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지는 페이스북 2.0 엿보기

‘세런디퍼티(serendipity)’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우연히 알게 된 능력’을 말합니다. 나한테 이런 능력이 있었나?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지요.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등장한 후 숨겨진 능력을 발휘해 유명해진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 사진을 잘 찍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다양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됩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덕분에 알려져 유명해지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와 세런디퍼티. 이 둘을 결합하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당신의 삶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9월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f8)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제시했습니다.

삶의 발자취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공개·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 누구든지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친구의 삶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사용자 환경(유저 인터페이스)이 획기적으로 달라집니다. 자신이 올린 글과 사진이 시간순으로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최근 소식이 맨 위에, 가장 오래된 소식이 맨 아래에 배치됩니다. 타임라인만 들여다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을 들여다보기는 아주 편합니다. 고속으로 스크롤하면서 훑어볼 수 있습니다.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빨리 돌려보는 느낌이 듭니다. 고속 스크롤은 PC뿐만 아니라 폰에서도 가능합니다. 타임라인을 오르내리다가 눈길을 끄는 콘텐츠가 있으면 클릭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콘텐츠는 중요한 것 위주로 보여준다고 합니다.

타임라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오픈그래프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사는 방식까지 공유하는 걸 말합니다. 페이스북에서는 음악·영화·TV·뉴스 등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수 박정현이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그 음악을 따라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임라인은 삶의 발자취를 담은 앨범이고, 오픈그래프는 현재 삶을 공유하는 수단입니다. 물론 모두 공개해야 하고 모두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콘텐츠를 누구에게 공개하고 공유할지는 자신이 선택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오픈그래프를 통해 삶을 공유하다 보면 숨겨진 재능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축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팔로윙(구독)하며 소식을 들으려고 할 테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밝은 사람을 팔로윙하겠죠. 그 사람이 축구 전문가, 영화 전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학생일 수도 있고 고등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기조연설에서는 페이스북에 관한 몇 가지 수치가 밝혀졌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접속한 가입자)가 8억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하루 사용자 최고 기록은 5억 명, 폰으로 페이스북을 쓰는 사람은 3억5000만 명. 페이스북은 이런 엄청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1.0에서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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