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902호 (2013년 03월 11일)





혁신학교 주변 전셋값 ‘고공비행’, ‘공립 맘에 안 들어’…新맹모들 ‘우르르’

부동산 포커스

과거 명문고·명문대 입학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치동·목동 등의 학군으로 몰려들던 현상에서 연령대가 내려가 부동산 시장에 ‘키즈 파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판교 보평초등학교의 배정 단지인 봇들마을 9단지 전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의 한 아파트에 살던 주부 임모 씨는 2년 전 성남시 판교 신도시로 이사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 유치원생이던 두 아이를 혁신학교로 지정된 판교의 보평초등학교(분당구 삼평동)에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평초등학교에 배정이 가능한 봇들마을 8단지에 왔고 그녀의 바람대로 두 아이는 모두 보평초등학교의 학생이 됐다.

“단지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기 위해 판교로 이사 왔는데 학교의 커리큘럼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무리해서라도 옮기길 잘한 것 같다. 2년 전에도 집이 별로 없어 전세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해 ‘월세살이’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이처럼 혁신학교 주변의 부동산 시장이 ‘맹모(孟母)’들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 행정과 교육에 자율성을 부여해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불리고 있는데,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각종 체험, 봉사, 진로 모색 활동 등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추구한다. 혁신학교마다 연간 평균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을 지원 받고 있으며 2013년 3월 현재 초등학교는 서울시에 36군데, 경기도에 96군데가 있다.



성남·고양·광명 인근 아파트 ‘들썩’

이 가운데 혁신학교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경기도 내 대표적 혁신 초등학교인 성남시 판교 보평초등학교, 고양시 서정초등학교, 광명시 구름산초등학교 인근 아파트의 전셋값은 혁신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3.3㎡당 100만 원부터 많게는 1000만 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판교의 보평초등학교는 EBS 등에도 자주 출연하며 유명세를 탄 서길원 교장의 전인교육 학습법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늘면서 이 학교에 배정이 가능한 아파트의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를 정도라고 동판교 대교공인중개사무소의 이기훈 대표는 말했다.

“이 주변은 학군의 영향이 정말 크다. 지난겨울에도 보평초등학교에 배정이 가능한 매물을 보러 오는 학부모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서울 강남이나 다른 경기도 권에서의 문의도 많지만 판교 내의 보평초등학교 비배정 지역에 사는 분들이 이사 오고 싶다고 대기한 이들도 많다.”

보평초등학교에 입학이 가능한 아파트는 백현마을 1~2단지, 봇들마을 7~9단지다. 이 때문에 배정 가능한 아파트의 전셋값은 같은 지역 비슷한 평수대의 비배정 아파트와 눈에 띄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보평초등학교 배정 학군인 봇들마을 8단지의 전용면적 84㎡(25평대) 전세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표에 따르면 2011년 3억8000만 원에서 지속적으로 오르더니 올해 2월에는 4억6500만 원까지 뛰었다.

배정 학군 내에서도 신분당선 판교역과 가장 가까워 매물 수요가 끊이지 않는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백현마을 1단지)은 97㎡(29평대)의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약 1억4000만 원 가까이 상승하며 현재는 5억25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배정 학군인 봇들마을 2단지의 전용면적 84㎡(25평대)의 전셋값은 2011년 3억500만 원이었던 것이 현재는 3억725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고공 행진 주도…위장 전입 부작용도

서울에서도 혁신학교 근처의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인근 부동산은 혁신학교에 배정되거나 통학이 가능한 지역에 주거지를 마련하려는 학부모들로 북적이고 있다. 학생들이 벼농사도 직접 짓고 배추 농사도 지어 김장까지 하는 등 자연친화적인 교육으로 유명세를 탄 도봉산초등학교 주변에도 이사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근처 부동산 중개인이 말했다.
 
그는 “이 근처는 서울 시내에 비해 집값이 싼 편이라 다른 지역에서도 부담 없이 이사를 많이 온다. 도봉1동 주변의 럭키아파트나 가든아파트의 전셋값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약 1000만~2000만 원 정도 올랐다. 매달 전학생이 서너 명은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서울시 은평뉴타운 내에 들어선 은빛초등학교 주변 집값도 ‘혁신학교’ 특수를 누리고 있다. 뉴타운 부동산 컨설팅의 이루리 실장은 “9단지 래미안, 10단지 금호 어울림이 배정 가능한 단지인데 은빛 초등학교의 규모가 너무 작아 매물을 구하는 게 더욱 힘들다. 주변 시세보다 2000만~3000만 원 정도 비싼 편이지만 집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팔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혁신학교가 처음 시행된 2년 전에는 현재보다 인기가 더 높았으며 2015년부터 일반 학교로 전환(혁신학교의 혜택을 나눠주기 위해 4~5년 단위의 순환제로 운영됨)되기 때문에 초반에 비해 찾는 이들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한편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과열된 관심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혁신학교의 배정을 위해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서둘러 이사를 오는 바람에 초등학교의 학급 과밀화 현상이 벌어지거나 공급 대비 수요의 증가로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주변 시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장 전입 사례도 많아 학부모들이 이를 적발해 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혁신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립 초등학교는 비싼 학비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는 대신 공립학교 중에서도 차별화된 교육이 가능한 ‘대안 교육의 장’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학교를 지향하며 예능·영어·과학 등의 분야에서 특화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사교육비 부담을 더는 대신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고 한 학부모는 말했다.
 
부동산114의 서성권 연구원은 “경기가 어려워지고 2년 연속으로 수능이 쉬워져 대치동·중계동·목동 등 전통적인 학군 수요 지역의 아파트 시장은 잠잠한 대신 혁신학교 주변의 아파트는 학군 수요로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는 2015년까지 2200여 개 학교를 모두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반면 서울은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확대 대신 문제점을 수정·보안한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향후에도 서울 내 혁신학교에 배정 가능한 아파트의 몸값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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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3-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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