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 파이어’, 과연 불을 지를까

킨들 파이어. 아마존이 9월 28일 발매한 이리더(e-reader: 전자책 단말기) 이름입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47)가 9월 28일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킨들 파이어를 발표했죠. ‘킨들‘은 ‘촛불’이고 ‘파이어’는 ‘불’이니까 ‘킨들 파이어’ 역시 ‘촛불’인데, 관심사는 킨들 파이어가 과연 전자책 시장과 단말기 시장에 불을 지르느냐 여부입니다.
[광파리의 IT이야기] 터치·컬러 도입…가격은 199달러
아마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으로 인터넷을 통해 종이책을 팔다가 2007년 11월 킨들을 내놓고 전자책(e-book) 판매에 팔을 걷고 나섰죠. 주로 종이책을 팔고 시험 삼아 전자책을 파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많이 판매합니다. 저작권 시효가 끝나 공짜로 제공하는 전자책을 제외하고도 그렇습니다.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을 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베조스는 킨들 파이어를 발표하는 연설 초반에 회의론에 관해 말했습니다. “킨들을 내놓았을 때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잘 됐지 않느냐….” 이런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회의론자들은 “전자책이 어떻게 종이책 넘기는 맛을 대체할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킨들은 성공했죠. 이리더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킨들만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조스가 킨들 파이어를 내놓으면서 회의론을 얘기한 것은 자신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킨들 파이어는 기존 킨들과 몇 가지 점에서 다릅니다. 킨들은 전자잉크(e-ink) 기반의 이리더인 반면 킨들 파이어는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한 태블릿입니다. 킨들은 화면이 흑백이고 버튼을 눌러 작동하게 돼 있습니다. 반면 킨들 파이어는 컬러이고 아이패드처럼 화면을 터치해 작동합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애플 아이패드와 맞대결하려는 걸까요? 아닙니다. 아마존은 지난해 애플이 아이패드를 내놓자 킨들의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맞섰습니다. 또 킨들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앱)으로 아이패드 플랫폼에 진출하는 과감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런 전략이 적중해 킨들은 살아남았습니다. 베조스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판을 바꾸려고 합니다.

겉모양만 놓고 보면 킨들 파이어는 여느 태블릿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제품 철학이 다릅니다. 출발부터 다르다는 뜻입니다. 킨들은 전자책 단말기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킨들 파이어가 컬러와 터치를 지원하는 태블릿으로 나오면서 동영상이나 게임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핵심은 역시 전자책입니다. 게임과 동영상 등은 책을 읽다가 짬짬이 즐기라는 ‘안주’ 정도로 보면 됩니다.

아마존은 전자책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킨들 파이어를 199달러에 내놓은 것은 기기는 싸게 팔고 전자책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뜻입니다.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를 원가 수준인 250달러에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란 듯이 깼습니다.

킨들에는 터치 기능을 도입하고 가격을 대폭 낮췄습니다. 기존 킨들은 79달러, 킨들 터치는 99달러, 킨들 터치 3G는 149달러입니다.

베조스가 구상하는 아마존은 전자책 플랫폼입니다. 누구든지 책을 써서 아마존에 올리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아마존은 플랫폼 사용료로 돈을 버는 구도입니다. 이게 바로 아마존의 전략입니다. 아마존으로서는 소비자들이 열광할 만한 멋진 플랫폼을 구축하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종이책 소매점이나 중간 유통상이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질 게 확실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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