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모바일 기기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로 가는구나. 새로 뛰어드는 선수가 많으니 판이 복잡해지겠다. 점입가경(漸入佳境). 결국엔 소비자를 편하게 해 주는 선수가 이기겠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에 대한 소감입니다. 올해는 현장에 가지 못해 인터넷을 뒤져 흐름을 파악했습니다. 물론 소비자를 편하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겠죠.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폰과 태블릿 신제품이 등장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 8.0을 공개했고, LG는 옵티머스G 프로를 비롯한 ‘옵티머스 4종’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삼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략 제품을 전시회에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갤럭시 S4는 3월 14일 뉴욕에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삼성이 휘두를 ‘갤럭시 쌍칼’은 갤럭시 S4와 갤럭시 노트 8.0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PC 메이커들이 폰이나 태블릿 신제품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세계 1위 PC 메이커인 HP는 독자 운영체제(OS)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7인치 태블릿을 내놓았고 2위 메이커인 레노버는 크고 작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3종을 전시했습니다. 4위 메이커인 에이서는 가격이 20만 원 남짓에 불과한 후진국 공략용 7인치 태블릿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PC 메이커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통신 장비 및 네트워크 업체인 프랑스 알카텔이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은 건 의외였습니다. 알카텔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5인치 폰을 공개했습니다. 알카텔뿐이 아닙니다. 통신 장비 및 네트워크 시장에서 세계 2위까지 뛰어오른 중국 화웨이는 이번에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내놓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자랑했습니다.
춘추전국시대로 가는 모바일 기기 시장, 멀티 디바이스 시대…소비자 편의가 중심
휴대전화 시장에 PC 메이커들이 뛰어드는 것은 폰과 PC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PC와 태블릿이 닮아가고 태블릿과 폰이 닮아가고 있습니다.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 노트 8.0을 봐도 그렇습니다. 기존 갤럭시 노트 10.1과 크기만 다른 태블릿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갤럭시 노트2 스마트폰과 비슷합니다.

메이커가 다양해지고 OS가 다양해지면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윈도를 탑재한 PC를 사용하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쓰고 파이어폭스 OS를 탑재한 태블릿을 사용한다면 기기 간 파일 호환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끊김 없는(seamless)’ 편의성을 제공하는 기업이 사랑받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삼성은 이번에 ‘홈싱크(HomeSync)’라는 가족을 위한 공유 솔루션도 공개했습니다. 온 가족이 각종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TV 화면으로 감상할 수도 있게 지원하는 일종의 ‘가족 창고’입니다. 기기 다양화에 따른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삼성으로서는 구글과 달리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어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방안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노트북을 사용하고 지하철에서는 주로 폰을, 거실에서 TV를 시청할 땐 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합니다. 노트북으로 작성한 문서를 폰에서 읽지 못하고 폰으로 찍은 사진을 태블릿으로 보지 못한다면 매우 불편할 겁니다. 그래서 갈수록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쓰게 됩니다. 기기 메이커든 서비스 사업자든 기기 다양화에 따른 불편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는 게 과제인 것 같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 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