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904호 (2013년 03월 25일)

[부활한 코스닥] 코스닥 시장의 역사, 파란만장 17년… 부활 움직임 ‘뚜렷’

코스닥은 오는 7월 개설 17주년을 맞는다. 1996년 시가총액 8조6000억 원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이제 123조 원(3월 19일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장 법인 수도 343개에서 986개로 늘었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개설됐다. 정부는 1980년대 들어 유망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당시 자본금 규모가 영세한 벤처·중소기업은 증권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웠다.

정부가 내놓은 비책은 1987년 주식장외시장 설립이다. 스피커 전문 업체인 에어로시스템 등 21개사로 출범한 주식장외시장은 1994년 300개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코스닥이 발족되기 직전인 1995년 340개에 이르렀다. 거래량도 1987년 13억 원에서 1994년 332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장외시장의 자금 조달 실적도 코스닥 출범 직전인 1995년 9535억 원을 기록해 1조 원대에 이르는 등 기업의 새로운 자금 조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장외주식시장이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확실한 자금 조달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매매 체결 방식도 전산화함으로써 코스닥 시장 설립 기반을 마련했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이 드디어 돛을 올렸다. 의욕적으로 출범했지만 1년이 넘도록 부진을 면치 못했다. 1996년 연간 거래량이 3542만 주로 증권거래소의 1~2일분에 그칠 정도였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데다 매매 때 100%의 위탁증거금을 징수하도록 하는 등 투자 불편에 따른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7년 외환위기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코스닥 시장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1998년 10월 코스닥 지수는 60.7을 기록했다. 시장 개설 후 최악이었다.



‘깡통 계좌’ 속출…투자자 신뢰 잃어

1999년 외환위기를 수습하던 김대중 정부는 벤처 활성화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육성책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은 활황세를 맞는다. 등록 법인 수가 1998년 말 331개에서 1999년 말 457개로 늘어났고 상장 자본금 또한 1998년 증권거래소 대비 9.8%에서 1999년 말 16.7%로 성장했다. 1999년 7월 코스닥 지수가 200(2004년 1월 26일 10배로 조정 이전 지수)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계속 코스닥으로 몰렸고 2000년 2월 14일 하루 거래 대금이 6조421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2000년 3월 10일 코스닥 지수도 292.5(10배로 조정하면 2925.50)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되자 애초의 코스닥 시장 설립 목적인 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이 원활해졌다. ‘한국거래소 55년사’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실적은 1997년 2162억 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0년 7조7407억 원을 기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위 ‘대박주’가 쏟아져 나왔다. 인터넷전화 업체인 새롬기술 주가는 1999년 8월 2575원에서 2000년 2월 30만8000원까지 무려 1만1861%나 올랐다. 포털 업체인 다음은 1999년 11월 1만1200원에서 불과 2개월 만에 40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활황세는 짧았다. 2000년 초 세계적인 인터넷 붐이 꺼지면서 거품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미국의 나스닥이 첨단 기술주의 거품 붕괴에 따라 2000년 4월 지수가 355.9(9.6%) 폭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그 영향을 받으면서 폭락을 거듭했다.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12월 5500원으로 급전직하했다.

내부 신뢰도도 함께 추락했다. 1999년 12월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 등이 터지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2000년 10월 한국디지탈라인이 최종 부도 처리되고 이른바 정현준 게이트가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2001년에는 미국 9·11테러 사태의 충격으로 지수가 급락세를 보였다. 또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과 북핵 리스크 등으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 게다가 2004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 긴축정책, 고유가 등 대외 악재마저 겹쳐 코스닥 지수는 또다시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2004년 1월 코스닥 지수 기준치를 100에서 1000으로 10배 늘렸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게임·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의 테마주가 탄생하면서 한때 700 선까지 상승하며 ‘코스닥 부흥’ 시대가 다시 열리는 듯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또한 폭삭 주저앉았다. 이 와중에 코스닥 시장은 부정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시세 차익만 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상장 후에도 회사 자금 횡령·시세조작·주가조작·분식회계 등 코스닥 시장을 단기적인 ‘머니게임’의 장으로 여기는 일부 벤처기업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로 코스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졌다.


2002년 11월 10일 코스닥 지수가 코스닥 시장 개장 이후 최저점인 43.74로 마감했다. 당시 코스닥 증권시장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기관·외국인 들어오며 지수 이끌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코스닥 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문제였다. 개인 투자자의 매매 비중이 9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은 반면 연·기금,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 등의 외면을 받아 왔다.

코스닥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 일부 대형 우량 기업들이 증권거래소로 이전하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코스닥 시장을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됐다. 2008년 코스닥의 대장주였던 NHN이 코스피로 이전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66조 원. 상장한 지 6년 만에 코스닥을 떠난 NHN은 7조 원으로 그중 10분의 1을 차지했다. 이 밖에 엔씨소프트·아시아나항공·LG텔레콤 등이 자리를 옮겼다. 지난 16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기업은 86개에 달한다.

상장폐지된 곳도 속출했다. 코스닥의 급락은 불과 몇 달 만에 사장 최대의 거부를 양산하기도 했지만 반면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에 ‘깡통 계좌’로 자살하는 투자자도 속출했다. 1999년 폭발적인 사업 확장으로 벤처 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김진호 사장의 골드뱅크를 비롯해 메디슨·터보테크·로커스 등이 벤처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주가 폭락 및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2005년에는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와 통합돼 한국거래소로 새 출발했다. 하지만 통합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코스닥 시장이 유가증권 시장의 보조 시장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닥 시장은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 등 무형자산에 대한 고위험·고수익 투자의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데, 통합 이후 코스피 시장과의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우량 기업의 이탈, 투자자 불신 확산 및 활력 저하와 같은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코스피 시장의 2중대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지난해 말까지 코스닥 시장의 침체는 통계가 말해준다.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2002년 162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매년 40~70여 개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22개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상장폐지 기업은 48개로 신규 상장 기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더구나 중소 벤처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0년으로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상장 기업 수는 2007년 이후 1000개 선에서 정체되고 있다.

이렇게 죽어가던 코스닥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14일 코스닥 지수가 553.58을 기록하며 2009년 5월 22일(554.09) 이후 처음으로 550 선을 돌파했다.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떠났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1조105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하고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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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3-03-2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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