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대상 집단소송 어떻게 될까

처음 듣는 약속 장소에 찾아갈 때 어떻게 하십니까. 인터넷에서 지도를 검색해 위치를 파악한 다음 프린트해서 들고 가시나요. 아니면 전화번호만 메모해 인근 지역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시나요.

“전봇대 끼고 좌회전한 다음 100m쯤 쭉 가다가 담배가게에서 우회전….” 이런 식의 설명을 듣고 찾아가시나요.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물어보지도 않고 찾아갑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혼자서 약속 장소를 찾아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알려줘야 합니다. 위치 기반 서비스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서비스는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합니다.

위치를 알아야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자도 있고 이 정보를 활용해 위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있습니다. 전자는 위치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후자는 정부에 신청해야 합니다. 애플이나 구글도 한국 정부로부터 위치 정보 사업자 허가를 받았습니다.

위치 정보. 요즘 이것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정신적 피해를 줬다며 김형석이란 변호사가 창원지방법원에 위자료 지급 신청을 했고 법원은 100만 원 지급명령을 내렸습니다.

애플코리아는 군말 없이 주거래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을 통해 100만 원을 지급했죠. 그러자 김 변호사는 아이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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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한 게 잘못일까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애플은 한국 정부로부터 위치 정보 수집 사업자 허가를 받았습니다.

“애플이 내 위치 정보를 수집한다는 말이야?”라고 언성을 높이는 분도 있겠지만 애플뿐이 아닙니다. 구글도 그렇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위치 정보를 수집합니다. 적법하게 수집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죠.

애플은 몇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위치 정보를 수집한 후 암호화하지 않은 채 아이폰에 장기간 보관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 이 위치 정보를 폰 소지자의 개인 정보와 결합해 특정인 위치 추적에 악용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법에는 암호화해 저장하고 목적을 달성한 후엔 즉시 파기하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애플은 문제가 공개되자 “버그였다”고 해명한 뒤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창원지법이 100만 원 위자료 지급명령을 내린 이유는 뭘까요.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법원이 내린 게 ‘판결’이 아니라 ‘지급명령’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법원은 애플의 위치 정보 수집 행위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 위자료 신청인이 위치 정보 수집으로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데 애플코리아 측이 대응하지 않으니 일단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에 통신 기술을 결합해 만든 디바이스입니다. 여기에 위치 정보까지 결합하면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위치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자칫 폰의 위치 정보와 사용자 개인 정보를 결합해 위치를 추적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프라이버시 보호와 편리한 서비스.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는 게 우리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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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