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범위와 투자 기간

펀드 투자와 관련된 일로 강의를 다닐 때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은 대개 정해져 있다. 첫째,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 둘째, 현재 손실이 난 펀드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셋째, 원금이 회복됐는데 환매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들고 있어야 할지 등이다.

이런 질문들은 무늬만 다를 뿐 시장이 좋으나 나쁘나 늘 나오는 것들이다. 이들 질문을 잘 들여다보면 두 가지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시장 전망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자신이 어떤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다. 한마디로 시장 전망 즉,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마켓 타이밍 전략을 제대로 성공할 수만 있다면 매우 성과가 좋은 투자법이다. 왜 성과가 좋은지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 미국 증시에 투자했다면 1년에 최고로 많이 벌 때는 53.4%였다. 시장 타이밍만 잘 선택하면 연 53.4%의 수익률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반대로 손실의 폭은 매우 컸다. 최악의 경우에는 37.3%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딸 때는 많이 따지만 반대로 잃을 때는 크게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를 변동성이 크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변동성은 기간이 짧을수록 더욱 커지고 길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표현하면 단기에는 화끈한 변동을 보이고 장기는 느릿한 거북이걸음을 한다. 문제는 이런 화끈한 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좋지만 우리의 욕심과 달리 이럴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번 그 증거를 들여다보자.

마켓 타이밍 전략은 ‘사악한 생각’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통제 가능한 유일한 변수는 ‘시간’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10일(이는 전체 기간의 0.25%도 안 되는 기간이다)을 빼면 평균 수익률은 13.1%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이 기간 평균 수익률은 18.4%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전체 기간의 겨우 0.5%)을 제외하면 11%로 떨어진다. 시간의 길이를 더 늘려 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1928년부터 2000년까지 수익률의 대부분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60개월(전체 기간의 7%도 안 된다) 동안 달성됐다.

과연 이 시기를 누가 맞힐 수 있단 말인가. 만일 맞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정신병자이거나 오만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일 것이다.

존경받는 미국의 투자 컨설턴트이자 예일대 기금투자위원회 위원장인 찰스 엘리스는 “탐욕과 공포에 쫓겨 내리는 결정은 대개 틀리거나 늦으며, 바로잡힐 가능성도 거의 희박하다.

시장을 내다보거나 전문가들을 따돌리며 ‘싸게 사서 비싸게 팔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대부분 비참하게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마켓 타이밍 전략은 아주 사악한 생각이라고까지 얘기한다.

찰스 엘리스의 말을 두고 ‘마켓 타이밍 전략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맞는 얘기다. 이 전략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확률적으로 보면 드물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의 공통점은 마켓 타이밍보다 오히려 자제력으로 승리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마켓 타이밍 전략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매우 확고한 목표 수익률과 손절매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일정 수익에 도달하면 미련을 두지 않고 물량을 처분한다. 반대로 자신의 시장 판단과 달리 손실이 발생하면 그때도 당초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손절매해 버린다.

이런 자제심을 원칙으로 끊임없이 지속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개인 투자자들, 그것도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

상당한 수업료를 내야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본업을 그만두고 주식에 매달려야 한다. 투자의 리스크도 리스크지만 이런 의사결정은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커다란 인생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의사결정을 할 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로 나눠 생각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의 파트너인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투자란 미래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분야를 좁혀서 자신이 알 수 있는 범위에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투자할 때는 먼저 통제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제 범위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지식과 조사다. 부동산의 예를 들면, 전국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아는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여러 종목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업종이나 소수의 기업에 집중해 매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과 조사에 따른 통제 범위도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일 자신이 일정 정도의 노력과 공부를 투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식과 조사를 통한 통제 범위를 설정해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융 상품은 소비재와 크게 달라

이런 방법도 여의치 않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하게 통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 지평(time horizon)’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간 지평은 얼마의 기간 동안 투자할 것인가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은 이 시간 지평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지평이 길수록 변동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투자 기간을 넓게 잡는 게 유리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1차적으로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의 고유한 특성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금융 상품은 일반 소비재 상품처럼 그 효용이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컬러 TV를 한 대 구입했다고 치자. TV를 구입한 소비자는 화면이나 음성이 제대로 나오는지,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사양인지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아니, 구입 전 쇼핑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려는 상품의 효용을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 상품은 다르다. 그중에서도 운용 성과에 따라 실적이 변하는 펀드 상품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시간이 지나봐야 그 상품이 자신이 원하는 효용, 즉 수익을 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효용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수익 즉시 환매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그대로 두어야 할지 또다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 투자한다는 점, 효용이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은 장기로 가져갈 때만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다행스러운 점은 시간 축이 우리의 통제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이다.

장기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투자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나침반 없는 항해는 운에 모든 것을 거는 게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노후와 자녀 교육 자금 등은 자산 관리에서 가장 대표적인 장기 목표다.

이런 자금을 위한 것이라면 10년 이상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10년이 어렵다면 최소 5년의 시간 축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승률을 가장 많이 높이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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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이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