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재테크 레슨

한국 사회는 고령화와 양극화라는 두 가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고령화와 양극화는 언뜻 보기에는 다른 문제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암수동체처럼 서로 하나로 붙어 있다. 고령화가 양극화의 원인 제공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양극화는 말 그대로 재산의 크기에 따른 양극화였지만 최근의 양극화는 고령화와 맞닿아 있다. 어찌보면 극히 상식적인 귀결이다.

고용 시장의 변화로 퇴직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평균 퇴직 시점은 52.6세로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통념으로 여기는 퇴직 시점인 50대 중반보다 조금 이르다.

만일 50대 초 퇴직 후 재취업에 실패했거나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이들은 급속하게 중산층 대열에서 밀려나게 된다. 포화 상태에 이른 자영업 시장과 설사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전 직장에 비해 소득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50대가 빈곤층에 처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는 당연히 분배 이슈를 낳는다. 분배는 시장 원리로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제삼자로 개입해야만 한다. 경제가 고성장해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면 분배 문제는 복지라는 정책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경제가 완연한 저성장 기조에 직면해 있고 여전히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사정이 만만치 않아 성장 기조로 쉽게 전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경 머니 & 인베스팅 전국로드쇼'가 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400 여 명이 참가해 고령화 시대의 노후 설계와 재테크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한경 머니 & 인베스팅 전국로드쇼'가 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400 여 명이 참가해 고령화 시대의 노후 설계와 재테크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신경훈 기자 nicerpeter@..
더 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고령화는 복지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정부 재정이 좋아질 확률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성장 없는 분배는 반드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 불거지면 세금을 더 거둬들이게 된다. 처음에는 부유세라는 명목으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겠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에는 전체적으로 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산을 운용할 때 세금이라는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세는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 된다. 금리가 10% 이상 높았던 시절에는 세금에 대한 이슈가 자산 운용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안전하게 고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세금 민감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될수록 절세 상품이 자산 운용 수단에서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이 가능한 연금저축, 2013년에 도입되는 재형저축, 10년 이상 장기성 보험 등의 투자 가치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절세를 통해 실질 수익 향상이 가장 확실한 투자 전략이고 큰 노력도 요구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산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주식 자산도 조세 효율적인 투자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투자 심리가 보수화되면서 안정형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영원히 안정형 자산으로만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안정형 자산마다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나 일본의 아베 신조 신임 총리의 아베노믹스나 그 본질은 돈을 풀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겠다는 정책이다.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이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 자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훌륭한 대비책 중 하나였다.

물론 고물가 구조에서는 주식 자산이 일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이 되지 못하지만 큰 흐름에서는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투자처였다.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금리가 계속 낮고 돈을 풀어대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양극화와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분배의 문제는 불거질 것이고 그에 따라 세금 이슈도 같이 제기될 것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자산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자산 운용에서 확실한 수익 제공자의 역할을 하는 절세형 상품과 주식 자산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