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리스크’ 생각해 보기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 사랑스럽고 예쁜 자식을 두고 리스크라는 말을 붙인 것은 겉으로 보기엔 어색하게도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자녀 리스크라는 말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자녀 리스크는 두 시기에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첫 번째 리스크는 자녀 양육기에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는 자녀가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시점에 등장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스스로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출생 이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성인 남성은 대개 26~27세쯤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유는 대학과 군대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우수벤처채용박람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19
19일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우수벤처채용박람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19
이 기간에 자녀는 경제적으로만 표현하면, 생산성이 거의 없다. 즉 이 시기 자녀는 오로지 가계 경제의 비용 요인일 뿐이다. 게다가 대학 교육이 일반화되고 대학 서열화가 진행되면서 교육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육과 관련된 학군 수요라는 이름 아래 주거비도 역시 치솟기만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도시화·산업화가 진전되고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유는 자녀의 비용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즉 도시에서의 자녀는 농촌 사회와 달리 ‘소중한 노동력’이 아니라 ‘값비싼 경제적 부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자녀가 양육 기간에 갖게 되는 첫 번째 자녀 리스크다.

이에 대비하는 길은 한 가지다. 출생과 동시에 혹은 자녀가 아주 어린 시절에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방법은 어린이 펀드와 같은 장기 투자 상품에 일정액을 불입하면서 경제적으로 준비하고 부모가 교육과정에 일정 정도 참여해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자녀와 함께 사는 건 ‘악마의 속삭임’

어린이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은 아이의 출생과 동시에 불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비록 소액이더라도 오랫동안 투자를 계속하면 시간이 흐른 뒤 상당한 수준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자녀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대학교 때 등록금 대출을 받고 사회에 나와 원금과 이자를 갚는 사회 초년생들이 부쩍 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많지 않았던 일이다. 사회에 나와 대출금부터 갚아야 한다면 사회 첫걸음부터 경제적 준비를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자녀 리스크는 노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상 노년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주로 자녀와 관련된 것이 많다.
잠재성장률 기획 시리즈.-중규직 20만명 늘리자.
자녀들과 함께 여유있는 출근을...
/허문찬기자  sweat@  20101014
잠재성장률 기획 시리즈.-중규직 20만명 늘리자. 자녀들과 함께 여유있는 출근을... /허문찬기자 sweat@ 20101014
우리보다 노년 인구가 많은 일본에선 따로 살던 자녀가 같이 살자고 하면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말마저 나온다고 한다. 왜 이런 섬뜩한 말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을까. 예를 들어 사업을 하는 자녀나 사위가 있다고 하자.

이들의 비즈니스가 어려워지면 부모 된 심정에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처음에는 갖고 있는 예금통장에서 돈을 꺼낸다. 그리고 집을 담보로 해 달라고 하면 마지못한 마음에 그렇게 해 준다.

그러다 갑자기 사업이 부도나기라도 하면 급속히 노년 생활이 궁핍해진다. 얼마 전 한 일간신문에 난 전직 인천고 교사였던 분의 글을 읽어보면 자녀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분이 쓴 글의 일부를 여기에 잠시 인용해 본다.

‘얼마 전 음악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 개성에 고향을 두고 단신 월남했던 그였다. 육십이 다 되도록 전셋집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간호사로 독일에 간 처제의 도움으로 간신히 집을 장만했다. 그때 우리를 초청해 그렇게 기뻐했던 그는 고통스러운 노후를 맞았다.

의류상을 하던 사위에게 자기 집을 담보로 내놓았다가 집이 넘어갔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날, 사위는 외국으로 떠났고 올데갈데없는 신세가 된 그는 우리 집에 와서 눈물짓던 게 눈에 선하다.

수양버들처럼 가는 몸매에 얌전했던 화학 선생도 아들의 사업 밑천을 대주었다가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모임에도 자주 나오지 않고 소식이 끊겼는데 얼마 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 선생님으로 오래 근무했으니 연금이라도 들고 있었으면 그리 고통스러운 노후를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부모 된 심정으로 곤경에 빠진 사위와 딸을 외면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그 마음이 절절하다.

