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팔이의 IT 이야기

휴일 점심이나 저녁에 집에서 자장면·치킨·피자 등을 주문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냉장고 문에 붙여 놓은 광고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거나요. 아니면 동네 업소들을 모아 놓은 광고 책자를 뒤적이다가 눈에 띄는 업소를 택하나요.

이런 모습이 사라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 앞서가는 젊은이들은 폰에서 인근 업소를 찾아 메뉴와 가격을 살펴본 뒤 바로 전화를 걸어 주문합니다. 머지않아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겠죠.

‘배달의민족’이란 서비스가 있습니다. 신생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통해 제공하는 배달 업소 안내 서비스죠. 이 분야의 선발 주자인데, 반경 3km 이내 배달 업소의 위치·메뉴·가격은 물론 이용자 평가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전화를 걸어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이 서비스 사업자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만났습니다.
배달 업소 알려주는 ‘배달의민족’ 주목해야 하는 이유… 모바일과 로컬과 소셜이 만나는 곳
우아한형제들은 김 대표가 셋째 형과 함께 2010년 10월 창업했습니다. 법인 등록 시점(2011년 3월) 기준으로는 아직 두 살도 안 된 신생 기업이죠. 사무실에선 신생 기업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입구에는 컵라면을 쌓아둔 진열대와 음료를 넣어둔 냉장고가 비치돼 있습니다. 필요하면 사무실 드나들 때 직접 꺼내서 먹으라는 뜻이겠죠. 김 대표는 “임직원들이 여직원한테 심부름 시키지 않도록 입구에 배치했다”고 하더군요.

사무실 디자인에서는 창고나 차고 느낌을 살렸습니다. 벽돌과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게 했고 바닥에는 시멘트를 그대로 뒀습니다. 창업 초기의 ‘헝그리 정신’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 같았습니다. 김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 디자인을 공부했고 실내 디자인 회사를 창업했다가 망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벽에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회사 슬로건이 쓰여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몇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지역 광고 시장을 개척하는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자영업자들한테는 딱히 업소를 홍보할 수단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전단지(일명 지라시)를 만들어 뿌리거나 동네 광고 책자에 업소 광고를 올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위치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자영업자들도 큰돈 들이지 않고 광고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지역 광고는 많은 기업들이 노리고 있는 ‘미래 금맥’입니다. 구글도 넘보고, 네이버도 넘보고, KT도 넘보고…. 동네 중국집·치킨집·미용실 등이 광고를 내기 시작하면 전에 없던 대규모 시장이 새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다들 “모바일(이동통신)과 로컬(지역 서비스)과 소셜 서비스를 결합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묘안을 찾지 못한 채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서비스로 앞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450만 건을 돌파했고 11만 개가 넘는 배달 업소를 등록했습니다. 광고주는 1만8000개, 광고 매출은 월 5억 원. 중요한 것은 광고 매출 5억 원이 아니라 증가 추세입니다. 연초만 해도 수천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고 매출 그래프가 오른쪽 위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단순히 배달 업소를 소개하고 광고비를 받아 매출 올리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배달 업소뿐만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들을 끌어들이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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