서 50대 아줌마 아저씨까지 다양했다. 그들이 J에스티나 매장을 찾는 이유는 프로 근성을 보인 김연아 선수 이미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권영준(가명) 씨는 “이번에 대학에 입학할 동생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현대백화점 보석 전문 매장을 찾았다”며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J에스티나를 택했다”고 말했다.실제로 김연아 선수가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뒤에는 매출액이 전보다 더 증가했다는 게 현대백화점 신촌점 J에스티나 매장 유희진 매니저의 주장이다.유 매니저는 “김연아 선수 제품을 사용하면서 고객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며 “J에스티나를 전혀 몰랐던 남성들도 김연아 선수로 인해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른바 김연아 효과는 J에스티나에만 그치지 않았다. 삼성전자 매일유업 뚜레쥬르 라끄베르 현대자동차 등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 모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이 많게는 5배까지 상승했다.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기 불황일 때 사람들은 스포츠에 더 열광한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김연아 선수는 대한민국 희망으로 작용했다. 당분간은 이와 같은 김연아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연아 효과가 제일 크게 나타난 것은 매일우유다. 작년 4월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세운 ESL 저지방칼슘우유 매출액은 거의 5배 증가했고 점유율 역시 10%대에서 30%대로 상승했다.매일유업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가 웰빙 트렌드에 맞게 날씬하고 건강한 이미지여서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좋았다”며 “ESL 저지방칼슘우유 하루 판매량이 8만5000여 개에서 45만여 개로 증가했고 김연아 선수 우승 이후에는 48만개로 늘었다”고 말했다.김연아 효과는 매일유업 기업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회사 전체 매출액도 15%가량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매일유업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를 기용한 뒤에는 매일유업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졌다”며 “반응이 생각외로 상당히 긍정적이어서 올 2월에 또 연장 계약했다. 내년에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어서 김연아 효과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작년 12월 김연아 선수를 라끄베르 화장품 모델로 영입, 최고의 대우로 1년 전속 계약을 맺은 라끄베르 매출액은 2배가량 올랐다. 톱스타 수준의 모델료를 줬지만 오히려 순이익이 올랐다는 게 LG생활건강 관계자의 말이다. 또 2007년 5월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섬유유연제 ‘샤프란아로마시트’의 판매율 역시 해마다 15%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LG생활건강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는 요즘 20대 여성들이 선망하는 새로운 트렌드 아이콘”이라며 “프로다운 근성과 여린 외모에서 풍겨지는 신선하고 상큼한 이미지가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최고의 모델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특히 올 2월에 출시한 ‘김연아 화장품’인 ‘라끄베르 라이브 내추럴’은 예상외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라끄베르 담당자는 “출시하자마자 라끄베르 라이브 내추럴은 기대 이상으로 많이 판매됐다”며 “김연아 화장품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 앞으로 매출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김연아 선수 이름을 따서 만든 ‘김연아 빵’ 역시 인기다. 뚜레쥬르가 작년 10월에 출시한 ‘김연아 빵’은 다른 일반 신제품과 비교해 볼 때 약 3.5배 이상 더 팔린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연아의 우리밀 고구마크림빵’의 경우 전체 빵 매출 중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평균 뚜레쥬르 매장의 30~40%에만 공급되는 일반 신제품에 비해 ‘김연아 빵’은 전체 매장의 90%에서 판매되고 있다.뚜레쥬르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의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를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김연아 빵’은 김연아 선수가 실제로 좋아하는 빵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 판매량은 매주 1.5배씩 증가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400만 원대 이상의 프리미엄 홈멀티 제품은 전년 대비 매출이 40%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김연아 스페셜에디션’은 3월 예약 판매 기간 중 매주 주말 판매량이 2배씩 상승했으며 특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에는 2.5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1월 김연아 선수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희망을 전해주는 김연아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앞으로 여름이 다가오면 판매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연아 효과가 이처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대리만족, 각고의 노력, 일본과 차별되는 이미지, 인간미, 국가 이미지 향상 등으로 봤다.그중 대리만족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연아 선수는 피겨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등에서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다. 이 때문에 스타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 위해 많은 국민들이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제품들을 찾는다는 것.화려함 뒤에 눈물어린 노력이 곁들여 있는 것도 김연아 효과를 상승시키는 데 한몫했다. 여러 번 실패해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어려움을 극복한 김연아 선수의 모습이 사람들의 공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연아 선수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였고 산업화, 예술, 스포츠계 등의 선진화에도 일조해 국민적 콤플렉스를 해소해 줬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힘들 때 김연아 선수로 인해 만족을 느낄 수 있어 만인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오세조 교수도 “눈물겨운 훈련과 노력을 했던 점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다”며 “고된 훈련 끝에 결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이 외에 일본보다 못한 국가로 낙인찍혔던 한국이 김연아 선수로 인해 이미지 쇄신을 했다는 점, 순수하고 청순한 동양적 외모와 피겨, 발레라는 서양적 스포츠의 결합이 잘 이뤄졌다는 점 등의 다양한 분석도 나왔다.김선명 기자 kim069@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