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소프트웨어에서도 애플 맞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4’를 발표하는 장면을 보셨습니까. 삼성은 3월 14일 저녁 뉴욕에서 진행한 갤럭시 S4 공개 행사를 유튜브 사이트를 통해 중계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3월 15일 아침이어서 차분히 지켜봤는데, 삼성의 잠재력과 고뇌를 함께 보여줬습니다. 갤럭시 S4는 기존 제품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마트폰이면서 앞으로 폰이 어떻게 진화할지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팔면서도 “애플 따라 하기만 하느냐”는 일부 지적을 의식한 것 같았습니다. 신 사장은 하드웨어 강점을 부각시켰던 종전 행사 때와 달리 새 기능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갤럭시 S4는 디자인에서는 아이폰 5와 마찬가지로 화면이 커졌는데도 얇아지고 가벼워졌다는 점을 제외하곤 달라진 게 많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눈에 띄는 기능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손가락을 화면 위에 올려 내용을 파악하는 ‘에어뷰’,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를 모두 사용해 사진에 촬영자 얼굴을 넣는 ‘듀얼 카메라’, 촬영 당시 소리를 함께 담는 ‘사운드앤샷’ 등이 그렇습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삼성이 소프트웨어에서도 애플과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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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편의를 높여줄 수 있는 ‘S 보이스 드라이브’는 운전 중 손을 쓰지 않고도 폰을 작동하는 게 갈수록 쉬워지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운전 중 말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고 메모하고 음악을 바꾸는 게 훨씬 편해졌습니다. 새로운 기능은 아니지만 음성인식 성능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삼성은 ‘삼성 허브’도 발표했습니다. 뮤직 허브, 비디오 허브, 리더스 허브, 게임 허브, 러닝 허브 등 기존 5가지 허브를 통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스토어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비슷합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에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각종 콘텐츠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을 겁니다. 삼성 허브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에서도 강자가 되면 서비스 분야에도 손을 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로 넘어가는 순간 구글과 부딪칩니다. 삼성은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폰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간에는 “OS는 구글이 개발했는데 삼성만 재미 본다”는 말도 나옵니다. 삼성이 서비스 비즈니스를 강화하다 보면 구글을 자극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갤럭시 S4에 탑재한 ‘S-트랜슬레이터’란 기능만 봐도 그렇습니다. 외국어를 모를 때 폰에 내장된 자동 통역 기능을 이용하라는 얘기인데, 자동 번역이나 자동 통역은 구글이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온 분야입니다. 삼성 ‘S-트랜슬레이터’는 구글에 대한 작은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구글이 자동 통역 기능을 안드로이드에 탑재하거나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한다면 삼성과 충돌을 빚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앞으로 노인의 말동무이자 주치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 S4에 ‘S헬스’라는 건강관리 도우미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현재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폰에 넣었습니다. 앞으로 폰이 각종 액세서리와 연동하거나 팔찌·시계·반지 등의 형태로 진화하고 S헬스와 같은 기능이 좀 더 진화하면 폰은 “자식보다 더 효도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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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