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맛있는 밥을 지을 때 중요한 것은 바로 ‘뜸 들이기’다. 뜸 들이기는 모든 밥알에 열기와 물기가 골고루 스며들어가게 해 밥맛을 크게 좌우한다. 그런데 밥 짓기뿐만 아니라 스피치에서도 뜸 들이기가 중요하다. 문장과 문장, 혹은 단어 사이에서 2, 3초 동안 의도적으로 말을 잠시 멈춤으로써 스피치에 깊은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곳에서나 뜸을 들이면 오히려 청중의 집중에 방해가 된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 어떻게 뜸을 들여야 할까.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눠 살펴보자.
집중도 높이는 ‘뜸 들이기’ 활용법, 침묵의 힘으로 스피치에 깊은 맛을 더하라!
핵심 메시지 뒤에 한 박자 쉬며 강조 효과

첫 번째, 속도 조절을 위한 뜸 들이기다. 잠깐의 침묵을 통해 청중이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한다. 발표자가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 놓기만 한다면 청중은 이야기 흐름을 놓쳐 의욕을 상실하고 결국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뜸 들이기를 활용해 청중이 이야기를 이해하고 나아가 공감할 수 있는 틈을 준다.

예를 들어 생각을 필요로 하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잠깐 호흡을 끊어 주는 게 좋다. 신입 직원들에게 회사의 가치관을 설명한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우리는 창조를 위해 헌신합니다’라고 말했다면 바로 이 뒤에서 뜸을 들이는 게 좋다. 잠깐이나마 청중이 그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다. 또 스피치 중에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등의 질문을 했다면, 역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잠깐 뜸을 들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청중은 스피치에 함께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보다 쉽게 공감하게 된다.

두 번째, 주의 환기를 위해 뜸 들이기를 이용한다. 흩어진 청중의 주의를 끌어 집중력을 높이고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연설을 하다 보면 청중의 자세가 산만해지며 주의가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바로 이럴 때 화제를 전환하는 부분에서 힘을 줘 이야기를 던져 놓고 말을 잠시 멈춘다. 그러면 주의가 흩어졌던 청중도 ‘어, 왜 갑자기 말이 멈췄지?’라고 생각하며 그 변화에 집중하게 된다. 뜸을 들이면서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마주하며 긴장감을 높이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회사 창립일 기념 연설을 생각해 보자.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걸어온 길, 나아갈 길 등을 이야기하다 보면 직원들이 산만해질 수 있다. 이때 화제를 전환하며 깊이 뜸을 한 번 들여 본다. 예를 들어 “이렇듯 우리는 작년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단지 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때 화제를 돌리는 접속사 ‘그러나’에서 힘을 주며 그 뒤에 뜸을 들인다. 그리고 직원들의 얼굴을 쭉 돌아보면 직원들은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상승하며 주의를 집중할 것이다.

세 번째는 핵심 메시지에 포인트를 주기 위한 뜸 들이기다.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앞이나 뒤에 뜸을 들임으로써 확실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청중은 스피치의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없으므로 핵심 메시지 전달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효과적인 강조 방법이 뜸 들이기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D.C.에서 했던 연설은 ‘내겐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이란 핵심 문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마틴 루터 킹은 ‘내겐 꿈이 있어요’를 반복해 이야기하며 꼭 그 뒤에 강하게 한 템포 쉬며 뜸을 들였다. 이로써 청중은 그 무게를 함께 느끼며 집중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장은 연설이 끝난 후에도 가슴에 남았다. 핵심 메시지를 뜸 들이기와 결합해 강조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말을 멈춘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잠깐의 침묵이 스피치의 완급을 조절해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 준다.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전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