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균의 日日新 경영

[경영조직의 IQ] 사느냐 죽느냐는 조직의 지적 능력에 달렸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영국을 침공하기 위해 독일의 악명 높은 U보트(U-Boat)와 영국군의 헌터킬러(Hunter Killer: 대잠수함부대)의 사이에 애틀랜타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의 영국은 자원이 부족한 섬나라로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매일 약 20척의 상선이 연간 5000만 톤 정도의 물자를 외부로부터 가져왔다.

반면 독일은 영국을 점령하기 위해 보급선 차단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대잠작전은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 독일 해군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U보트를 57척 보유하고 있었지만 영국군의 공격으로 약 72%만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30%는 작전, 30%는 수리와 보급, 나머지 30%는 교대를 위해 이동 중으로 30%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U보트를 늘리는 게 시급한 과제였다.

그 당시 배는 조선소 안에서만 만든다는 사고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히틀러는 선체를 부분(block) 단위로 나누고 나눈 부분들을 민간공장에서 각각 만들게 한 후 조선소에서 모아 하나로 조립하는 오늘날의 ‘모듈(modul e)’ 조립 방식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 때문에 조선소 이외의 중소 공장에서 건조가 가능하게 돼 건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940년에 49척이었던 것이 41년에는 196척에 달해 영국을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위의 사례에서 이른 시간 내에 모듈 생산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을 간단한 아이디어쯤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조직 전체의 총체적 역량, 즉 조직의 지적 능력(Intelligence Quality)이 우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기업에서는 ‘경영 조직의 IQ’라고 한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1998년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에 오른 뒤 10년 이상 30~40%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성가를 높였다. 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50~80%에 달했다. 1997년 100억 달러 수준이었던 매출은 2007년 700억 달러로 10년 사이 7배나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노키아는 당시의 경영 이론대로 ▷세부적으로 시장에 접근했으며 ▷제품의 층별을 통해 가격·고객군·지역으로 나눠 차별화된 수십 종의 제품군을 구성하고 다시 저가·고가군으로 층별을 나눈 뒤 공격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30여 종의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 지역별로 마케팅 전략과 투자도 달리했다. ▷자동차 회사들의 플랫폼 생산방식처럼 기본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수십 종의 변형 모델을 짧은 시간 안에 생산해 세계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돼 세계를 제패하는 구조를 확립했다.

이렇게 완벽한 판매 전략을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노키아는 이렇게 경영학 이론에 준하는 활동을 해 왔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자 게임 룰(game rule)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렇게 빠른 몰락은 초스피드로 변하는 환경의 결과이지만 원인은 ‘경영 조직의 IQ’가 낮은 수준에서 게임 룰이 바뀌는 급속한 외적인 충격적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가게 된 것이다.



기업 위기는 경영조직의 지적 수준이 낮은 탓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서 A주류 회사를 지도해 주류업에서 중공업으로 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똑같은 컨설팅 회사의 지도로 B전자는 동일 전자 업체인 미국의 유수 전자 업체를 인수한 후 위기에 빠졌다. 이는 B전자의 ‘경영조직의 IQ’가 낮아 확장(M&A)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순작용과 역작용을 예지(豫知: 미리 알아냄)·검지(檢知: 검사해 알아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남보다 뛰어나게 살아가는 사람은 예지·검지 지능을 통해 초스피드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존의 IQ’가 있는 사람들이다. ‘경영조직의 IQ’는 회장의 혜안과 사장급(C-level)의 직관력, 임원들의 안목지능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능력이다.

이 능력(intelligence)이 떨어지면 비즈니스에서 일어나는 예지·검지가 안 돼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인지(認知)하게 돼 허겁지겁 허둥대기만 할 뿐 방향 지시와 결정(decision)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

‘경영조직 IQ’의 본질은 배운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생존을 위한 좋은 방법을 찾는 능력인데, 기업에 적용하면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제품과 마케팅 및 여러 관리 방법을 강구해 시장 창조력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조직이 고객과 시장에 정확하게 대응하면서 여기에서 얻어진 지식과 경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체제를 갖춰야 하는데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혜안과 직관력 및 안목지능이 높은 수준으로 갖춰줘야 하며 또한 조직 전체의 시스템화와 모럴이 확립돼야 ‘경영조직의 IQ’가 생긴다.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는 미국에게 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없이 무너졌다. 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 후세인은 항복이나 휴전 등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데도 끝까지 저항해 멸망과 죽음을 자초했다. 이는 후세인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무조건 충성만 하는 인재를 등용하고 반대하는 인재는 등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이 전달되지 않았거나 왜곡되게 전달됨으로써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판단이 흐려지게 돼 조직의 IQ가 떨어져 잘못된 판단이 생긴다.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하는 웅진·STX그룹도 어처구니없이 몰락했다. 경영학적으로 이런저런 많은 이유를 들춰내고 있지만 전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다. 결론은 ‘경영조직의 IQ’가 낮아 조직의 예지·검지 능력이 떨어져 환경 변화에 대해 초스피드의 대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변화를 시도하면 생존할 확률이 60~70%지만 변화를 위한 혁신 활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 반드시 망한다. 조직의 IQ가 떨어지는 조직에서 확장(M&A)이나 업종 변화를 시도하면 STX나 웅진 같은 경우가 된다.

막강한 힘을 가진 위력 있는 화살도 시위를 떠난 후 시간이 흐르면 힘을 잃고 쇠약해져 땅에 떨어진다. 이것을 ‘강노지말(强弩之末)’이라고 한다. 물리적 법칙이나 기업의 속성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혁신 활동을 제대로 하면 달라진다. 낭비가 조직에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거안사위(居安思危)’적 사고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혁신 활동을 실시하면 ‘강노지말’은 되지 않는다. ‘거안사위’는 편안해도 항상 낭비 제거 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맹자도 ‘인간은 우환에 살고 안락에 죽는다’고 했다. 노자 또한 ‘복락이여 재앙이 그 안에 숨어 있구나’라고 했다. 이는 끊임없이 혁신 활동을 계속하라는 말이다. 혁신 활동을 통해 낭비가 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하면 어떤 기업이든 ‘경영조직의 IQ’가 높아진다.

경영조직의 IQ를 높이기 위해 우수한 사람 몇 명을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육성하면 된다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은 오케스트라와 같아 한두 명만 연주를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도리어 전부를 망친다. 시간이 잘 맞지 않는 가짜 시계에서 명품 시계의 톱니 1~2개를 바꿔 끼운다고 시간이 잘 맞게 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다. 그러므로 전체가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기본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거안사위’적 혁신 활동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야 ‘경영조직의 IQ’를 높여 지속 경영이 가능해진다.
[경영조직의 IQ] 사느냐 죽느냐는 조직의 지적 능력에 달렸다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wimc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