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

박상운 FWS투자자문 대표는 ‘타워팰리스 부자’로 유명하다. 펜트하우스를 비롯해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 1999년 타워팰리스가 미분양됐을 때 사들인 것이다. 당시 분양가 45억 원의 펜트하우스를, 그것도 미분양된 물건을 선뜻 사들인 것을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그때보다 시가가 4배 이상 올랐고, ‘투자 고수’라는 명성까지 덤으로 얻었다. ‘투자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박 대표는 타이밍의 고수다. 타워팰리스 매입도 마찬가지다. 당시를 투자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이렇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되면 새로운 주거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죠. 뉴욕과 도쿄 등 선진 대도시에서도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에 높은 집값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과 공동 설립
[투자 고수와의 대화]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 철저히 지켜
박 대표의 타고난 감각은 본업인 주식 투자에서도 통했다. 지난 2005년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과 손을 잡고 설립한 FWS투자자문은 투자 자문사 가운데 선두권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투자 자문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작년 7월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9개월간 개인 고객의 평균 수익률이 70%에 달한다. 코스피 수익률 26% 대비 44%포인트 정도 초과 수익을 올렸다.

박 대표가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3학년 때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첫해 15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냈다. 당연히 첫 직장도 증권사다. 대학을 졸업한 1988년 서울증권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만의 탁월한 투자 감감은 금세 입소문으로 퍼졌다.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신입 사원 시절 이미 소속 지점 약정액의 70%가량을 혼자 담당했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렇지만 직장 생활 1년 남짓 만에 홀연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우리사주로 받은 증권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유학 자금을 들고 뉴욕주립대로 MBA 유학을 떠났다. MBA를 마친 후 증권사에 복귀해 펀드를 운용하면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투자 고수’로 명성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의뢰가 늘어났다. 초기에는 거절했지만 친한 사람 위주로 투자를 대행해 주다 보니 점점 의뢰인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투자 자문사까지 설립하게 된 것이다. FWS투자자문의 고객들은 주로 개인 고액 자산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높은 수익률이 알려지면서 기관투자가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박 대표의 고향은 경기도 안성군 삼죽면이다. 읍내까지 3시간이나 걸어야 하는 산골이다. 중학교 때까지 등잔불 밑에서 공부했다는 이 산골 소년이 여의도에서 알아주는 투자 전문가로 거듭난 비결은 뭘까. 그는 집중력과 절제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사실 집중력은 분야를 망라하고 성공의 핵심 DNA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수는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하수는 머릿속이 만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있듯이 집중력을 갖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절제’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세상살이의 상식이다. 지나친 욕심은 늘 화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그는 “성공했을 때 더 큰 성공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항상 내가 가진 역량보다 더 큰 성공을 거뒀구나 하고 겸손하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만의 주식 운용의 테크닉은 이렇다. 우선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종목을 고른다. 이 중에서도 유동성이 충분해 매매가 원활한 주식, 납입자본이익률(주식회사의 납입자본금에 대한 일정 기간 순이익의 비율)이 높은 회사를 선택한다.

또한 시장의 주도주여야 한다. 박 대표는 “다수 시장 참가자들이 수익을 내고 있는 업종의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며 “주도주는 속성상 2년~2년 6개월에 걸쳐 상승하며 그 기간 동안 주도주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단기간에 상승한 주도주를 팔고 비주도주를 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10종목을 사서 3종목만 손해를 봐도 누적수익률이 손실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반면 전문 투자가들은 추세가 형성돼 가는 종목은 결코 팔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10종목 중 7종목이 손실이 나더라도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그만의 독특한 매수·매도 타이밍은 없다. ‘무릎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주식 격언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있다. 그는 “몸통만 먹겠다는 자세를 고수해 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매도 타이밍의 ‘어깨’는 주가가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라 상투를 치고 내려올 때의 ‘어깨’를 뜻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사꾼이 추수를 끝내고 이삭을 내버려두듯이 이익의 일부를 내놓겠다”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고수라도 100전 100승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역시 “수없이 실패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복 가능한 실패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심적으로 다음 매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손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치명적 손실이 아니면 회복의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온다”며 “한 번에 난 손실을 열 번 스무 번 나눠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코스피 지수 2500 간다”
[투자 고수와의 대화]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 철저히 지켜
박 대표가 바라보는 주식시장은 장밋빛이다. 그는 “올해 안에 코스피 지수가 2500 전후를 목표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저금리에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린다는 점을 꼽았다. 상업은행, 대학기금, 연·기금 운용 자금의 절반 이상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자금 600조 원도 50% 이상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미국은 1980년대 초저금리 상태가 되면서 1990년까지 코스피 지수가 1000 안팎에서 1만4000까지 갔다”며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그가 꼽고 있는 유망 업종은 손해보험·반도체·자동차 등이고 유망 종목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하이닉스 등을 꼽았다. 박 대표의 비전은 종합 금융회사다. 미국 최고의 사모 펀드인 블랙스톤그룹을 꿈꾼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투자 고수와의 대화]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 철저히 지켜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