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순환출자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소유권 구조에서 나타나는 피라미드식 출자 구조와 일부 발견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는 과연 글로벌한 현상일까, 아니면 한국의 대기업집단 지배 구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일까.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순환출자 구조와 지배 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출자 구조가 가지는 다양한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출자 구조를 통해 기업 지배 구조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러한 지배권 강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 간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국가들에서 이러한 지배권 강화 수단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 지배권 강화 수단들은 차등 의결권과 피라미드 출자 구조다. 차등 의결권은 1주 1의결권의 상법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에서 1주 주식에 다수 의결권을 부과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1 대 2의 이중 의결권이나 1 대 10, 심지어 1 대 1000의 다중 의결권을 가지기도 한다.
[한국 기업 안전한가] 순환출자는 한국적 현상인가 "‘상호 출자 허용’ 대세…차등주도 채택"
지배권 강화 수단 폭넓게 허용

피라미드 출자 구조는 지주회사 체계에서 기업들의 출자 구조가 피라미드식으로 상위 집단이 여러 단계의 기업 출자를 통해 하위 기업들을 지배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차등 의결권과 피라미드 출자 구조는 의결권 측면에서는 모두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이 밖에 유럽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다양한 지배권 강화 수단들이 발달돼 있다. 무의결권주, 무의결권 우선주, 의결권 상한제, 소유권 상한제, 황금주, 상호 출자 등이 있다. 여기에서 상호 출자는 순환출자 구조를 보다 직접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 2007년 조사한 소유권과 지배권에 대한 국가 간 비교는 이러한 지배권 강화 수단에 대한 국제적인 법제 비교와 현황 조사에서 가장 종합적인 현황 조사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EU 회원국들과 미국·일본·호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다.

여기에서는 차등 의결권과 피라미드 출자 구조, 상호 출자 구조를 비롯한 13개의 지배권 강화 수단을 가진 19개 국가에 대해 조사했다.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1주 1의결권의 법 전통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자체적인 조직 규율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법 전통 국가들이다.

그러나 이들 두 가지 법 전통의 국가들 모두 지배권 강화 수단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었으며 국가들마다 법 전통에 따라 13개의 지배권 강화 수단들 가운데 법적으로 허용되거나 허용되지 않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조사에서는 19개 조사 대상 국가들 가운데 ‘피라미드 출자’와 ‘상호 출자’ 등의 지배권 강화 수단들은 100% 모두 허용되고 있었으며 차등 의결권은 53%의 국가가 허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개의 지배권 강화 수단들 가운데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절반 이상의 지배권 강화 수단이 활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제도상으로 이러한 지배권 강화 수단들이 대부분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지배권 강화 수단들을 어느 정도나 활용하고 있을까.

EU의 조사에서는 16개 국가들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순위 20위 이내 20억 유로 규모 이상의 기업들 311개와 신규 상장된 기업들 153개, 총 464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지배권 강화 수단들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이들 전체 기업들 가운데 56%의 기업들이 지배권 강화 수단들이 없었으며 44%의 기업들은 1개 이상의 지배권 강화 수단들을 활용하고 있었다. 상위 20대 이상 기업들은 1개 이상의 지배권 강화 수단들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비율이 52%로 나타났다.

피라미드 출자 구조가 가장 많이 활용돼 전체 기업의 27%가 활용하고 있었으며 차등 의결권이 이와 유사하게 24% 활용되고 있어 피라미드 출자 구조와 차등 의결권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국가별로 활용 수단의 차이가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스웨덴·네덜란드는 차등 의결권 사용 기업들의 비율이 각각 58%, 59%, 43%로 높게 나타난 반면 벨기에·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의 독일식 및 라틴식 법 전통 국가들의 차등 의결권 사용은 0%로 나타났다. 반면 피라미드 출자 구조는 스웨덴(48%)·벨기에(34%)·독일(32%)·룩셈부르크(32%)·이탈리아(28%)·프랑스(18%)·스페인(17%) 등으로 고르게 기업들의 활용 비율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가장 단순화된 형태인 상호 출자는 스웨덴의 경우 17%의 기업들이 활용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네덜란드 9%, 프랑스 5%, 덴마크 3%, 이탈리아 3%의 비율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 출자는 프랑스와 독일이 대표적으로 강한 지역이었으나 최근 상호 출자 관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EU 보고서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 안전한가] 순환출자는 한국적 현상인가 "‘상호 출자 허용’ 대세…차등주도 채택"
[한국 기업 안전한가] 순환출자는 한국적 현상인가 "‘상호 출자 허용’ 대세…차등주도 채택"
대만 포모사, 순환·상호출자 ‘선순환’

미국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의 비교 연구가 존재하지 않아 비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차등 의결권 구조를 가진 기업이 8.2%인 것으로 나타나 지배권 강화 수단이 유럽에 비해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비교 연구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기존에 진행된 연구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으며 다만 기존 대표 기업 사례들에서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를 보여주는 해외 사례들을 발견하게 된다.

EU의 연구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음의 사례는 프랑스의 20대 상위 기업들 가운데 7개 기업이 피라미드 출자 관계로 연결된 지배 구조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7개 기업은 BNP파리바·크레딧아그리콜·액슨히트테라퓨틱스프리랜서닷컴·사피노아벤티스·수에즈·토털 등 7개 기업으로, 금융·의료·제조업·에너지 기업 등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또한 악사는 BNP파리바 금융회사와 상호 출자 관계로 구성돼 있다. 반면 크레딧아그리콜 그룹은 광역협동조합은행과 지주회사를 통해 순환출자의 관계로 구조가 형성돼 있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상호 출자와 순환출자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 사례로 제시된 것은 대만의 포마사 플라스틱 그룹이다. 이 그룹(소속 기업 33개)에 속한 포마사 화학섬유 그룹, 포마사 플라스틱, 난야플라스틱 등의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 등과 함께 S&P 아시아 50에 포함돼 있는 대기업들이다. 이 그룹의 대표적인 이들 세 기업은 상호 출자와 순환출자로 상호 연계돼 있다.

미국 기업들은 다중 의결권을 사용하는 상장 기업들이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다중 의결권을 가진 대표적인 미국 기업들도 있다. 이들 기업들은 구글·벅셔해서웨이·비아콤·콤캐스트·콕스커뮤니케이션스·콜럼비아호스피털·에코스타커뮤니케이션스·브로드컴·리글리·HSN·허쉬·뉴욕타임스 등이다.

소유 지분과 의결권 차이가 가장 큰 기업들을 보면 콤캐스트의 경우 실제 경제적 소유권 가치는 0.3%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24.6%를 보유하고 있다. 비아콤은 8.6%로 10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1.9%의 소유권으로 40.0%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0.6%의 주식으로 100%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우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leews@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