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디지털 기기 중 올해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무엇일까요. 어떤 제품이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고 좋은 실적을 거뒀을까요. 구글이 발표한 ‘자이트가이스트 2012’를 토대로 살펴볼까 합니다.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는 ‘시대정신’을 뜻하는 독일어입니다. 구글은 해마다 연말에 구글 검색어를 통해 그해를 정리하는 ‘자이트가이스트’를 발표합니다. 올해는 ‘디지털 기기’ 부문이 재밌습니다.
2012년 가장 주목받은 디지털 기기는… 갤럭시S vs 아이패드 ‘막상막하’
먼저 디지털 기기 글로벌 순위입니다. ①아이패드 3 ②갤럭시 S3 ③아이패드 미니 ④넥서스 7 ⑤갤럭시 노트2 ⑥플레이스테이션 ⑦아이패드 4 ⑧서피스 ⑨킨들파이어 ⑩루미아 920. 보시다시피 애플과 삼성의 대결이 눈에 띕니다. 태블릿은 아이패드 3,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 4 등 애플의 ‘아이패드 삼형제’가 돋보이고 스마트폰에서는 갤럭시 S3, 갤럭시 노트 등 삼성의 ‘갤럭시 형제’가 돋보입니다.

태블릿에서 ‘아이패드 삼형제’가 톱 10에 들었다는 것은 2012년 역시 ‘아이패드의 해’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작년 초 ‘아이패드 2’를 발표하면서 아이패드 클론(유사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올해는 아이패드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작년까지만 해도 ‘태블릿=아이패드’라고 할 정도로 아이패드가 대단했죠. 올해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잠식이 시작했지만 아이패드의 강세는 여전합니다.

그렇다면 아이폰은 어떤가요. 아이폰은 올해 디지털 기기 검색어 톱 10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작년 11월 아이폰 4S를 공개했고 올해 9월 아이폰 5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폰 4S나 아이폰 5가 톱 10에 들지 못한 것은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아이패드로 많이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아이폰이 묻힌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애플과 삼성 제품을 제외하면 톱 10에 포함된 디지털 기기는 구글 넥서스 7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아마존 킨들파이어, 노키아 루미아 920인데, 아수스가 만든 넥서스 7은 7인치 태블릿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윈도 8을 탑재한 서피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 비즈니스를 강화할 것을 예고하고 루미아 920은 노키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주목할 게 또 있습니다. 톱 10에 태블릿이 6개나 된다는 점입니다. ‘아이패드 삼형제’ 외에도 넥서스 7, 서피스, 킨들파이어가 있는데 이처럼 태블릿 제품을 많이 검색했다는 것은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포스트 PC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이트가이스트 2012’의 한국 섹션을 보면 글로벌 추세와 많이 다릅니다. 디지털 기기 톱 10은 ①갤럭시 노트 ②갤럭시 S3 ③갤럭시 빔 ④갤럭시 M 스타일 ⑤옵티머스 뷰 ⑥갤럭시 노트2 ⑦프라다폰 3.0 ⑧아이패드 3 ⑨아이폰4S ⑩갤럭시 넥서스순입니다. 삼성 ‘갤럭시’ 제품이 1~4위를 포함해 6개입니다. ‘갤럭시의 해’라고 할 만합니다.

톱 10에 갤럭시가 6개나 포함됐다는 것은 삼성이 잘했기 때문이지만 경쟁 측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은 외국 업체들의 무덤”이라는 말은 좋지 않습니다. 이미 노키아가 철수했고 모토로라도 내년 초에 철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야후 역시 네이버를 이기지 못하고 철수합니다. HTC나 림(RIM)도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위기를 감지하고 TV 광고를 쏟아 붓고 있죠. 새해에는 경쟁이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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