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창업에서 ‘상권’은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상권이 바뀜에 따라 고객층이 달라지고 소비 패턴이 바뀌므로 판매해야 할 상품 종류도 달라진다. 결국 상권이 업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권과 입지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가맹 본사에서도 상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론칭할 때 상권을 철저히 분석한다. 브랜드의 장점이 어떤 상권에서 어필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점 가맹 본사가 대학생 고객을 타깃으로 출점 전략을 세운다면 대학생이 많은 대학가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오픈할 것이다.

가맹 본사의 상권 전략은 가맹점 숫자가 증가할수록 수정하기 어렵다. 상품·가격·인테리어 등을 공략할 상권에 맞춰 계속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브랜드 매장을 이전 상권과 다른 상권에 출점하려면 메뉴·인테리어·가격을 차별화해야 한다.

오피스가와 특수 상권에 103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55년 전통 국수 전문점 브랜드 ‘명동할머니국수(www.1958.co.kr)’ 역시 주택가 상권에 진출하면서 상권 특성을 살려 메뉴와 인테리어 콘셉트, 심지어 간판 디자인까지 차별화했다. 상권별 타깃 고객층이 달라 완전히 변신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명동할머니국수 낙성대점(사장 정승현)은 주택가 상권을 겨냥한 첫 번째 매장으로 하루 평균 1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장은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1번 출구에서 연립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 안에 있는데, 오피스텔과 전월세 주택 등이 밀집된 전형적인 주택가 상권에 속한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주부층이다.
[창업] 가맹 본사의 상권 전략, ‘메뉴·인테리어·가격’ 차별화해야
상권별 고객 특성을 파악하라

주택가에 입점한 명동할머니국수는 미니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다. 점심 식사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분식 전문점 콘셉트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 레스토랑을 표방하다 보니 메뉴 퀄리티와 가격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3000~4000원대 할머니국수와 두부국수는 4000~6000원대 잔치국수·웰빙국수·고기국수 등으로 교체했다.

국수 외에도 돈가스·덮밥·오므라이스 등을 내놓아 다양성을 원하는 주부층을 공략했다. 메뉴 외에 인테리어 역시 ‘도심 속 쉼터’를 콘셉트로 66㎡(20평) 이상 카페형의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전 오피스가의 빠른 테이블 회전율에 특화된 심플한 디자인에서 탈피했다. 창업 투자비는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가맹비·인테리어·집기비 등 총 1억 원 정도다.

명동할머니국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상권별 고객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브랜드 출점 전략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오피스가는 주 고객층인 직장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게 매출을 향상시키는 포인트다. 직장인은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빨리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단품 메뉴 위주의 탕 전문점, 국수 전문점, 캐주얼 한식 전문점 등이 인기를 끈다.

반면 주택가 상권은 주부 고객층을 공략하는 게 포인트다. 평일 단체 모임과 주말과 공휴일 외식 수요가 주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첫 방문 이후 맛과 함께 인테리어·서비스 등의 복합 요소를 평가해 재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주부들은 투자하는 비용보다 품질이 뛰어난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므로 매스티지 전략이 맞아떨어진다. 명동할머니국수가 새롭게 선보인 레스토랑 콘셉트가 어울리는 이유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