일찍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아

앞으로 자녀 리스크에 대한 몇 가지 관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 게 될 것이다. 아무리 사랑스럽고 또 고등교육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갖지 않으면 자녀 리스크로 인해 노후에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다.

첫째, 부모의 역할은 교육에만 있고 향후 성인이 돼 경제적 자립을 하는 것은 자식들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자녀 리스크의 핵심은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나라 부모들이 보는 경제적 독립의 관점은 집 한 채 있어야 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의 주택 마련과 취업까지 부모가 도와주면 자녀는 독립심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들은 결국 어려울 때마다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게 될 것이다.

둘째, 자산운용의 우선순위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운용은 집으로 시작해 집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젊어서는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아껴 대출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낸다.

그러나 자식들이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교육비가 가장 중요해진다. 그리고 나중에는 늙어서 자식에게 집 한 채는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자식들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집이 자신들에게 돌아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현금 흐름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은퇴 이후의 생활비가 그 이전보다 크게 줄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은퇴 이전과 이후의 생활비에 커다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젊어서 연금에 가입해 두는 것이다. 연금은 최소한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 주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연금 마련이 어려운 사람들은 계획을 세워 주택의 크기를 줄여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부모들은 대개 99~132㎡(30~40평)의 아파트를 선호한다. 아이들에게 공부방을 주고, 또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주거 면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70세 노인 둘이 132㎡ 규모의 아파트에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미 발 빠른 사람들은 중대형 크기의 아파트를 정리해 작은 평수로 들어가는 이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자녀는 분명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자녀 리스크란 말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리스크는 위험한 것이지만 또한 관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녀 리스크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현실은 이미 자녀 리스크가 만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부터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자녀 리스크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File Name : DSC_4089.JPG

File Size : 1.2MB (1286144 Bytes)

Date Taken : 2002/10/14 14:37:59

Image Size : 2000 x 1312 pixels

Resolution : 300 x 300 dpi

Bit Depth : 8 bits/channel

Protection Attribute : Off

Hide Attribute : Off

Camera ID : N/A

Camera : NIKON D1X

Quality Mode : FINE

Metering Mode : Center-Weighted

Exposure Mode : Manual

Speed Light : No

Focal Length : 105 mm

Shutter Speed : 1/125 second

Aperture : F8.0

Exposure Compensation : 0 EV

White Balance : Flash

Lens : 105 mm F 2.8

Flash Sync Mode : N/A

Exposure Difference : -5.9 EV

Flexible Program : No

Sensitivity : ISO125

Sharpening : High

Image Type : Color

Color Mode : Mode II(Adobe RGB)

Hue Adjustment : 3

Saturation Control : N/A

Tone Compensation : Normal

Latitude(GPS) : N/A

Longitude(GPS) : N/A

Altitude(GPS) : N/A
File Name : DSC_4089.JPG File Size : 1.2MB (1286144 Bytes) Date Taken : 2002/10/14 14:37:59 Image Size : 2000 x 1312 pixels Resolution : 300 x 300 dpi Bit Depth : 8 bits/channel Protection Attribute : Off Hide Attribute : Off Camera ID : N/A Camera : NIKON D1X Quality Mode : FINE Metering Mode : Center-Weighted Exposure Mode : Manual Speed Light : No Focal Length : 105 mm Shutter Speed : 1/125 second Aperture : F8.0 Exposure Compensation : 0 EV White Balance : Flash Lens : 105 mm F 2.8 Flash Sync Mode : N/A Exposure Difference : -5.9 EV Flexible Program : No Sensitivity : ISO125 Sharpening : High Image Type : Color Color Mode : Mode II(Adobe RGB) Hue Adjustment : 3 Saturation Control : N/A Tone Compensation : Normal Latitude(GPS) : N/A Longitude(GPS) : N/A Altitude(GPS) : N/A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