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종로5가, ‘황금시대’ 기대 만발 “밤낮 손님 ‘북적’, 상인들 얼굴 ‘활짝’”
요즘 종로5가 상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 2년 사이에 손님들이 몰리면서 가게마다 매출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 상권은 1~2년 사이 매출이 200% 이상이 증가했다.

경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상가의 임대료나 권리금 등도 1년 사이 폭발적으로 뛰었지만 그마저도 매물이 없어 대기자들이 줄을 섰다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말했다. 현재 종로5가의 임대료는 66㎡(30평) 기준으로 보증금 2억 원에 월 1300만 원 선이다.

종로5가는 서울 강북 지역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입지적으로 광화문부터 종각, 종로1~6가의 도심지가 큰 도로를 중심으로 1자로 이어지고 있으며 광장시장부터 도매시장인 동대문시장까지를 종로5가라고 일컫는다. 예로부터 이 지역의 상권은 대부분 도매 상가였고 상권의 범위도 청계천·을지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1960년대에 종로5가에는 봉제공 인력 시장이 형성돼 있어 청운의 뜻을 품고 상경한 시골 젊은이들과 구직·구인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사람 냄새 가득한 서민들의 골목이기도 했다. 19 90년대 중반까지는 20여 곳의 도매 서점들이 몰려 있어 중고 책이나 만화책 등을 구하러 많은 이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또한 광복 후에 군복과 군용품을 파는 것으로도 유명했던 종로5가 부근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가벼운 하이킹 장비에서부터 전문 산악 용품까지 등산 용품 전문점 수십 군데가 모여 있으며 시중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여전히 성행 중이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이곳에 총집결해 있다.
부활한 종로5가, ‘황금시대’ 기대 만발 “밤낮 손님 ‘북적’, 상인들 얼굴 ‘활짝’”
‘닭 한마리’는 미슐랭 가이드에도 소개

현재 종로5가에는 1956년부터 약 50년 이상 이곳을 지켜 온 보령제약의 전신인 보령약국을 중심으로 도로마다 약국 거리가 펼쳐져 있고 의료 기기 판매점, 묘목상, 원단 및 한복 가게, 아웃도어 매장, 상설 할인 의류 판매점, 먹을거리 골목 등등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여러 상권이 이어져 있다.

비록 노후한 건물들이 많지만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이 거리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이곳에는 30~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음식점, 한복 가게, 보석상 등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며 저렴한 가격에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명동 부근 호텔에 묵으면서 종로까지 유입된 일본·중국인 관광객들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또한 매스컴의 영향으로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가족 단위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지난 3월 13일 오후에 찾은 종로5가 거리는 어디를 가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1호선 종로5가역 5번 출구 쪽은 넘쳐나는 사람들 덕분에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 느껴졌다. 거리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장사가 가장 잘된다는 광장시장 안에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저마다 둘러 앉아 빈대떡·떡볶이·곱창·마약김밥(중독성이 강한 맛이라는 애칭) 등을 먹고 있었는데 빈대떡은 고작 4000원, 김밥은 2500원으로 매우 저렴했다. 종로6가와 더 가까운 일명 ‘닭 한마리 골목’은 식사 때가 되면 가게 밖으로 길게 줄을 선 손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 2011년 한국판에 종로5가 먹자골목에서 파는 ‘닭 한마리’가 소개되기도 해 외국인에게는 ‘인기 관광 코스’로 손꼽힌다. 지난해 연말에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대표이사가 내한한 영화감독 팀 버튼과 함께 광장시장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로 저녁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BC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종로5가의 상권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2.1%가 증가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했을 때에도 손님이 무려 518.3%나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상의 유입이 전년 동월 대비 489.7%나 증가했고 지난해와 비교해 20~30대 여성 고객 또한 566.8%나 늘어나 두 부문 다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수치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종로5가의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한 이유는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식료품을 비롯해 생활용품·의류·음식 등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으로 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근처가 ‘종로청계천관광특구’로 지정돼 있어 외국인들의 유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명동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종로의 호텔로 숙소를 정한 관광객들이 자연스레 종로5가 쪽으로 흘러드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와 함께 ‘1박2일’이나 ‘다큐 3일’, 각종 케이블 방송의 미식 프로그램 등에서 종로5가 먹자골목 등이 소개되면서 매스컴 노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광장시장이나 인근 상가에는 강호동의 사진이나 방송 출연 당시의 영상 등을 캡처해 간판에 넣으면서 손님몰이를 유도하는 곳도 쉽게 눈에 띄었다.

종로에서만 15년째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신현대 컨설팅의 조중현 대표에 따르면 종로5가의 활황세와 함께 이곳의 임대료와 권리금도 많이 올랐다고 했다. “지하철 종로5가역 5번 출구 쪽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 장사가 워낙 잘되다 보니 대로변의 권리금은 66~99㎡(약 20~30평형) 기준으로 2억~3억 원 선에 형성돼 있는데 더 달라고 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매물이 없어 대기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월세와 권리금 때문에 주저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종로5가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상당히 늘었고 일본·중국·러시아 등 외국인 관광객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광장시장은 장사가 굉장히 잘되기 때문에 메인 거리라고 할 수 있는 빈대떡을 파는 자리는 2억~3억 원을 주고서라도 상인들이 서로 들어가겠다고 난리인 데도 매물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활한 종로5가, ‘황금시대’ 기대 만발 “밤낮 손님 ‘북적’, 상인들 얼굴 ‘활짝’”
단돈 ‘만 원’의 행복, ‘강호동 효과’도 한몫

기자가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조사한 결과 현재 종로5가의 전용면적 66~99㎡ 상가 보증금은 대로변이 6000만~7000만 원이고 이면도로는 2500만~4000만 원 선이었다. 월세는 400만~1000만 원 선이며 권리금 또한 최하 4000만 원에서 2억 원 선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목이 좋은 자리는 ‘무엇을 차려도 대박이 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권리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었다.

윤영재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 회장은 관광공사의 적극적인 홍보와 서울시 차원에서의 전통 재래시장 살리기 정책, 매스컴 효과와 저렴한 가격 덕에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광장시장의 상가가 전체적으로 20~30% 정도 매출이 증가했고 먹을거리는 200% 이상 늘었다.

우리처럼 단 돈 만 원으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몇 군데가 되겠나. 평택·온양 등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방 거주 노인들도 많이 온다”며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등의 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오는 6월에는 한복 체험관과 공연장 등을 마련해 해외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볼거리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