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톰 피터스는 2009년 생존 키워드 6가지 중 하나로 ‘매너’를 꼽으며 “좋은 매너는 복을 부른다”고 했다. 이 말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좋은 비즈니스 매너는 성공을 부른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매너는 직장 생활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비즈니스맨에게는 곧 능력으로 통한다.

같은 능력이면 매너 좋은 사람이 성공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매너가 훌륭한 사람에게 먼저 승진이나 성공의 기회가 제공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비즈니스 매너는 어느 단계인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보이지 않는 힘 ‘비즈니스 매너’… 승진부터 이익 창출까지 ‘기여’
비즈니스 매너의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단순히 개인에 대한 호감을 넘어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의 상승, 나아가 기업의 이익 창출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회사의 이익은 다시 개인의 연봉이 오르는 결과를 낳으니 결국 모두를 이롭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인 셈이다.

비즈니스 매너의 핵심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에티켓과 매너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된다. 에티켓이 장소와 상황에 따라 같은 룰이 적용되는 ‘공공의 룰’이라면 매너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차에 탈 때 여성이 먼저 타는 건 에티켓이지만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었다면 남성이 먼저 타는 게 ‘매너’인 식이다. 매너와 관련한 ‘핑거볼’ 얘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중국의 고위 관리와의 만찬 석상에서 손을 닦으라고 나온 물을 중국 관리가 마시자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자신도 따라 마셨다는 일화다. 한국비즈트레이닝 안미헌 대표는 “진짜 매너가 좋은 사람은 예의범절이 바른 사람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조언한다.

비즈니스 매너는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사내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매너는 다음과 같다.


■ 인사 매너
인사는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예절의 기본이다. 정중한 인사는 ‘존경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만 성의가 없으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인사의 3대 요소는 인사말·마음가짐·행동(인사법)이다. 밝은 표정과 바른 자세로 진심을 담아 인사하되 상황에 따라 인사법도 달라진다.

상체를 45도 정도 숙이는 정중한 인사는 사과하거나 감사의 뜻을 전할 때, 상체를 30도 정도 숙이는 일반적인 인사법은 명함을 교환하거나 누군가 마중하거나 배웅할 때 적합하다. 가벼운 인사나 복도·실내 등 좁은 장소에서 만났을 때, 상사를 두 번 이상 만났을 때는 상체를 15도 정도 숙여 인사하는 게 좋다. 같은 사람을 자주 마주칠 때는 가벼운 목례가 예의다. 그러나 이 ‘각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마음이 자연스레 배어나오도록 형식보다 매너의 본질인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비즈니스 사회에서 가장 일반적 인사법은 악수다. 악수를 할 때는 오른손으로 하는 게 예의다. 우리나라에서는 악수할 때 가볍게 절을 하지만 서양인 바이어를 만날 때는 허리를 세워서 하도록 한다. 반가움을 표현하기 위해 손을 세게 잡거나 지나치게 흔드는 건 삼가야 한다. 악수를 청하는 순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여성이 남성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는 게 예의다.


■ 명함 매너
명함은 반드시 명함지갑에 보관하되 항상 넉넉하게 소지하는 게 좋다. 만날 사람의 수보다 적어도 3배가량은 챙기는데 20장은 기본이고 10장 정도의 여분을 더 챙겨두면 좋다. 심지어 내근할 때도 한두 장은 지니도록 한다. 명함을 건넬 때는 일어서서 정중하게 인사한 뒤 회사명과 이름을 밝힌다.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으로 건네는데 자신의 이름이 상대방을 향하도록 한다.

