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MWC 2012 기조연설 다시 보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정보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 2월 28일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취재하러 그곳에 갔던 저는 현장에서 듣고 싶었습니다. 슈미트의 연설을 좋아하는 터라 꼭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녁 약속과 시간이 겹쳐 듣지 못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연설 내용을 읽었습니다.

슈미트 회장의 연설은 ‘네트워크 개방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얻는 사회가 되면 살맛 나는 세상이 될 텐데 판세가 염려스럽다. 네트워크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디지털 계급제도가 생기지 않게 하고 새로운 디지털 디바이드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통제에 맞서야 한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입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 “네트워크 통제는 실패할 것”
슈미트는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가 한 것을 보고 나서 정보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 정보기술은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전기와 같이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삶이 달라지고 그런 사람이 늘어나면 세상이 달라진다. 좋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입니다.

슈미트는 네트워크 혁명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많은 데이터센터가 건립되고 안정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누구나 네트워크에 연결돼 물리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하게 되면 사람들이 영리해지겠죠. 슈미트는 이렇게 되면 엘리트 계층을 향해 좀 더 잘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기술 덕분에 평준화되고 약자들이 강해지고 가진 것 없는 사람도 조금이나마 갖게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상류층·하류층의 간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 통제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국가가 10년 전에는 4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40개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구글 검색을 검열하고 페이스북·트위터 사용을 금지한 중국이 대표적이겠죠. 최근에는 가장 개방적인 미국에서도 통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통제에 관한 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겁니다.

슈미트는 네트워크 통제는 실패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기술은 물과 같아 어떻게든 흘러가게 돼 있다. 어떤 검열 시스템도 절대적일 수 없고 틈은 있다. 영리하고 재주 좋은 사람들은 이 틈을 이용해 정보를 찾고 결집하고 검열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네트워크 이용에서 격차가 생겨 디지털 계급제도가 등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슈미트가 개발자와 기업인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겁니다. “누구든지 클라우드에 접속하고 서로 접속하고 세상과 접속하게 되면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연결되는 세상을 만들어 좀 더 자유롭고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미래를 열자.” 슈미트는 또 “우리는 세상을 바꿀 기회와 능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며 네트워크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슈미트의 연설은 인터넷 실명제를 돌아보게 합니다. 한국은 악성 댓글로 연예인 자살이 속출하자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는 비판만 듣고 있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해 놓고 마무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침을 정했는데 꾸물거렸다는 얘기인가요?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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