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야심작 크롬북 써 봤더니

구글이 한국에서 크롬북을 발매한 지 한 달쯤 됐습니다. 크롬북은 구글이 개발한 전면 클라우드 방식의 노트북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가 만든 크롬북을 팔고 있죠. 삼성 홍보실에서 크롬북을 빌려 보름 남짓 써봤습니다.

작년 말 크롬북 시제품 Cr-48을 써봤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었지만 느낀 점은 많았습니다. 전면 클라우드 노트북이 대체 뭘까요.
[광파리의 IT 이야기] 포스트 PC 시대 전령 될 듯
크롬북은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노트북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잖아요.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된다면 크롬북은 꽤 재미있는 노트북입니다. 크롬북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각종 파일을 노트북에 저장하는 게 아닙니다.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의 서버)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쓰게 돼 있습니다. 문서를 작성할 땐 구글닥스를 사용하고 e메일로 받은 파일도 클라우드에 저장합니다.

구글 서비스로는 G메일·구글캘린더·구글닥스·구글리더·구글플러스 등이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땐 구글이 만든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크롬북에서는 크롬 브라우저가 운영체제(OS)를 겸합니다. 윈도나 맥 OS X 같은 게 깔려 있지 않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구글닥스로 만드는 사람이라면 크롬북이 꽤 유용할 수 있습니다.

크롬북의 생김새는 일반 노트북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여는 순간 다릅니다. 화면에 로그인 창이 뜹니다.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게 돼 있죠.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면 아이디를 입력할 필요가 없고 패스워드만 치면 접속됩니다. 물론 무선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됩니다.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는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절차도 거쳐야 합니다.

구글 계정으로 접속하면 크롬 브라우저가 뜹니다. 노트북 바탕화면은 들여다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브라우저에서 인터넷 서핑도 하고 문서도 작성합니다.

구글닥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크롬북은 낯설게만 느껴질 겁니다. 반면 문서, 프레젠테이션 자료, 스프레드시트 등을 구글닥스로 작성하는 사람이라면 크롬북에 쉽게 친숙해질 수 있죠.

구글은 지난 6월 구글플러스라는 소셜 서비스를 내놓은 뒤 서비스 메뉴를 통합했습니다. 이 서비스, 저 서비스로 편하게 옮겨갈 수 있게 했고 어느 서비스 화면에서든 구글플러스에 올라온 친구들의 댓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달 수 있게 해 놓았죠. 구글플러스가 단기간에 페이스북을 능가할 수는 없지만 페이스북 경쟁 서비스로 자리를 잡는다면 구글의 위력은 막강해집니다.

크롬북은 구글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편한 노트북입니다. 크롬·G메일·구글닥스·구글플러스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하죠. 크롬북에서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클라우드에 저장합니다.

파일을 백업할 필요도 없고 찾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백신이나 OS를 업데이트할 필요도 없습니다. 크롬북을 분실해도 데이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크롬북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멉니다. 전국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편하게 접속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불편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도 걸림돌이죠. 하지만 크롬북은 ‘포스트 PC 시대’를 여는 전령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가 구글 서비스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데 ‘삼성이 하드웨어만 만들어서야 되겠느냐’하는 의문도 듭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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