명함을 받은 후에는 공손히 들고 잠깐 살펴본 뒤 독특한 명함일 때에는 가볍게 반응을 보이는 것도 좋은 자세다. 받은 명함은 바로 명함지갑에 집어넣지 말고 테이블 위나 명함지갑 위에 올려둔 뒤 대화 도중 상대방 이름을 잊었을 때 참고하는 것도 좋다. 명함을 건네는 순서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먼저 건네고 상사와 함께라면 상사가 먼저 건넨 뒤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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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표현 삼가고 화법·어투 유의

■ 대화 매너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관계의 75%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매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밝은 표정은 주위 사람들의 마음까지 가볍게 하고 의욕을 자극한다. 화법은 아름답고 공손한 표현을 써야 한다. 비속어나 상스러운 표현은 삼가고 상대가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표현을 즐겨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나’, ‘그런데’ 등 되도록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는 표현은 삼가고 긍정적 표현을 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한다. 꼭 상대방에 반하는 의사를 표현해야 할 때는 ‘예스 벗 & 하우(YES BUT&HOW)’ 화법을 활용한다. 일단 상대방의 의사를 인정한 후 내 의견을 말하고 그에 대한 상대의 의사를 구함으로써 자존감을 지켜주는 표현이다.

대화의 내용 역시 TPO(시간·장소·상황)에 맞게 말하고 구체적으로 말해 상대가 다시 묻지 않도록 배려한다. 어투에도 유의해야 한다. 인터넷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든가, 지나친 경어를 반복하는 것, 겸양의 표현이 지나쳐 상대방까지 비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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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대 매너
손님이 회사 출입구에서 두리번거리면 먼저 다가가 용무를 묻는다. 이름과 용건, 담당자와의 약속 등을 확인한 후 담당자에게 방문 사실을 알리되 만일 약속이 안 됐다면 담당자의 지시에 따른다. 상사의 지시로 로비에서 손님을 맞을 때는 정중하게 인사한 후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손님보다 대각선으로 2~3보 앞서 걸으며 안내한다. 계단을 오를 때는 손님이 높은 위치에 서도록 하되 치마를 입었다면 반대로 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먼저 탑승한 후 문이 닫히지 않도록 열림 단추를 누르고 내릴 때는 손님 먼저 내리게 한다.

응접실로 안내할 때는 상석에 앉게 한다.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 창문이 있을 때는 경치가 좋은 자리, 사무실과 함께 있다면 책상과 멀리 떨어진 자리가 상석이다. 손님을 응대할 때는 전화를 받거나 다른 업무는 피하고 급한 일이라면 양해를 구한다. 부득이하게 장시간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대리할 수 있는 직원을 불러 응대하게 하고 손님이 돌아갈 때는 엘리베이터 앞이나 출구까지 배웅한다.


■ 전화 매너
전화 매너가 중요한 이유는 태도나 표정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냥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화를 걸 때는 걸기 전 상대방의 전화번호·소속·직급·성명 등을 확인하고 용건과 통화에 필요한 서류 등은 미리 준비해 둔다. 전화가 연결되면 담당자 확인 후 자신을 소개하고 간결하고 정확하게 용건을 전달한다. 전화를 끊기 전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확인하고 담당자가 없을 땐 전화번호를 남긴다.

전화를 받을 때는 벨이 2~3번 울린 후 받되 늦게 받았을 때는 “늦에 받아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회사명과 부서명, 이름을 밝힌 뒤 상대방의 용건을 정확하게 확인한다. 용건에 즉답하기 어려우면 양해를 구한 뒤 회신 가능한 시간을 약속한다. 만일 통화 담당자가 없으면 자리를 비운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통화가 가능한 시간을 알려준다. 용건을 물어본 후 대신 처리할 수 있으면 처리한다. 전화를 끊으면 담당자에게 정확한 메모를 전달한다.


■ e메일 매너
갈수록 업무와 관련된 e메일을 주고받을 일이 많아지고 있다. e메일을 쓸 때는 서두에 소속과 이름을 밝힌다. 업무 성격에 맞는 형식을 갖추고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쓴다. 이모티콘은 쓰지 않는다. 첨부 파일은 수신자를 번거롭게 할 수 있으니 필요한 때에만 첨부한다. 메일 제목은 반드시 쓰고 간결하면서 핵심을 알 수 있게 쓰되 “안녕하세요” 등 스팸 메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제목은 쓰지 말 것.

