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주가 하락기 ‘ 매력적’

1995년에 은퇴한 존 네프는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에게 존경을 받는 펀드매니저다. 그는 1964년부터 1995년까지 펀드를 운용하면서 무려 5600%의 수익률을 올렸다. 만일 1964년에 1억 원을 맡겼다면 그의 은퇴 시점에는 56억 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네프의 연평균 수익률은 13.9%였는데, 그의 투자 수익 중 40%는 배당금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네프는 4~5% 정도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목표의 절반은 달성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네프처럼 일류 투자가들 중에는 배당의 가치에 대해 주목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배당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단 배당주는 힘차게 뻗어 나가지 않고 무겁게 움직이는 게 많고 꿈이 없는 주식으로 취급받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배당이 눈길 끄는 이유
시장이 어려울 때 안전장치 역할

꿈과 배당의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재미난 증거가 하나 있다. 장기 투자 이론의 선구적 연구자인 제러미 시겔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투자의 미래’에서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 IBM과 정유 회사 엑슨모빌의 전신인 뉴저지 스탠더드 오일의 투자수익률을 비교 분석했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50년간 IT 산업은 시장의 3%에서 18%로 성장한 반면 스탠더드 오일이 속해 있는 정유 산업은 시장점유율이 줄고 미국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하지만 50년 투자의 승자는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엑슨모빌이었다. 1950년부터 2003년까지 IBM이 연 12.83%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엑슨모빌은 1% 이상 높은 14.22%의 성적을 거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바로 배당 때문이었다. 엑슨모빌은 성장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낮은 주가를 기록했지만 꾸준한 배당금으로 IBM을 장기 수익률 게임에서 이겼던 것이다.

배당은 투자 수익도 수익이지만 시장이 어려울 때 안전장치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꾸준하게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이 꾸준하다면 오히려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오른다. 같은 이유로 가격이 더 떨어지더라도 다른 주식에 비해 안정적이다. 또한 배당금을 잘 주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기 위해서는 항상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돈이 없는데 배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배당 투자의 매력이 높아지는 시기는 주가 상승기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 더 매력이 돋보인다. 가격이 하락할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한때 고성장 기업에서 저성장 기업으로 분류되는 KT와 SK텔레콤 등의 배당수익률이 주가 하락으로 7%대에 이르고 있다. 일부 전통적인 고배당 주식들도 6%를 넘어서고 있다. 예금 금리가 4%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매력적인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사 놓으면 매년 6~7%의 배당금을 받고 나중에 시장이 좋아져 주가마저 오른다면 일석이조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매년 꼬박꼬박 배당금을 받으면 그만이다.

직접투자 경험이 많지 않거나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자라면 좋은 배당주 펀드를 고르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배당주 펀드는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일종의 스타일 펀드다. 한때 높은 인기를 구가한 적도 있지만 주가 상승기에 수익률 저조로 인해 지금은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금리가 계속 낮고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배당주 펀드는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려울 때는 숲속의 새떼보다 손 안의 한 마리 새가 더 중요하다. 배당 투자는 손 안의 한 마리 새를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