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균의 日日新경영

얼마 전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프란체스코’라는 즉위명으로 바티칸 가톨릭의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런데 교황 선출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기경들이 ‘콘클라베(Conclave)’라는 비밀회의를 열어 선출하는데, 이 방법은 1274년에 제도화됐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열쇠로 잠긴 방’이라는 뜻으로, 외부와 단절된 방에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것이다. 투표 기간 동안 추기경들에겐 일정량의 빵과 포도주만 제공된다. 시간이 지연돼 이른 시일 내에 교황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선출될 때까지 음식의 양을 점점 줄여 나중에는 물만 제공한다.

교황 선거에 참석한 추기경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이 때문에 오래 지탱할 체력이 없어 비교적 일찍 새 교황을 선출하게 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교황 선출이 추기경들 간의 의견 차이로 무작정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장관 임명 때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여야 간의 의견 차이로 임명이 지연돼 행정 공백 상태가 초래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도 이런 현상이 자주 생겨 콘클라베가 몇 주나 몇 달, 때론 몇 년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마냥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선출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을 하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압박 수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궁즉통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개선 활동을 할 때 아무리 높은 수준의 안목 지능으로 급소를 찾아 개선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행력 부족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일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갖고 분석하는 것도 보다 정확한 진인(眞人)에 근접하는 문제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는 단지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뿐이다. 계획과 실행력은 다른 것이다. 계획이 결과를 만드는 게 아니고 행동이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모럴과 개선의 실행력이 갖춰진 조직은 급소를 찾아 계획이 수립되면 개선이 진행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거의 추진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고 만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실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실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직원들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떤 계기나 외적인 충격 방법이 필요하다. 이것이 ‘궁즉통의 방법’이다.

어떤 조직이든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에 의해 변화를 당한다. 스스로 변하면 생존하고 외부에 의해 변하면 멸망하는 게 진리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도 스스로의 변화를 거부하다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으며 천하의 도요타도 정보기술(IT) 시대에 맞지 않는 도요타 생산 방식만 주장하며 변화를 거부하다가 호된 시련을 겪은 것이다.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은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대다수 조직은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 그러면 어떻게 조직을 변화하게 만들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반드시 ‘궁즉통의 환경’을 만들어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왜 ‘궁즉통’(窮則通)인가, 자발적 개선 불가능…변화 환경 만들어야
왜 ‘궁즉통’(窮則通)인가, 자발적 개선 불가능…변화 환경 만들어야
실행력 갖추지 못한 계획 ‘허무’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은 원래 주역(周易)의 기본 원리를 9자로 요약한 것으로,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말인데, 궁즉변(窮卽變) 궁즉통(窮則通) 통즉구(通卽久)의 준말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먼저 궁(窮)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주역에서 궁(窮)자는 곤궁하다(결핍·부족·모자람)는 뜻이 아니고 ‘궁구(窮究)하다’와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궁(窮)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고 궁우하게 만들어 ‘하지 않으려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최선을 다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궁즉통의 기본 사고다.

필자는 매번 여유 있게 원고를 쓰려고 해도 원고 마감 전날이 아니면 잘 써지지가 않는다. 평상시에는 원고 작성이 잘 안되다가도 마감 전날이 되면 강한 정신력을 발휘해 엄청난 양을 짧은 시간 안에 작성하게 된다. 왜 평상시에는 써지지 않다가 임박한 시간에 초능력을 발휘해 쓰게 되는 걸까.

이것은 원고 마감이라는 쓰지 않을 수 없는 궁즉통의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이라는 궁즉통의 환경이 생존 본능을 자극해 필자의 지능 유전자를 작동시키고 이것이 정신을 각성시킨 결과 평상시에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정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돼 단기간에 쓰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외부의 압박이라는 자극이 주어지면 청각과 시각 등의 모든 ‘감각기’ 기능들이 자극에 대해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자극은 ‘해석기’를 통해 읽혀지며 다시 기존에 저장돼 있던 단기 기억 능력과 장기 기억 능력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그 자극에 대한 해결 방법을 강구한다.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되면 사람은 신속하고 강하게 반응해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면 뇌에서 지능 유전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호르몬이나 이온 물질’을 분비해 즉각 지능 유전자를 움직이게 한다.

이 지능 유전자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유전자를 찾아 활성화하는데, 인간에게는 정신적 문제가 주로 발생하므로 지능 유전자는 대뇌에 있는 신경세포를 다시 자극해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신경 세포들은 뇌에 주어지는 외부적 혹은 내부적 자극에 대해 반응의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자극에 의해 집중도가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져 기억이나 이해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 결과 초능력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돼 단숨에 원고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모 회사에서 컨설팅을 하기 위해 전 간부를 대형 회의실에 참석시켜 교육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한 간부가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들의 지도를 받았는데 실제로 현장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혁안을 제시하는 형태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컨설팅 업체에 많은 돈을 주고 컨설팅을 의뢰해 몇 장의 서류로 된 결과 보고서를 받는다. 결과 보고서라는 것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라는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지 실행을 하지 않으려야 하지 않을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사실 현장에서 문제점을 몰라 못하는 것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서류 몇 장으로 실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다. 스스로 판단해 개선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궁즉통의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실행이 안 되는 것이다.



외부 압박은 초능력 발휘로 이어져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는 1962년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준비를 하고 있던 1963년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렸다. 호킹 박사는 30대 초반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천재성을 보이지 못했다. 병이 심해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 이후에야 여러 업적을 세우고 노벨 물리학상까지 받게 됐다.

왜 그는 몸이 건강할 때 그렇지 않다가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돼서야 천재성을 발휘하게 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것으로 내 인생은 끝인가?”라는 생의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하는 ‘궁즉통의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궁즉통의 환경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2분법의 논리를 전개시켜 그의 지능을 초인적으로 높여 줬고 이것이 곧 학문적인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궁즉통의 환경이 오늘날의 호킹 박사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조직이든, 개인이든 ‘궁즉통의 환경 조성’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개선 활동의 제1관문이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 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