비즈니스 관련 e메일을 받았을 때는 즉시 답장을 하되 처리가 늦어질 때에는 과정을 알리는 메일을 보낸다. 답장을 쓸 때는 ‘회신’ 단추를 눌러 그대로 쓸 때가 많은데 새로 쓰는 게 예의다. e메일을 발송할 때는 반드시 수신인 주소, 내용, 첨부 파일 등을 재차 확인하고 본인의 연락처 등 정보를 남겨야 한다.


■ 사내 매너
사내 관계에서조차 매너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밖에 나가 잘할 확률은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사내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은 밖에 나가서도 당당할 수밖에 없다. 사내 매너가 진짜 중요한 이유다. 사내 매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사와의 관계다. 최근 ‘상사가 키워주는 사람들의 비밀’을 펴낸 안미헌 대표는 “일반 회사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상사의 얼굴을 봐야 한다”며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상사와의 사이가 좋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고 말한다.

상사의 지시를 받으면 반드시 “네”라고 대답한다.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했다면 상사가 물을 때까지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경과와 결과를 보고하는데, ‘결론-이유-결론’순으로 말한다. 호칭은 경어체로 직급과 ‘님’을 붙이는데 상사가 여럿이면 압존법에 유의한다. 가령 사장에서 부장의 거취를 알랄때 “김 부장은 외출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회식 자리에서의 매너도 중요하다. 상사는 일 잘하는 사람 못지않게 놀 때 잘 노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지못해 참석한 술자리라도 즐겁게 행동하되 분위기에 취해 경거망동하지 말고 선을 지켜라. 회사를 비판하거나 다른 사람을 중상모략하지 말고 술 마시는 속도는 상사에게 맞추는데 상사보다 먼저 취하지 않도록 한다. 술자리에서의 행동이 고스란히 인물 평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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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있는 매너가 성공의 열쇠”

비즈니스 매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 기본 요건만 생각하면 됩니다. 첫째는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입니다. 늦게 온다든가, 길게 잡아둔다든가 하는 실례를 범하지 않는 것이죠. 두 번째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상대가 인정받고 싶은 지위를 생각하고 존중해 주면 됩니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달라진 비즈니스 매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 세대만 해도 옷차림이나 인사법 등 기본적인 매너는 다 알고 있었는데, 요즘 세대들은 컴퓨터 앞에서만 사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으로 필요한 매너조차 모를 때가 많습니다. 구세대가 신세대와 함께 일하면서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지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가 되면서 글과 문자가 비즈니스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커졌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입니다.

그런데 글과 문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표정과 음성이 빠진 문자는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같은 문장이라도 상대방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해독될 수 있으니 보내기 전에 몇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비즈니스에서 SNS를 활용할 때는 더 이성적이 되어야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매너는 따로 있을 텐데요.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 너무 기죽는 사람이 많아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건 좋지만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지 말고 글로벌 스탠더드만 갖추고 있으면 됩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통하는 ‘상식’ 말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때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와 함께 상대방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하는 걸 굉장히 미안해 하는데 외국 사람들은 한국어를 못해도 기죽거나 미안해 하지 않습니다. 당당한 사람이 나를 배려해 주면 그 가치는 두 배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매너는 무엇입니까.

상사와의 관계 매너를 어려워해요. 상사와 부하 직원 간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거죠. 상사에 대한 고정관념 중 바꿔야 할 것 하나가 바로 상사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상사는 그 자리에 있을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동물입니다. 여성들이 주로 하소연하는 게 ‘나는 죽어라 일하는데 상사는 같이 담배 피워 주고 주식 정보를 물어다 주는 남자 대리만 좋아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한 부분만 보는 시각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상사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해 주는 사람이 인정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너는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겁니다. 테크닉만 있는 매너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바닥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거든요. 수많은 기업에 강연 다니면서 깨달은 사실은 진정성 있는 매너를 가진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참고 도서 :‘비즈니스 매너가이드(연리지 간)’, ‘비즈니스 매너(쌤앤파커스 간)’
안미헌 비즈니스 컨설턴트 대표 인터뷰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