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영의 소통 경영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칵테일 파티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꺼번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이야기를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심리학 용어다. 이는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훨씬 집중하고 흥미도 잘 느낀다. 물론 청중의 마음을 100% 읽고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른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한 ‘청중 맞춤형’ 스피치라면 보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진다.

첫째, 청중의 성향에 맞는 근거를 댄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우리나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 유치를 확정지었다. 당시 유명세를 탔던 유치위원회 나승연 대변인은 그 성공 비결로 ‘심사위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파악한 것’을 꼽았다. 실패한 두 번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근거로 제시된 것은 ‘한반도 통일과 평화에 대한 영향’이었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유치 시에도 사용해 식상할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심사위원의 성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사를 맡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은 대부분이 경제인이어서 스포츠와 정치가 엮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올림픽이 가지고 오는 경제적 효과에는 관심이 높다. 그래서 세 번째 도전에서는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란 새로운 각도의 주제를 제시했다. 동계 올림픽의 잠재력과 아시아 시장을 연결해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해 공감도를 높인 것이다. 이처럼 직업군·연령대 등을 고려해 청중의 성향을 살펴 근거를 들면 설득력도 더할 수 있다.

둘째, 청중이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한다.

뛰어난 말솜씨를 자랑하는 방송인 김제동 씨는 사회를 잘 보는 노하우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의료직 종사자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면 ‘ER(응급실)’나 ‘BP(혈압)’같은 의학 용어를, 변호사 모임에서는 ‘원고’나 ‘피고’처럼 재판 관련 용어를 사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공감대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정한 직업군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약어, 전문 용어, 표현들을 사용하면 해당 청중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미리 청중이 사용하는 용어들을 파악하고 스피치의 곳곳에서 사용하면 청중에게 훨씬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은 물론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도 쉽다.



청중의 상황을 고려해 스피치 시간을 조절해야
청중 맞춤형 스피치, 근거와 용어는 청중의 언어를 이용하라
셋째, 청중이 처해 있는 연설 환경을 고려한다.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후보자 오하이오 주 경선에서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큰 지지를 얻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세 시간 동안 공약을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오바마는 단 30분 만에 연설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배경에는 당시 연설 장소의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연설이 있었던 체육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앉을 자리도 없는 내부는 찜통이나 다름 없었다. 그 상황에서 세 시간 연설은 청중에게는 고문으로 느껴질 수 있다. 체육관 안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던 청중은 짧게 자신의 핵심 메시지만 전달했던 오바마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연설을 할 때는 듣는 사람들의 상황을 잘 고려해야 한다.
청중 맞춤형 스피치, 근거와 용어는 청중의 언어를 이용하라
청중의 상황을 배려해 스피치의 길이를 조절해 말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스피치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후에는 어떤 행사가 예정됐는지도 파악하는 게 좋다. 만일 앞선 행사가 지루했거나 스피치 이후 모두가 기다리는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라면 가급적 빨리 마치는 게 청중을 배려하는 센스가 될 것이다.

스피치의 목적은 결국 청중을 통해 이뤄진다. 현명한 연설자는 청중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스피치를 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김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전 KBS 아나운서