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앞으로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3가지는 저금리·저성장·고령화가 될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저금리는 더욱 고착화되는 단계를 밟아 나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제로 금리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그 이전만 해도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진 일본만 제로 금리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젠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초저금리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라는 변수와 맞물리면서 금리 수준이 오르기 어렵다. 인구가 증가하고 고성장하는 시대에는 부동산 자산 수요가 증가하고 그다음으로 주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 자산 운용이 보수화되면서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는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금리가 투자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면 저성장은 소득 측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성장은 일자리와 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시기에는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아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어느 정도의 자산 축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성장은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를 낳는다. 그만큼 돈을 벌기가 더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저성장은 또한 치열한 경쟁을 낳는다. 고성장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지만 저성장은 경쟁을 격화시키면서 시장의 실패자를 대량 양산한다.

저성장 시기에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하면 양극화가 심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이 고통에 빠지게 되는 배경이다. 사람들의 소비는 줄고 경쟁은 격화되면서 시장 실패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는 투자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쓰나미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정부 재정의 악화, 노인 인구 비중에 따른 소비 축소, 가족 부양 시스템의 변화 등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더 무서운 것은 노년층의 증가로 사회적 활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사회적 활력이 떨어지면 자본주의적 혁신과 도전 정신이 떨어지게 된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라는 시대적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삶의 가치를 설정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상건 재테크 레슨]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 자산 운용
고정비 줄이고 보수적으로 자산 운용해야

먼저 가계 경제에서 고정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가계 경제에서 높은 고정비를 차지하는 3대 요소는 주거비·교육비·자동차유지비다. 주거비는 아파트 관리비 등 유지비와 대출이자가 비용의 근간을 이룬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 지금까지 인기를 끌었던 중대형 평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 상승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정년퇴직 후 주택 관리비를 50만~60만 원씩 내야 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장기적으로 높은 유지비를 감수해야 하는 주택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교육 경쟁으로 인해 교육비는 가정의 주요 고정비로 등장했다. 더 암울한 현실은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저성장으로 인해 자녀의 취업 여건이 매우 나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교육비는 각 개인의 가치관 문제이지만 소득 증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노후 준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둘째, 기대 수익을 낮추고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야 한다. 은행 금리의 2배 수준으로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투자 상품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레버리지의 시대가 마감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의 부채 문제는 한두 해에 걸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길게는 30년, 짧게는 10여 년에 걸쳐 만들어진 부채의 탑이다. 이 부채의 탑이 무너지고 다시 복구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근거 없는 낙관이 위험한 이유다. 오히려 지금은 회의주의적 태도로 삶과 자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때로는 삶과 투자에서 낙관론보다 건전한 회의론이 더 많은 성공을 가져온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