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재테크 레슨

앞으로 자산 운용의 가장 큰 변수는 ‘수명 리스크’다. 수명 리스크는 단순히 재무적인 범위를 넘어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재무 설계에 앞서 인생 설계를 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명의 연장은 ‘직선형 삶’에서 ‘순환형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평균 수명 70세 시대에는 20대까지는 교육을 받고 30~60세는 직장 생활을 하고 그 후에는 약 10년 동안 노후를 보내는 직선형 삶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 이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까지의 새로운 시간이 생겨났다. 새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새로운 삶의 태도와 방식이 필요해진 것이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직선형 삶의 구조로 되어 있다.

먼저 순환형 삶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자산 관리 전략부터 살펴보자. 수명 리스크의 증가로 향후 은퇴 파산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은퇴 파산은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는데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다 써버리는 것을 말한다. 75세 이후 후기 고령기에 은퇴 파산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75세 이전까지는 허드렛일이라도 할 수 있고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퇴 파산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돈을 많이 벌어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평균적인 사람들이 은퇴 파산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은퇴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평생 현역의 마인드로 일하는 것이다. 소액을 벌더라도 돈을 버는 일을 꾸준히 하면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지키거나 인출하더라도 적은 금액만 인출할 수 있다.
100세 시대 라이프스타일, 직선형 삶서 순환형 삶으로 수정해야
종신까지 받을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종신까지 받을 수 있는 자산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는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종신까지 지급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연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과 인플레이션 헤지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금액이 줄어드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주택연금도 사망 시점까지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 은퇴 파산의 관점에서 보면 금액의 크기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나오는 것이 더 좋은 대비책이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므로 스스로의 노력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저금리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에 원금 보전이 되는 상품만으로는 적정 수익률을 올리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해외 채권형 펀드와 같은 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수익과 현금 흐름을 창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순환형 삶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가족 관계의 변화다. 수명 연장으로 나타나는 생애 주기의 두드러진 두 가지 특징은 성장한 자녀를 독립시키고 부부만 사는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과 배우자와 사별한 후 홀로 사는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혜경 서울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은퇴 이후 부부 둘이 보내는 시간이 과거에는 1.4년에 불과했지만 자녀를 적게 낳고 수명이 증가한 오늘날에는 19.4년 이상이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부부 둘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경험은 아마도 처음 겪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리 흉허물이 없는 사이라도 매일같이 붙어 있으면 사소한 일이 큰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퇴직자 가운데 황혼 이혼이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

생애 주기의 변화에 따른 순환형 삶의 시대에는 은퇴 파산에 대비하며 오래 일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다. 현시점의 눈높이로 노후를 보지 말고 미래 시점에서 보아야만 순환형 시대에 적합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