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삼성전자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 PC’를 보셨나요. 삼성은 8월 2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갤럭시 노트2’를 비롯한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회견 말미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 신제품을 소개했습니다. 모두 4종을 새로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윈도8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스마트 PC가 2종, 윈도8 태블릿이 1종 포함됐습니다.

윈도8은 마이크로소프트가 10월에 발매할 차세대 OS입니다. PC와 태블릿 겸용이고 윈도폰에 적용했던 타일 모양의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채택한 게 특징입니다. 앞으로 윈도8이나 윈도폰8을 탑재한 PC·태블릿·스마트폰은 한결같이 타일 모양의 UI를 채택합니다. 삼성 스마트 PC에는 ‘하이브리드’란 말이 붙는데, 자판을 붙이면 PC가 되고 떼면 태블릿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 하이브리드 제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윈도8 탑재 하이브리드 제품은 태블릿 시장에 새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이 아이패드를 판매하기 시작한 건 2010년 4월입니다. 아이패드가 나온 직후 경쟁사들이 부랴부랴 안드로이드 탑재 태블릿을 개발해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OS로는 성공했지만 태블릿용으론 미흡했습니다. 지금도 태블릿 시장은 70% 정도를 아이패드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포스트 PC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PC는 영원할 것”이라고 맞섰죠. 2~3년이 지난 지금 아이패드는 넷북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아이패드가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PC를 대체할 수 있는 기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스트 PC 시대’가 열리면 판이 바뀌게 됩니다.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반격 나선 삼성전자 "자판 착탈형…‘포스트PC’ 겨냥"
윈도8은 ‘PC 시대 제왕’인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대’를 연장하기 위해 고안해 낸 OS라고 할 수 있습니다. PC·태블릿 겸용으로 내놓음으로써 PC 시장 지배력을 태블릿으로 연장하려고 합니다. PC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태블릿에서도 쓸 수 있고 태블릿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PC에서도 쓸 수 있다면 분명 강점이 있습니다. 애플 맥북과 아이패드는 OS가 달라 호환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윈도8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태블릿은 두 가지 점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PC와 태블릿 겸용 OS를 탑재하고 있어 호환성이 좋다는 게 하나, 서피스나 삼성 스마트 PC에서 보듯 쉽게 떼고 붙일 수 있는 게 다른 하나입니다. 태블릿은 손가락 터치로 작동해 콘텐츠를 소비하기엔 좋지만 자판이 없어 콘텐츠 생산용으론 불편합니다. 자판을 간편하게 착탈하게 함으로써 이 단점을 해결하려는 게 바로 하이브리드 제품입니다.

하이브리드 PC 또는 하이브리드 태블릿을 내놓은 기업이 삼성전자만은 아닙니다.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인 IFA 전시회에는 많은 PC 메이커들이 이런 종류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아이패드 발매 후 쏟아져 나온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폰 메이커들이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에 탑재한 안드로이드를 좀 더 큰 기기에 탑재한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윈도8 태블릿은 주로 PC 메이커들이 만듭니다.

성패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애플도 7인치 안팎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윈도8 태블릿이 쏟아져 나오는 올가을에는 공방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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