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는 법은 무엇일까. 어렵지 않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된다. 문제는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MBA까지 마치고 온 사람이 주식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몇 달에 걸쳐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주식 투자 서적을 거의 섭렵한 끝에 얻은 결론은 바로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된다’였다고 한다. 자신감이 붙은 이 사람은 투자에 직접 나섰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서자 싸게 사고 비싸게 판다는 원칙이 그냥 무너지고 말았다고 한다. 아무리 심오한 투자 이론이나 법칙을 알고 있더라도 돈 앞에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가 그만큼 나약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식 투자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돌아보면 부동산 투자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람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나 2000년 대 초반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지금 집값과 비교해 보면 반값도 안 되거나 심지어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싼(?)값에 샀기에 주위의 부러움을 톡톡히 사거나 운이 좋은 사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을 보고 자신도 IMF 외환 위기가 다시 닥치면 그런 기회를 꼭 잡아 자산을 늘려보겠다는 사람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시간을 돌려 14년 전으로 가보자. 수십 년간 고속 성장하던 우리나라가 국가 부도 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을 때의 심리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라가 망하고 기업이 망하고 가계가 망하는 것으로 대부분 생각했을 시절이었다.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서는 ‘절약’이 가장 큰 덕목이었고 자산을 하루라도 빨리 현금화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주가와 부동산 시세가 동반 하락했다. 1997년 10월부터 1998년 11월까지 13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는 평균 15.1%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평균 18.2% 떨어졌다. 평균이 이 정도니 그중에는 30% 이상 하락한 곳도 속출했을 것이다. “더 이상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잃어버린 일본의 10년을 보라” 등의 서적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던 시절이다.
IMF 외환 위기의 추억, 자기 확신 없으면 고수익 낼 수 없다
IMF 사태 때 돈 번 사람은 ‘적극적 투자’ 그룹

이런 시장을 보며 사람들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이런 시류에 재빠르게 편승한 사람들이다. 세상이 급하게 변해가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주변에서는 경제통으로 통하거나 자신이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이가 많았다. 이들은 IMF 사태가 터지자 수개월 내에 자산을 대부분 현금화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자산보다 현금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의 주변 사람이거나 경제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첫 번째 그룹보다 보수적이거나 용기가 적은 사람들이다. 설마설마 하다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세가 바닥을 모르고 계속 내려가자 눈물을 머금고 처분한 사람들이다. 대출이 많다든지 소득이 불안정해 그 상황에서는 버틸 여력이 적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들은 시세가 바닥에 접근한 시점에서 자산을 헐값에 처분했다. 이 그룹이 IMF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IMF 사태 이전에는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IMF 사태를 거치면서 몰락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공통점은 주택을 거주용으로 보기보다 자산의 개념으로 본다는 것이다.

세 번째 그룹은 주택을 거주의 개념으로 보는 대다수의 일반 사람들이다. 어디선가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전세라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멀쩡한 자기 집을 팔고 남의 집살이를 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그룹은 적극적 투자 그룹이다. 이들 중에는 IMF 외환위기 사태의 팩트를 정확히 알기 때문에 시류와 달리 투자에 나선 사람도 있고 이론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해도 오랜 경험에 따른 소위 ‘감’에 의해 투자에 나선 사람도 있다. 이들이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이 처분한 매물을 모두 사들인 것이다.

이 네 그룹 중 누가 가장 많이 돈을 벌었을까. 당연히 네 번째 그룹이 가장 많이 벌었을 것이다. 2008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전국 아파트는 평균 146.2%, 서울 아파트는 평균 195.3%가 상승했다. IMF 사태 때 하락 폭의 열 배 정도 상승한 것이다. IMF 사태 때 집을 팔지 않은 (또는 못한) 세 번째 그룹도 상당한 수익을 거뒀지만 네 번째 그룹은 시세가 가장 쌌을 때 최소한 한 채 이상을 추가 구입했기 때문에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그룹은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서 대박이 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그룹은 손해가 많은 그룹이다. 바닥에서 열 채가 거래됐다고 하면 그것을 산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을 판 사람도 반드시 있는 법인데, 이 그룹이 바로 자산을 헐값에 판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죄라면 귀가 얇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역으로 이익을 본 사람도 많다. 2001년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기 때 다시 매입에 나서 2006년까지 지속된 랠리 장에서 자산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IMF 외환 위기의 추억, 자기 확신 없으면 고수익 낼 수 없다
이론과 현실은 정반대일 수 있다

그러면 첫 번째 그룹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론적으로 보면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었던 사람들은 바로 이 그룹이다. IMF 사태가 터지자마자 자산을 처분했으므로 손실이 적은 상태에서 나중에 집값이 바닥을 치자마자 집을 샀더라면 그 누구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보자. IMF 사태가 터지기 직전 2억 원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IMF 사태가 터지자 집값이 한두 달 사이에 1억8000만 원까지 떨어졌고 이때 이 집을 처분했을 것이다. 이 사람이 손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집을 처분한 이유는 그 집이 반 토막인 1억 원까지 빠질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때 다시 매입하면 같은 평형의 아파트와 현금 8000만 원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예상대로 집값은 1년에 걸쳐 빠져 1억50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때라도 그 집을 재매입했다면 아파트와 현금 3000만 원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집값이 계속 하락해 1억 원이 돼야 재매입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법이다. 그 아파트 시세는 반등하기 시작해 1억8000만 원이 되었다. 이때 재매입했더라도 손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취득·등록세 등 부가적인 비용도 문제지만 자존심 때문에 재매입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헛짓한 것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시세가 2억 원으로 올라 IMF 사태 이전 시세를 회복하게 됐다.

이때라도 재매입했더라면 늦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등을 인정하지 않고 더블 딥이 올 것이라는 둥 정부에서 강제로 하락을 막기 때문이라는 둥 엉뚱한 오기를 부리고 재매입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 시세가 폭등해 3억 원까지 오르게 됐다. 이때부터는 다시 사고 싶어도 다시 살수 없는 시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후부터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포도는 시어서 먹지 않는다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그 신 포도(?)의 시세는 얼마일까. IMF 직전 시세가 가장 비쌌을 때 서울의 2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최근 시세가 다소 내렸다고 하더라도 4억8400만 원이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부단한 공부와 자기 확신 없이는 투자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