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에 얼굴 인식 기능 들어갈까

거리에서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면 어떨까요. 유명 인사도 아닌데 모든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저 친구가 광파리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흘끔흘끔 쳐다본다면? 아마 벌거벗은 기분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경찰관이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어떨까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신상을 안다면? 무서운 세상이겠죠.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무서운 세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얼굴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데요, 요즘 화제는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에 얼굴 인식 기능을 적용한다는 소문입니다.

애플에 관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나인투파이브맥이란 미국 인터넷 매체가 맨 먼저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여러 매체가 비슷한 기사를 썼습니다. 애플은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에 얼굴 인식 기능이 들어간다는 기사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애플이 작년 가을 폴라로즈(Polar Rose)라는 스웨덴 신생 기업을 슬그머니 인수했습니다. 폴라로즈는 얼굴 인식에 관한 한 상당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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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즈는 애플에 인수되기 직전에 ‘레커그나이저(Recognizer)’라는 얼굴 인식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애플에 인수된 직후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 얼굴 인식이 가능해지면 ‘무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재미있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폴라로즈가 만든 레커그나이저 소개 동영상을 보면 재미있습니다. 아이폰에 얼굴 인식 기능을 적용했을 때 어떻게 활용할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러 나갈 때 휴대전화를 꺼내 공개할 개인 정보를 선택합니다. 트위터 계정, 페이스북 계정, 명함 등에서 필요한 것만 ‘공개’로 설정합니다. 설정 방법은 간단합니다.

리스트에 있는 여러 가지 아이콘 중에서 공개할 것만 손가락으로 끌어다가 자신의 얼굴 사진 위에 놓기만 하면 됩니다. 친한 친구를 만날 땐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대중 앞에 나설 땐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 정도만 공개하겠죠.

이렇게 해 놓으면 굳이 명함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 휴대전화를 꺼내 얼굴 인식 앱을 켠 다음 카메라 초점을 상대방 얼굴에 잠깐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초점이 맞춰지면 개인 정보가 뜨고 이걸 휴대전화에 저장하면 됩니다. 당연히 주소록과 동기화될 테고 자신의 컴퓨터 주소록에도 동기화되겠죠.
애플뿐만이 아닙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얼굴 인식 기능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스라엘 페이스닷컴의 얼굴 인식 기술을 사진 공유 서비스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구글은 최근 얼굴 인식 전문 업체 피트팻(PittPatt)을 인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나 사진 서비스 피카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구글플러스 앨범 등에 피트팻의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굴 인식이 보편화되면 재미있는 세상이 되기도 하고 무서운 세상이 되기도 합니다. 잘 이용하면 좋지만 악용될 소지도 큽니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 입국자들의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있고 미국 경찰은 조만간 범인 색출에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얼굴 인식 기능이 프라이버시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일부 단체가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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