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엔진은 경쟁과 혁신이다. 한 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통해 선두 주자로 등장하면 후발 주자는 선두 주자와 경쟁하기 위해 또다시 혁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소비자는 더욱 큰 효용을 얻게 된다. 또한 경쟁과 혁신이 있어야만 비즈니스 생태계가 온전히 돌아간다.

‘탄생-성장-안정-퇴보-소멸’이라는 비즈니스 생태의 에너지는 혁신과 경쟁에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에 그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큰 무게를 갖는 것은 탄생 즉, 창업이다. 닷컴 기업인 야후의 등장으로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졌지만 구글은 창업 후 5년 만에 야후를 밀어냈다. 다시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는 페이스북과 소셜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과정에는 끊임없는 경쟁과 혁신이 작동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 사회 혹은 국가의 혁신은 창업 시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2회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및 컨설팅에서 강창동 한국경제신문사 전문기자가 상권분석 특강을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11118
18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2회 프랜차이즈 창업설명회 및 컨설팅에서 강창동 한국경제신문사 전문기자가 상권분석 특강을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11118
최소 몇 년 치 생활비 확보 후 창업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생겨난 업체는 664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01년 1월 신설 법인 통계를 발표한 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그런데 이 수치만 놓고 한국 사회의 혁신성이 높아졌다고 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 혁신의 창업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떠밀린 창업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1차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들이 퇴직이나 구조조정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50대 초·중반 창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절반의 남은 인생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높게 평가할 수도 있지만 역사가 보여주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은 대부분 40세 이전에 창업했다. 한국의 대그룹 창업자 중에 50대 이후에 창업한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니더라도 월마트·IBM 등 굴지의 기업 창업자들은 모두 40세 이전에 기업을 세웠다. 물론 50대에 창업한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이나 환갑이 넘은 나이에 성공한 KFC의 샌더스 대령 같은 사람들은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역사적 경험뿐만 아니라 창업 시장은 원래 성공자보다 실패자가 많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창업 환경을 가진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다. 미국에서도 평균 실패 확률은 무려 80%나 된다. 던, 로버츠, 새무엘슨 등 세 명의 학자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창업 후 5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61%, 10년을 넘기지 못한 회사가 79%였다. 세 학자가 창업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한다. 만일 50대 창업자들이 준비 없이 과잉 확신을 가지고 뛰어든다면 그 결과는 자신의 기대와 정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고민을 해야 한다. 창업을 하든 새로운 직업을 구하든 최소한 몇 년 치의 생활비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년 정도의 생활비가 확보돼 있다면 창업 시장에서 준비 없는 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원인은 앞서 과잉 확신이라고 했는데, 과잉 확신의 가장 큰 원인은 경험 부족이다. 일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과잉 확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문제는 경험을 쌓는 동안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도 퇴직 전에 일정 정도의 생활비를 사전에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연금 펀드, 퇴직연금, 변액연금 등 각종 연금 상품은 창업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나이 들면 연금이 효자라고 하지만 필자는 인생 100세 시대에는 효자를 넘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보험이자 도약의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