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V&S투자자문 대표

돈은 정직하다. 이익이 나는 곳에는 밀물처럼 몰려들고 손해가 생기는 곳에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최근 투자 자문 업계는 극단적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못하는 곳은 문을 닫을 판국이고 잘하는 곳은 덩치가 쑥쑥 커지고 있다. V&S투자자문은 ‘잘하는 곳’이다.

개인 자산가들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들 모두 너도나도 나서 V&S투자자문이 자금을 운용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회사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하게 국내 자문사 중 최상위권 투자 수익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재원 V&S투자자문 대표는 성공 투자의 비결을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투자 고수] “대형 성장주보다 중소형 가치주 유망”
‘V&S’라는 회사 이름이 독특합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앞의 ‘V’는 밸류(value), 뒤의 ‘S’는 스페셜 시추에이션(특수 상황: Special situation)을 뜻합니다. 우리 회사의 운용 철학을 이름으로 한 거죠.

밸류, 즉 가치 투자는 비교적 잘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스페셜 시추에이션은 무엇인가요.

스페셜 시추에이션은 말 그대로 ‘특수 상황’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에 집중합니다. 선정된 저평가 기업 중 이례적인 상황에 놓인 기업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기업의 대표적 특수 상황은 아마도 인수·합병(M&A)일 겁니다.

가치 투자와 특수 상황 투자를 동시에 성공한 사례가 있나요.

현대건설이 대표적입니다. 현대건설에는 2010년 2분기부터 2011년 1분기까지 투자해 약 50% 정도의 수익을 냈습니다. 당시 현대건설은 국내 최고의 건설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가격이 쌌습니다. 우리는 이 회사가 언젠가는 주인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2010년 말 인수전이 벌어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죠.

많은 자산 운용사 혹은 자문사들이 ‘가치 투자’를 표방합니다. 왜 그런가요.

길게 보면 가치 투자 방식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대의 주식시장인 미국 시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1970년 초부터 1996년 말까지 시장 수익률은 연평균 15.3%였습니다. 반면 저PER 종목에 투자한 수익률은 19.0%, 저PBR 종목에 투자한 수익률은 18.8%로 나타났습니다.

‘주식이 싸다’라고 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싸다’를 평가하시나요.

앞서 말한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와 함께 회사의 ‘재무 지표’를 매우 꼼꼼히 따져봅니다. 이 중에서도 현금 흐름과 자산 보유량을 꼭 챙겨보죠. 그리고 배당을 얼마나 주는지도 봅니다. 이 밖에 경영진의 능력, 비즈니스 모델, 업계 내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투자 대상 종목을 선정할 때 여러 고려 요소 중에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평가합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즉 이 회사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후 현재를 냉정히 분석해 보고 ‘싸다’고 생각한 주식을 삽니다. 사실 성장주의 요건을 더 많이 갖춘 주식에 투자해 본 적도 있는데 오히려 수익률이 별로였습니다. 아마도 우리의 투자 철학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자문사는 확실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죠.
[투자 고수] “대형 성장주보다 중소형 가치주 유망”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즉 이 회사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후 현재를 냉정히 분석해 보고 ‘싸다’고 생각한 주식을 삽니다.


올해 증시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장기와 단기로 나눠 봅니다. 단기로 보면 앞으로 몇 달간 한국 증시는 횡보 내지 박스권을 예상합니다. 근거는 미국 시장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 지표에서 잘 나타납니다. 미국개인투자자연합(AAII) 지표를 등을 보면 시장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많아졌어요. 이는 과열을 뜻합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한국 증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최근 디커플링됐기 때문에 조정의 정도는 약할 겁니다.

장기적 전망, 즉 올 하반기 혹은 향후 1~2년간은 강세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미국의 경기 상승입니다. 첫째,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추세적 상승을 하고 있어요. 둘째,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셋째, 셰일가스 등 이른바 ‘에너지 혁명’에 의해 미국의 에너지 자급률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이는 미국의 경상 적자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한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 상승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괜찮습니다.

그러면 어떤 업종에서 수익이 많이 날까요.

저는 대형 성장주보다 중소형 가치주가 확실히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봅니다. 이유는 한국 경제가 이제 저성장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단계에서는 빨리 성장하는 기업을 찾기 어렵죠. 그러니 적당히 성장하면서 아직 가격이 싼 주식을 찾는 게 옳다고 봅니다. 한국 증시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강세장이었습니다. 꾸준히 우상향했죠.

돌이켜 보면 2000년부터 2003년까지는 확실히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부터 5년간은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나았습니다. 작년 중반부터 중소형 가치주의 수익률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점으로부터 이제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2~3년간은 중소형 가치주의 수익률이 좋을 겁니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경제 민주화’도 무시 못하죠.

V&S를 시작하신 지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수익률은 어떤가요.

수익률과 안정성 모두 좋았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표 펀드인 V&S1호는 올 2월 기준 3년 수익률 67.4%, 1년 수익률 22.3%, 3개월 수익률 4.6%를 기록 중입니다.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이는 투자 자문사 중 각각 상위 8%(3년), 상위 4%(1년), 상위 2%(3개월)에 해당하는 순위입니다. 꾸준히 잘했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우리는 2007년 10월 설립 이후 2011년까지 자산가 위주의 영업만 해 왔습니다. 기관 자금은 작년 초부터 받기 시작했습니다만 현재 800억 원 정도의 기관 자금이 우리 회사로 들어왔습니다. 기관들이 우리의 장기 운용 실적에 대해 높게 평가한 거죠. 현재 전체 운용 규모는 1700억 원 정도 됩니다.

투자한 종목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앞서 말한 현대건설 투자가 우리 철학에 가장 잘 부합하는 투자였다고 봅니다. 가치주 투자를 중심으로 특수 상황 투자가 잘 결합됐습니다. 우리는 특히 M&A에 대해 타 자문사보다 정확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그리고 함께 V&S를 이끌고 있는 이남호 대표 둘 모두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파라다이스에 투자해 괜찮은 수익률을 냈습니다. 파라다이스는 자산 가치에 포커스를 맞춘 투자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가치 성장주’로 변한 거죠.

자문업의 특성상 부자들을 많이 만날 것 같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단기 고수익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좋아합니다. 단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정적인 수익이라는 게 저수익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적정 수익’이라는 거죠. 또 굉장히 알뜰합니다. 많은 자금을 굴리지만 ‘쫀쫀하다’ 싶을 정도로 자문료 등에 대해 민감합니다. 이와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고객 중에는 6년 이상 우리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